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준호’가 수영을 그만둔다고 하자 아이에게 욕을 하고 등을 떠밀어 수영장으로 보내려는 엄마의 모습은 충격적이기보다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진다. 소위 ‘강남 엄마 방식’이라고 불리는 스파르타식 교육이 우리 사회 곳곳에 빈번하게 퍼진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퍼런 멍이 들 때까지 때려놓고 그 후에 준호에게 마사지를 해주는 수영 코치 ‘광수’의 행동은 자칫 관객에게 그의 폭력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말하는 것 같다. 또한, 준호가 코치에게 맞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교육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을 쉽게 합리화해버리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사실 광수는 국가대표 선수 시절에 코치에게 심한 체벌을 받아 기자에게 고발했지만, 외면당했던 인물이다. 교육 중 발생한 학대를 방관하는 사회 문제가 결국 광수를 또 다른 가해자로 만든 것이다.

마치 4등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것 같은 이 영화는 준호가 코치 없이 혼자 수영을 하게 됐을 때 비로소 1등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결과는 1등이 최고라는 인식보다 무엇인가를 할 때 동기부여의 주체가 자신이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해준다. 맹목적으로 1등이라는 순위만을 쫓는 엄마와 광수 두 사람과 달리 준호는 1등을 해야 하는 이유를, 좋아하는 수영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운다. 1등을 한 준호는 막상 시합이 끝난 후 바로 기록을 확인하지 않는다. 순위를 떠나 처음으로 자신이 만족한 대회를 치렀기 때문이다. 영화 <4등>은 홀로 노력했던 준호에게 1등을 선물함으로써 타인의 기대와 폭력 없이 이뤄지는 자발적인 노력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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