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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잃은 한국 조선업계에 필요한 것
2016년 04월 13일 (수) 12:15:31 권정두 시사위크 경제부 기자 ddpress@dongduk.ac.kr

음악차트에 장범준이 등장한 것을 보니 봄이 온듯하다. 풋풋한 신입생들이 캠퍼스에 생기를 더하고, 새싹과 각양각색의 꽃들이 겨우내 칙칙했던 풍경에 색감을 입히는 계절이 됐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아직 꽁꽁 언 한겨울이다. 지난해엔 적자 폭탄이 펑펑 터지더니, 올해는 수주가뭄으로 메마르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이른바 ‘조선업계 빅3’라 불린다. 이들은 세계 조선업계에서 1-3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조선업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그렇지만 지난해 이들의 경영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3사 합계 적자가 무려 7-8조 원에 달했다. 2014년부터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도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남겼고, 삼성중공업 역시 1조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가장 심각한 대우조선해양의 적자 규모는 무려 5조 원대다.
적자의 원인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더불어 잘못된 대처에 있다. 조선업계엔 몇 년 전부터 짙은 불황의 그늘이 덮쳤다. 그런데 이 시기를 타개하기 위해 꺼낸 카드가 ‘저가 수주’와 ‘해양플랜트’였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저가 수주는 쉽게 말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 분야는 자동차처럼 먼저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주문 후 제작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되는데, 이때 가격도 미리 결정된다. 그러다보니 ‘변수’가 적지 않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제작 도중 원가가 오르거나 예기치 못한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하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고, 반대로 비용을 줄이면 그만큼 수익을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저가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앞서 말한 추가적인 비용이 더 늘어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배를 팔아 돈을 번 것이 아니라, 배를 팔아 손해를 본 것이다. 물론 조선소 가동에서 얻을 이익을 고려하면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다. 문제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이렇게 발생한 손실을 만회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바다 위의 공장’을 짓는 해양플랜트는 더 심각했다. 초반에 조선업 불황을 대체할 ‘미래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았으나, 자만심이 독이 됐다. 제대로 만들 줄도 모르면서 계약부터 성큼 따내다 보니 여기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폭증했고, 이것이 대규모 적자로 돌아온 것이다.
조선업계의 위기는 단순히 지난해 적자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도 암담하다. 올해 1분기까지 이들 3사의 수주 실적은 제로에 가깝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아직 첫 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일본 업체에 밀려 세계 조선업계 수주잔량 순위에서 4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러한 ‘수주 가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배를 만드는 시설이 텅 비어버리는 사태가 임박한 것이다. 이것은 곧 대규모 실직 사태와 지역 경제 마비를 의미한다. 조선업이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하면, 산업계의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위기다.
명심해야 것은 당장의 위기를 탈출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선업계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조선3사의 위기는 앞서 지적한 원인이 업계의 내부적인 요인과 함께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언제 또 불황과 위기가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부적인 요인만큼은 확실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인력 운용과 작업 공정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조선업이 흥했던 ‘영광의 시절’에 키운 몸집이 너무 비대하다. 잘나가던 때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부분도 다시 꼼꼼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 개선이다. ‘오너’가 없는 대우조선해양은 전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가 사태를 키웠고, 현대중공업은 비리와 관련된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할 시간을 이런 식으로 낭비한 것이다. 이번에도 이런 안일한 인식과 시스템, 그리고 도덕적 해이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조선업계의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에도 봄꽃이 활짝 피는 시기가 다시 오길 바라본다.

권정두 시사위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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