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 운용 체계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지금과 같은 구조로 개선됐다. 기금 관리 주체를 보건복지부로 바꾸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준정부기관’의 재정으로 활용했던 이전의 관행을 없애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현재 야당의 공약은 국민연금을 국가의 복지재정으로 여김으로써 운용 체계를 개선한 과거의 의도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말을 기준으로 482조 원에 이르렀으며, 이는 국내총생산의 약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채권에 47%, 국내주식에 19%, 해외주식에 13%, 대체투자에 10.2%를 투자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복지 사업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연금법 102조 제2항에 근거한다. 실제로 이러한 투자 방식을 통해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운용수익률은 4.57%로 국내외 부동산 투자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야당은 국민연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국민연금 수익률이 보장되고 중산층의 임대주택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사업의 효과성과 공공투자 수익률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각 지자체의 임대주택은 수익률을 4-5%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국민연금기금 1% 한도 내에서 집행 중인 복지 분야 투자는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이 -1.04%에 불과하다.

한편, 찬성 측은 공공투자로 임대주택과 복지시설을 확대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육시설을 늘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지면 자연스레 출산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는 이러한 대안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국가 재정 대신 국민연금기금을 동원해야 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연금에 대한 불신과 가입자 탈퇴 등의 혼란이 생겨 연금을 유지하는 기반을 흔들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국민연금을 형성한 주체는 일반 국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기본원칙을 변경하는 것에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노력도 없이 국민의 돈을 사용하려는 행위는 모두를 위한 ‘복지’라 말할 수 없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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