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통해 도시의 인문적 가치를 연구 중인 도시인문학연구소 이현재 교수를 만났다

마르크스주의 도시 이론가 ‘앤디 메리필드’의 통계에 따르면 2030년 도시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60%가량인 49억 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도시인문학연구소에서 이런 도시화 현상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이현재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시인문학이란 무엇인가
현재 도시화 현상은 단순히 그 수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농촌에서도 편의점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도시적 요소가 우리 삶에 퍼져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경쟁과 불안, 혐오라는 감정을 느끼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 현상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도시에서의 삶을 유지하는 방안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도시연구는 중요한 분야다.

이후 인문학계에도 도시와 관련된 인간의 삶을 탐구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도시인문학 연구가 시작됐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생활 모습을 분석하고, 도시 속 공동체의 형태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서울시립대에 세계 최초로 도시인문학연구소가 만들어졌다.

기존의 도시연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예전에도 도시사회학, 도시행정학 등의 사회과학 학문을 통해 연구가 진행돼왔다. 그러나 사회과학 영역에서만 연구가 진행되다 보니 오늘날의 도시 개념이 인구수, 교통 체증량 등의 통계로만 나타나곤 했다. 예를 들어, 도시행정학에서 도시는 행정구역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질적 현상을 깊게 고찰할 수 없다. 하지만 인문학적 방법론을 이용하면, 도시를 물리적인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우리 삶의 방식과 연결해 살펴볼 수 있게 된다.

도시인문학 연구는 어떻게 이뤄지나
도시인문학은 인간이 도시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 주체에 주목해 어떤 영향을 받아 문화가 형성됐는지 살펴본다. 이런 인문학적 연구는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에 대한 피드백으로 작용해 새로운 도시정책의 바탕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빈곤한 지역에 복지시설을 만든다고 하면 사회과학 분야는 지역의 경제 수치와 빈곤율을 측정해 접근한다. 반면, 인문학은 지역이라는 개념을 우리의 생활방식과 정체성 형성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정의해 환경이 인간에게 미친 영향을 조사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시로 여성친화도시의 설계가 사회과학적인 관점으로만 진행되면, 수량적인 측면만 중요시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여성친화 화장실과 주차장만 계속 만드는 것처럼 일부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좋은 정책만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때 여성철학적 관점에서 여성이 소수자로 인식돼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속에서도 구체적인 대상을 정함으로써 더 효율성 높은 정책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물론 도시인문학도 사회과학에서 나온 이론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지만, 강조점을 두는 방법이 달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융합학문의 기능을 한다.

도시공동체는 어떤 발전 방향을 보이나
원래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등 공동체와 관련된 사업은 도시정책이 생기기 전에 이미 자생적으로 존재했다. 이것이 정책적으로 활성화 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 때부터다. 하지만 이런 공동체가 정책화되면서 사업체가 이름만 협동조합이라고 바꿔 예산 지원을 받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행정화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가 예산 지원을 받고자 계획서를 쓸 때, 당장 얘기되지 않았던 부분도 임의로 추가가 가능했다. 결국, 주민의 자발성을 끌어내지 못해 공동체가 아닌 사업이 돼버렸다.

특정한 이념에 따라 연대하는 전근대적 공동체 개념으로는 오늘날의 도시공동체를 설명하지 못한다. 현재의 도시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를 가진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도시공동체는 구성원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곳으로, 현재 활동하는 단체로는 ‘살림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곳은 매번 조합원 간의 회의를 통해 남은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한다. 봉사적 의미를 띄는 곳이지만, 재정적인 부분도 충족되며 다른 업계와 경쟁해야 하는 불안감이 없어 이들은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공동체를 대상으로 도시인문학은 공동체에 필요한 새로운 이념을 제시해 탈 전통적 도시공동체의 모습이 되도록 돕고 있다.

앞으로 요구되는 탈 전통적 공동체의 모습은 무엇인가
공동체가 모든 활동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다. 이런 관점은 집단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배척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게 한다. 이 때문에 오늘날에는 시민이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소란한 공동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문제를 감추기만 하다 보면 갈등으로 번지고 사회적 범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늘날 필요한 도시공동체의 개념이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다양성을 인정해 인권이 유린당하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이념을 받아들여 여러 지역에서 시민의 인권신장을 위한 인권조례를 통과시켰다. 이후 더 큰 규범으로 인권헌장이 이야기됐지만, 서울시에서는 차별금지법을 포함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세력에 부딪혀 결국 보류됐다. 차별금지법이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 나이, 장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로, 성적지향에 관한 조항도 추가돼 논란이 붉어졌다. 사실 이런 행정적인 일은 주민 대부분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서울시의 경우 이전부터 성 소수자 단체가 도심에서 축제를 통해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화자 될 수 있었다. 만약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무늬만 있는 허수아비 정책으로 끝나 도시문화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지못했을 것이다. 더불어 도시인문학은 성적 타자를 인정하는 것이 인권의 문제라는 사실을 논문으로 제시해 비판적 담론을 만들어가고 있다.

도시인문학의 전망은 어떻게 되나
수년 전부터 인문학이 위기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사회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추상적인 가치만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도시인문학은 이전의 틀에서 벗어나 인문적 가치를 제시해 현실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도시인문학의 전망은 얼마나 인문학적 관점으로 현실에서 지속 가능한 이념과 가치를 계속해서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글.사진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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