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연령 확대 - 반대



  선거 연령의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은 OECD 가입국 중 선거권을 가진 연령이 만 18세를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폴란드뿐이라며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선거연령을 낮추는 것은 신중히 고민할 문제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의 선진국은 만 18세를 선거연령으로 정한다. 이 나라들은 우리나라보다 긴 민주주의 역사를 갖고 있고 청소년에게도 철저한 정치교육을 하고 있다. 미국은 대선 때마다 초등학교에서 실제 선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모의 선거를 진행한다. 만 16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을 논의 중인 영국 역시 정책에 대해 토론하면서 자국의 정치 시스템을 이해하는 교육이 2년간 의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정치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토론과 선거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은 사회 수업시간의 일부 또는 학급회의 학생회장 선거뿐이다. 그러나 지난해 교육청이 조사한 ‘학생자치활동 운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급회의 평균 횟수는 초ㆍ중ㆍ고 모두 연 10회를 넘고 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 대부분 자율학습으로 대체하는 실정이다. 또한, 만 18세인 대한민국의 고3 학생은 아직 부모에게 심리적, 경제적으로 의존할 시기이므로 선거권을 준다 해도 독자적인 판단보다는 부모의 의견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최초의 선거인 1대 총선의 선거 연령은 만 19세가 아닌 21세였고 이후 시대가 지나면서 점차 연령이 확대됐다. 참정권의 확대가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에 선거권은 모든 국민에게 부여돼야 한다는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다. 또, 선거에 참여하는 시민의 수가 산술적으로 늘어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08년 18대 총선은 19세까지 선거권이 확대되면서 치러진 첫 총선으로, 선거인 수가 17대보다 2백만 명 이상이 늘었지만, 실제 투표수는 410만 명이나 줄어들어 총선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인 46.1%를 기록했다. 사실상 선거권의 확대가 투표 참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상식이 우리나라 선거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은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선거 제도에 여러 변화가 있었는데도 국민의 정치 참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투표율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 단지 산술적인 수만을 늘리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