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스완>은 순수한 백조와 관능적인 흑조를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발레리나 니나의 이야기이다. 니나는 백조의 연기는 완벽하게 하지만 흑조의 연기는 제대로 하지 못한다. 흑조를 완벽하게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과 자신을 위해 발레를 포기한 엄마의 굴레 속에서 압박을 받는다. 사랑하는 관장에게 인정받고 싶은 니나는 망상을 보고 일탈을 하며 관능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결국 그 압박감과 두려움을 못 이겨 자신을 상처 입히고 만다.
  니나는 압박감 속에서 느끼는 자신의 모든 불안과 초조함, 공포를 라이벌이라 생각하는 릴리에게 투영한다. 실제 릴리는 그저 생각 없이 삶을 즐기며 사는 여자일 뿐, 오히려 니나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니나의 머릿속에 있는 릴리는 그런 여자가 아니어야 한다. 니나가 본 릴리는 악랄하고 기회주의적이며, 성을 이용하는 등 주인공역을 빼앗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여자이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면서 릴리와 니나의 몸싸움 중 거울이 깨지고, 니나는 거울 파편으로 릴리를 찔러 죽인다. 여기에서 거울이라는 소품은 자신을 비추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뜻하는 바가 매우 크다. 깨진 거울 파편으로 니나를 두렵게 만든 릴리(사실은 니나 자신)를 찌른 것은 결국 모든 두려움이 니나 본인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릴리를 죽임으로써 불안과 공포를 없앤 니나는 결국 자신의 모든 관능을 끄집어내고 완벽한 흑조 연기를 하게 된다.
  영화는 시작할 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을 긴장하게 만든다. 감정소모도 크고 성적인 장면 때문에 거북할 수도 있지만, 주인공 역할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의 완벽한 연기와 영화의 섬세한 심리묘사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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