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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불신공화국
OECD 통계에 따른 현상 분석 - ④사회자본지수
2016년 05월 09일 (월) 11:28:59 강연희 기자, 이지은 기자 yhadella@naver.com, unmethink@naver.com
   

지난달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이번 총선은 18대 46.1%, 19대 54.2%에 비해 투표율이 58.0%로 증가했으며 특히 청년층의 참여가 늘어 의미 있는 선거였다. 또한, 몇 년 만에 여소야대를 이뤄 167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세 야당의 공약이 주목받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들의 공약 중 18개가 유사하거나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공통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내세웠고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던 테러방지법은 조항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자며 입을 모았다. 이 외에도 근래 항상 언론에 오르내리는 누리과정 예산 전액 국가 부담, 국공립 보육시설 대폭 확대, 어르신 일자리 참여 수당 인상, ‘갑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비정규직 보험료 기업 부담 의무화 등의 공약도 겹친다.


이처럼 18가지의 공통 공약은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공약들이 잘 실행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 살기 좋아질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기본적인 공약들이 본지가 짚어왔던 ‘헬조선’을 벗어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공약완료율을 되짚어보면 그다지 기대할 만 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세부 공약 674개 중 완전히 이행된 것은 37%에 그쳤다. 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해 말까지를 기준으로 분석한 19대 국회의원 239명의 공약완료율 역시 51.24%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전남지역에서는 38%로 절반도 되지 않는 이행률을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연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이 충분히 신뢰할 만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때의 신뢰도는 본지가 짚으려는 ‘사회자본지수’와 연결된다. 사회자본지수란 사회자본을 구성하는 요소다. 이때 사회자본은 사회구성원들 간의 협동이나 조정을 촉진하는 규범, 신뢰 등을 말한다. 즉, 사회자본지수는 사회자본에서 중요한 신뢰 등이 변화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상대적 경쟁력을 지수화한 것이다. 이는 크게 공적 사회자본과 사적 사회자본으로 구분된다. 공적 사회자본은 공적 신뢰, 공적 배려, 공적 참여 등 정부와 사법체계 등에 대한 신뢰, 참여를 뜻하며 사적 사회자본은 사적 신뢰, 사적 배려, 사적 참여로,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신뢰, 배려를 말한다.


한국의 사회자본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으로 평가됐다. 지수는 5.07로 전체 32개 국가 중 29위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 사회자본은 공적 및 사적 영역 모두 취약 편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공적 사회자본이 4.75점으로 OECD 평균 5.37점에 비해 턱없이 낮았고, 사적 사회자본이 5.40으로 평균 6.22점에 크게 못 미쳤다.


이로 인한 현상과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적 사회자본지수에 관해 말해보고자 한다. 한국의 공적 사회자본 중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편적으로 소득이 높은 국가일수록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지만, 한국은 반대로 그렇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최근 세월호나 메르스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정부에 대한 믿음이 바닥을 보인 데다, 인터넷상에는 신뢰를 잃은 정부를 향한 ‘혐오’가 넘쳐나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6.1%로,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이번 총선의 청년층 투표율은 지난 총선에 비해 7.3% 상승했지만, 아직도 50-60대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20대의 투표율 자체는 가장 낮다. 이는 바로 청년층이 가진 사회효능감이 낮기 때문이다. 사회효능감은 자신의 노력으로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 믿는 정도를 말한다. 즉, 청년들은 투표로서 자신이 처한 현실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지 않고, 이는 곧 낮은 공적 사회자본지수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사적 사회자본지수는 어떨까. 한국의 사적 사회자본지수가 낮은 이유를 우선, ‘사회 배려 부문’에서 찾아보자. 사회 배려 부문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관용 항목’과 ‘개인 선택의 자유 항목’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32개국 중 각각 31위, 29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낮은 순위를 얻게 된 까닭은 지난 총선의 공약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선거 기간 동안 많은 후보자가 ‘동성애를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표명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유세에서 “동성애는 인륜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성소수자와 이슬람교도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기독자유당’이 등장하기도 했다. 기독자유당은 동성애가 에이즈를 유발한다는 허위사실까지 유포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2.6%의 정당득표율을 얻었고, 앞으로 국가로부터 일정한 정당보조금을 받게 된다. 이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성소수자를 향해서 악의적인 시선을 드러내거나, 혐오와 차별이 계속된다면 사적 배려 부문 점수는 개선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또한, 개인선택의 자유 항목 역시 낮은 지수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직업 선택 자유의 폭이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소년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국가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이 꿈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직업을 추구할 것 같았지만, 경제적인 안정을 제공하는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만 높아지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는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고 해서, 장애인이라서, 성적 정체성이 달라서’ 등의 이유가 삶의 제약이 되는 일이 점점 줄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 속도가 매우 느리다.
 

한국의 사적 사회자본지수가 낮은 두 번째 이유로는 ‘사적 신뢰 부문’을 들 수 있다. 특히 ‘친척이나 친구에 대한 신뢰’가 OECD 32개국 중 31위를 차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가족 간의 신뢰가 무너져 이혼, 별거가 늘어나고 힘들 때 가족과 친척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사적 신뢰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사적 신뢰 부문 중 ‘타인에 대한 신뢰 항목’이 22위를 차지해 친척이나 친구에 대한 신뢰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가장 가까운 사회인 가족 공동체, 이웃 공동체의 신뢰관계부터 무너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공동체 지수’가 OECD 중 최하위권이라는 사실도 짚어야 한다. 공동체 지수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이웃이나 친구 등 사회적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다. 가까운 가족공동체와 사회적 공동체가 붕괴하면서 이웃의 도움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진 것이다. 아동 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할 때마다 주변 이웃들이 한결같이 “전혀 몰랐다”라고 말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이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지난해 1,2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주변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이들이 이제는 셀 수 없이 많아진 것이다.


이렇듯 한국의 사회자본지수가 OECD 중 최하위권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공적, 사적 사회자본의 중요 요소인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사회 간의 신뢰 부족으로만 볼 수 없다. 사회자본지수가 낮으면 개인과 사회의 갈등이 증가하며 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다. 게다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증가해 정부는 효과적으로 정책을 발휘할 수 없다. 즉, 국가 전체의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결국, 증가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부담은 정부와 국민에게로 돌아온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 더 서로를 믿지 못해 생기는 크고 작은 상처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크게는 국가, 작게는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는 어서 서로를 믿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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