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모가 자식을 폭행하고,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학대하는 등의 사례가 연이어 보도됐다. 이러한 세태에 맞춰 등장한 영화 <4등>은 사회 속에서 아이가 당하는 폭력을 주제로 한다. 하지만 내용이 전개되며 관객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본래 영화가 가진 의도를 잘 드러내지 못했다.

  수영코치 ‘광수’는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주인공 ‘준호’를 학대한다. 준호는 그 폭력을 견디다 못해 중간에 수영을 그만두는 선택까지 하는데, 영화는 돌연 광수의 학대를 미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광수가 준호에게 “너는 혼자 훈련해도 충분히 1등을 할 수 있을 거야”라며 용기를 주는 장면은 그간의 폭행을 덮으려 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이에 그 말을 들은 준호가 급작스레 의존적인 태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또한 공감하기 힘들다. 광수의 악행은 준호에게 무엇보다 좋아했던 수영을 포기할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는데, 마치 이 같은 일을 모두 잊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주로 광수가 준호를 혹독하게 훈련시켜 4등에서 2등이 되는 과정을 다룬다. 반면, 준호가 혼자 힘으로 1등을 하게 되는 과정은 너무나 간략하게 표현해버렸다. 일찍 혼자 훈련을 하러 가기 위해 짐을 싸는 장면 외에는 준호의 노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이처럼 단지 몇 분으로 압축된 과정은 자칫 폭력이 전제조건이 될 때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즉, ‘1등’에 걸맞은 노력의 과정이 없어 준호가 스스로 이뤄낸 최고의 결과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기적적인 일’로 비춰졌다. 이와 같은 현실과의 괴리는 과연 관객이 영화가 의도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한다. 결국, 폭력의 심각성을 자세히 묘사했던 영화 <4등>은 정말 4등을 한 것처럼 아쉬운 영화로 남았다. 
                                                                           김규희 수습기자 kbie1706@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