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독서를 즐긴다면 어린 시절『제인 에어』를 읽고 주인공 ‘제인’의 행동에 감탄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소설『제인 에어』는 제인이 여성으로서의 고유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 ‘샬럿 브론테’의 작품으로, 영국 문학계를 강타한 최초의 여성 성장 소설이다. 19세기 성 불평등이 만연했던 사회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제인의 등장은 페미니즘의 시작을 알렸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무엇인가. 그 궁극적 목표는 여성인권신장을 포함한 양성평등 실현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여성인권운동을 남성혐오주의로 폄하하기도 한다. 이들은 여성과 남성의 공존에 집중치 않고 그 사이만 파고들어 남녀를 적대적 관계로 몰고 갈 뿐이다. 혐오로 번지는 과대해석이 아닌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고 한쪽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 올바른 페미니즘의 방향이다.

이 작품의 배경인 빅토리아 시대에는 남성에게 순종하고 헌신하는 여성을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봤다. 게다가 남성에게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회를 거스르는 행위로 여겨져 대부분의 여성은 저항의지 표출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소설 속 제인은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 저항하는 동시에 여성의 주체성 회복에 앞장서는 인물로 표현된다. 제인에게 있어서 여성을 억압하는 현실을 회피한다는 것은 곧 주체의식의 포기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사회에 만연한 편견을 거부하는 그녀의 모습은 소설 곳곳에서 계속 목격되는데, 연인 로체스터에게 남녀의 평등을 주장하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당시 가정교사는 하인과 같은 취급을 받아 가정교사였던 제인과 귀족 로체스터의 사랑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러한 신분적 열위에도 제인은 당당히 “나는 예쁘지도 부유하지도  않지만 신 앞에서 당신은 나와 정신적으로 평등한 존재예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재력이나 가문 그 어떤 면에서도 로체스터보다 우월한 것 없지만, 이를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았기에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순종적 객체가 되느냐, 성차별에 맞서는 주체가 되느냐는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의지의 문제이며 용기와도 직결된다. 지금도 여성인권운동에 대해 남성 혐오주의, 여성우월주의와 같은 그릇된 시선을 갖는 이가 많다. 그러나 우리도 제인과 마찬가지로, 이에 맞서 여전히 존재하는 성별 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주체적인 삶을 위한 제인의 행보를 통해 일찌감치 사회의 성차별 문제를 지적한 소설『제인 에어』, 이 정도면 페미니즘의 교과서라 단언해도 되지 않을까.

박민영(영어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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