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의 일탈, 그 배후세력에 대한 수사 필요성
 
모든 인간은 천부인권인 신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헌법도 이러한 천부권리를 인정해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신념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보장돼야 하며 이를 위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단체의 자유를 무제한 허용해 줘야 할지는 의문이다. 최근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로부터 5억 원이 넘는 거액을 벧엘재단이라는 단체 통장으로 편법 지원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이 지원금으로 탈북자나 노인을 동원해 집회에 참여하도록 한 후 일당을 지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어버이연합이 개최한 집회 및 시위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나 야당이 개최한 집회를 방해하는 맞불집회가 대부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이나 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을 성토하는 집회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일삼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세월호 사태의 진상 규명 및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단식집회에 나타나 폭식 퍼포먼스를 펼치거나, 메르스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 또한, 대기업에 유리한 입법촉구 시위 등 민의를 왜곡하는 청부집회를 반복적으로 개최해 왔다. 나아가 기업 이미지를 악화시키겠다며 특정 기업을 겁박해 집회 불개최 대가로 부당한 자금지원을 받기도 했으며, 자신들에 대해 불리한 뉴스를 보도한 JTBC 방송국 앞에서 시위를 여는 등 집회 및 시위권을 남발했다.
이런 행위를 해왔던 어버이연합에 5억 원을 지원한 전경련은 대기업이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한 대기업지원단체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어버이연합이라는 특정 단체에 정치 목적의 집회를 개최하도록 송금해 금융실명법을 위반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이들은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한 이유를 전혀 밝히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전후 상황을 통해 현재 많은 사람이 전경련이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러한 의혹은 국가정보기관이 전경련을 통해 특수활동비를 어버이연합에 지원한 것 아니냐는 야당의 주장으로 더욱 붉어졌다.
이어 지난달,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이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선임행정관과 집회 개최와 관련해 여러 차례 협의했다고 스스로 폭로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통해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을 이용해 정권에 유리한 여론전을 벌였다는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어떠한 상황에도 정부는 국민이 자신의 신념에 의해 개최한 집회나 시위에 관여하거나 지시 또는 협의해서는 안 된다. 만일 관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와 대한민국헌법정신을 유린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탈북자인 유우성 서울시 공무원에 대한 간첩조작사건의 증거조작에 어버이연합이 관련됐다는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졌다. 또한, 어버이연합이 갖고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문제와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목적으로 19회나 개최된 비방집회를 기획한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문서 역시 국정원이 작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어버이연합은 불법적으로 개최한 집시법 위반사건에 대해 법원의 형사처벌과 소액의 벌금형만을 받았다. 심지어 집행유예 기간에 폭력적인 집회를 벌였는데도 다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등 지나치게 미온적 처벌이 이뤄져 왔다.
신념 없는 개인이 전경련과 국정원, 청와대의 부당한 지원과 개입에 의해 집단의 왜곡된 신념으로 포장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정의로워야 한다. 헌법정신을 위반한 어버이연합과 배후조정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오시영(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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