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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름다움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믿을 때 탄생합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2016년 04월 13일 (수) 10:12:30 최예리 기자 sharply_choi@naver.com
   
 


   메이크업 아티스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정샘물’이다. 그녀는 90년대 이미연, 고소영 등 당대 톱스타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했고 2000년대에는 전지현, 김태희, 송혜교의 메이크업을 책임졌다. 최근 탕웨이의 메이크업을 맡으면서 다시 한 번 대중에게 ‘금손’이라고 불리운다. 또한, 뷰티방송을 비롯해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까지 출연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임을 증명했다. 지난 5일, 청담동 정샘물 아카데미에서 정샘물 원장(46)을 만났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어머니를 따라 회화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집안 사정상 예술 공부를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됐어요. 그때 많은 일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찾은 것이 바로 메이크업 아트예요. 얼굴 위에 그림을 그리는 메이크업은 회화랑 비슷한 점이 많았는데, 오직 ‘평면이냐 입체냐’그 차이만 있었죠. 결과적으로는 적성에 잘 맞는 길을 찾게 됐어요.

메이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메이크업 아트는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죠. 회화는 그림을 그리다 망치면 버려 버리면 돼요. 그런데 메이크업 아트는 그렇지가 않잖아요. 그 사실이 저에겐 굉장히 남달랐어요. ‘정말 많이 준비돼 있고 훈련이 돼 있는 사람이 메이크업 아트를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욱 노력하게 됐습니다.
 메이크업의 대상이 되는 모든 사람은 각자의 색이나 질감, 고유의 선이 존재해요. 다른 사람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찾아주고 비교할 필요 없이 스스로가 아름답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의 눈을 화려하게 꾸며주는데, 정작 본인의 눈화장을 특별히 안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20대 때부터 안경을 끼고 살았어요. 안경을 끼는 사람이 과하게 눈 화장을 하면 안경하고 메이크업이 부딪혀 조화롭지 못해요. 그래서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없게 됩니다. 예전에 저도 렌즈를 껴보려고 안과에 갔는데 제가 망막이 약해서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오랫동안 안경을 끼다 보니 여러 종류의 안경을 갖고 있어요. 저는 안경을 다양하게 착용하며 아이 메이크업을 한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가족이랑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일이 없을 때는 일반적인 주부의 일상을 보냅니다. 남편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이 즐겁고, 아이랑 놀아주는 것도 재밌어요. 그리고 나서 다음 날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편이에요. 그림 그리는 것 역시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제품 연구도 해야 하고 직업상 색감을 체크해야 하니까 수시로 아이디어 노트를 쓰고 스케치도 하는 편이에요. 일상에서 스치는 것도 노트에 지나치지 않고 담게 되더라고요.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했던 소감 부탁드려요
   제가 처음 출연한 회차를 보면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에 적응을 못 해서 되게 어리숙하게 행동했어요.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했지만, 촬영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메이크업이라는 주제로 보통 여성과의 소통을 많이 해왔는데, <마이리틀텔레비전>은 남녀노소 모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특히 남성 시청자도 많아서 새로웠었죠.

톱스타와 작업을 이어가던 중 30대에 유학을 결정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만큼은 최고가 되고 싶었는데 제 스스로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다고 느껴졌어요. 더 잘하고 싶었는데 그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던 거죠. 당시 하고 있던 일 이상의 것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미국으로 가게 됐고, 약 4년간 순수미술을 배우고 왔습니다.

26년 넘게 메이크업 관련 일을 했는데, 그중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굳이 힘든 것을 찾는다면 잠을 못 자고 촬영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이에요. 최대 3일까지 안자고 스케줄을 진행했었어요. 호주에서 한 촬영은  도착해서 짐을 풀기도 전에 촬영을 시작했는데도 시간 내에 분량을 다 못 채워서 비행기를 놓치기까지 했어요. 길거리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모든 스텝이 노숙하듯 작업을 진행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언제 또 그런 경험을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일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아랍 여성에 대한 다큐를 봤어요. 거기 사는 여성들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할 수 없고 심지어는 배우자를 선택할 자유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나이 많은 아저씨에게 팔리듯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직업을 갖고 싶어도 직업을 선택할 자유가 없는 여성도 많은데 내가 이걸 힘들어해?’라는 생각을 하면 매일이 감사하죠.

기억에 남는 스타가 있나요
   제 샵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의미가 있습니다. 메이크업 아트라는 특성상 한번 만나고 다시는 안 만난다고 해도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어요. 2시간 동안 얼굴을 계속 쳐다보면서 메이크업을 하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죠. 그때 교환했던 눈빛, 마음, 소통했던 모든 게 소중합니다.
‘연예인 중에 누가 가장 예뻤어요?’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참 어리석은 질문이에요.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르게 예쁩니다. 서로 자신의 매력이 있는데 그것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대중매체가 그런 것을 많이 조장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특정 아름다움의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거기에 스스로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날씬해 져야 해’, ‘성형해서 예뻐져야 해’이런 생각이 사회를 병들게 하죠.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을 다른 사람하고 비교하지 않고 그 매력을 발산할 때 다양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상이 됩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믿을 때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샘물 원장님에게 메이크업이란
   지금의 제가 있게끔 만들어준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메이크업은 바로 정샘물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웃음).

정샘물 원장님에게 ‘21호’란 
   파운데이션으로 피부톤을 과하게 보정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화사함을 나타내는 것은 다른 색조 화장품으로 해야 하는데 말이죠. 볼터치, 립스틱, 섀도우 이런 제품으로도 충분히 화사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화장으로 피부 고유의 색을 덮어버리는 순간 그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색을 부정하는 것과 같아요. 제가 방송에서 21호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는 것은 21호를 싫어해서가 아니에요. 각자의 아름다움 피부색에서 시작되는 그 컬러들을 찾아주기 위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사명감이 작용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지금 바쁘게 국내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지만, 현재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어서 관련 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또한, 외국인, 뷰티 크리에이터, 메이크업 관련 업계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클래스를 많이 진행할 예정이에요.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춘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누군가의 말에 의해서 본인의 진로나 삶이 흔들리지 않길 바랍니다. 내가 어떤 것을 하면 행복할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직접 경험을 통해 깨닫는 것이 중요해요. 평생 뭘 하고 살면 좋을지 스스로 찾아야 돼요. 그건 아무도 찾아주지 않습니다. 제가 했던 방법 중 하나는 일단 메모장에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정말 싫은 것을 적어요. 그러다 보면 본인이 ‘진짜’좋아하는 것과 싫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요. 평생을 할 일인데 미리 체크해보는 게 꼭 필요하겠죠?
20대는 3-40대에 비해 해볼 수 있는 것이 많아요. 그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으면 늦어요. 성공한 사람 중에 늦은 나이에 성공한 경우도 가끔 있지만, 그게 내 경우가 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대학생은 스스로의 인생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최예리 기자 sharply_choi@naver.com
사진 정샘물 아트앤아카데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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