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역사 논란,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지난 3일, 온스타일에서 방영된 <채널 AOA>에서 아이돌 그룹 AOA의 멤버인 설현과 지민의 발언에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인물의 사진이 제시되면 그 이름을 맞추는 게임에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보다 못한 제작진이 ‘이토 히로부미’라는 힌트를 줬는데도 지민은 김두환의 일본식 이름인 ‘긴또깡’, 설현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답했다. 이후 그들은 여론의 채찍질을 피해갈 수 없었다. 네티즌은 그들이 우리 역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질책했다. 또한, 해외에서도 이들의 무지함에 대한 수위 높은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게 과연 이들만의 무지함일까? 우리는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현행 역사교육체계는 주요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수업일수 속에서 단순히 주입식 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3년 내내 매일 배우는 주요과목에 비해 역사과목은 1-2년 동안 일주일에 3시간 정도 배우는게 고작이다. 시험을 위해 허겁지겁 답만 외우는 방식 속에서 역사의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질 리 없다. 결국, 역사는 시험에만 필요한 것으로 치부되고, 그러다보니 우리의 기억 속에서 금방 잊혀진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질 수 없으며, 역사를 통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방법 또한 배울 수 없다.
이번 논란이 일어난 뒤, 한 방송사에서 안중근 의사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시행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많은 행인이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도 알아맞히지 못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10명 중 8명이 안중근 의사를 몰랐다. 이는 결국 위 사건이 두 아이돌 가수의 무지함으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의 역사 지식 부족 실태를 알리는 사건으로 확장됨을 보여준다.
물론 설현과 지민이 방송에서 안중근 의사를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긴또깡’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발언한 것은 충분히 잘못한 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역사의식의 부재로 인한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이번 일을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기보다는 현행 역사 교육체계를 정비하고, 스스로 역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김유경(국어국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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