테러방지법이 직권상정의 힘을 빌려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부터 국정원은 테러 위험인물을 잡는다는 이유로 개인의 모든 민감정보를 합법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국민의 정보를 한 기관에서 독점 수집하게 되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더 커졌다.

테러방지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국가가 비상사태인 시점에서 안전을 위해 개인의 사소한 권리 침해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가비상사태를 근거로 들었다면 적어도 현재 행정기관이나 군대에서는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대처를 하고 있어야 한다. 또, 국정원장은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어떤 식의 테러가 발생할 상황인지 상세히 알렸어야 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어떠한 근거와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단지 북한에서 테러역량 결집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게다가 한국에는 이미 테러를 막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의 대테러대책회의’도 구비돼 있으며 ‘통합방위법’, ‘대테러특공대’, ‘국가사이버안전규정’, ‘사이버안전센터’ 등 대처할 수 있는 각종 법령과 기구들이 존재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이 없어서 테러를 막지 못한다는 주장은 마치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운이 좋았기 때문에 테러를 피해왔다는 말로 들린다.

또한, 테러방지법에 따라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출입국, 금융거래, 통신이용 등을 수집할 수 있고 보호법상의 민간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정보처리자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테러위험인물을 2조 3항에서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규정해놨다는 점이다. 즉, 이제는 뚜렷한 근거와 절차 없이 의심만 되도 그 사람에 관한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국정원은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한 개인을 억압하는 용도로 썼던 전적이 있어 국민의 불신을 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정원은 그동안 수많은 가짜 간첩을 만들어냈고 불법적인 민간사찰을 일삼았다. 그로 인한 피해가 수없이 많아 간첩 무죄 판결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국정원이 합법적으로 정보를 취득하기에 앞서 고등법원 수석판사의 허가가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고등법원이 8년간 총 81건에서 단지 3건만을 기각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 역시 신뢰하기 힘들다.

국가안전보장을 목적으로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일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가슴 속에 상처로 남아있다. 그런데 그 상처가 아직 아물기도 전에 국가는 북한 테러 결집이라는 증거도 없는 주장을 내세워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다시금 국민의 기본권을 흔들어 대한민국을 국가비상사태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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