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는 지자체적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단지 도로정비나 공원조성과 같은 도시 디자인이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환경 등 생활의 바탕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다. ‘마을만들기’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을민주주의’다. 이는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이웃과 함께 민주주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그중 장수마을은 마을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마을만들기’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성북구 삼선동에 자리 잡은 장수마을은 좁은 계단과 불규칙한 골목이 많다. 골짜기와 언덕이 반복되는 지형이기 때문에 이를 가로지르려면 오르고 내리는 일이 쉽지 않다. 이 지역의 또 다른 이름은 ‘삼선 4구역’으로, 2004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으나, 문화재가 인접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층수가 제한돼 무산됐다. 이 때문에 이곳은 25년이 훌쩍 넘은 노후주택이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마을은 도시가스 등 기초적인 설비가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재개발 사업 때문에 낡아가는 집을 마음대로 고칠 수 없었다. 결국, 주민들은 재개발 대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2007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마을만들기’ 계획을 세웠다.

   지난 2013년, 마침내 서울시는 성북구 삼선 4구역의 재개발예정구역 해제를 결정했다. 이후 마을활동가와 주민이 모여 ‘마을 가꾸기 사업’을 위해 힘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작은 마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낡은 하수도관을 정비하고 범죄 예방을 위해 CCTV 설치가 이뤄졌다. 뒤이어 울퉁불퉁했던 골목길을 새로 포장하고, 경사가 심한 곳에는 노인들이 잡고 오르내릴 수 있는 난간이 설치됐다. 그리고 주민들이 예전부터 염원하던 도시가스도 들어왔다.

   이 외에도, 마을의 중심부에는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박물관과 주민 사랑방, 도성마당이 만들어졌다. 도성마당에서는 성곽마을의 가치를 시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강연이나 공연이 이뤄지며, 사랑방은 손재주를 가진 노년층이 모여 동네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곳이다. 또, 골목 사이의 주택엔 주민의 삶을 기록한 ‘마을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이곳에 50년 넘게 거주한 한 할머니의 집을 고친 뒤 주민들이 기증한 물건으로 꾸며졌다. 재개발로 마을의 전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삶의 질을 개선하게 된 것이다.

   장수마을은 기본적인 시설이 정비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회의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 마을기업을 통한 일자리 제공, 노후·불량주택 개보수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장수마을이 올해 새롭게 시작한 사업은 ‘길고양이 급식소 만들기’다. 이는 도시 생태계 일원인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것으로, 마을공동체가 자발적으로 추진했다.

   한편, 성북구는 2012년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해 3년 연속 우수 자치구로 선정됐다. 이에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단체의 방문이 줄을 지었고 성북구는 ‘장수마을 마을만들기 벤치마킹코스’를 제작해 운영하고 있다. 성북구 자매도시 중 하나인 제천시는 마을 활성화를 위한 ‘새뜰마을사업’을 추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제천시 관계자와 주민대표가 직접 장수마을 곳곳을 돌아봤다. 올해만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50여 명이 다녀갔으며 작년에는 국내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150여 명이 장수마을을 방문했다.

   성북구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는 성북구 전역에 다양한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이처럼 마을민주주의는 연대의식이 실종돼가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던져주고 있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