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등을 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의 국내 첫 전시회가 열렸다. 영화 속 캐릭터, 스토리의 탄생 과정과 그 배경이 제작되는 단계를 세세히 담고 있으며 직접 태블릿으로 등장인물의 표정을 바꿔보는 등 그래픽을 시현해볼 수 있는 체험관이 마련돼 있다. 8월 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환상적 스토리’ 없는 애니메이션 전시회
‘드림웍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인물은 각각 독특한 개성을 뽐내며 시선을 끈다. 게다가,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환상적으로 그려졌다. 비현실적 세계를 다양한 색채와 기법으로 표현해 관객으로 하여금 영상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력으로 이들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드림웍스’의 관객들은 좋아하던 캐릭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첫 기회인 만큼,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별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입구부터 ‘슈렉’의 귀가 달린 초록색 매표소, <쿵푸팬더>의 ‘포’ 인형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전시의 구성은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해 아쉬웠다. ‘드림웍스’의 역사와 영화의 제작 과정을 다룬 작업물은 지나치게 기술적 측면만 다뤘다. 애니메이션을 완성하기 전 편집, 그래픽, 영상화의 단계에만 초점이 맞춰져 그 외의 면은 살펴볼 수 없었다. 작가가 스토리의 영감을 얻었던 순간도 간략한 그림과 설명으로 나열돼 있을 뿐이었다. 또한, 전시된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은 작은 크기의 상자 안에 박제돼 있어 관객이 스크린을 넘어 캐릭터를 만나는 생생함을 느낄 수 없었다.
이에 비해, 지난해 열렸던던 미야자키 감독의 <스튜디오 지브리 특별전>은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냈다. 관객은 곳곳에 전시돼 있는 등장인물의 조형물을 직접 만져보고 영화와 똑같이 꾸며진 배경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드림웍스의 첫 특별전은 전시회가 열리기 전부터 눈길을 모았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에 비해 특별함 없는 딱딱한 구성으로,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애니메이션이 ‘살아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별전>은 관객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 전시였다. 전시구조와 방법에서 그 섬세함이 드러나는데, 그중 영상부스의 모니터 위쪽에 설치된 스피커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둥근 모양의 유리가 스피커 주위를 감싼 형태로, 음향이 사방으로 퍼지기 전, 아래에서 영상을 보기 위해 서 있는 사람들의 귀로 전달한다. 이로써 소리가 바로 전달 돼 영상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준다.
또, 작업 테이블을 재현한 전시물에서도 창의성이 돋보였다. 이는 실제 작업실처럼 구현하기 위해 포스트잇과 스케치북, 각종 색연필 같은 소품을 사용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천장에 설치된 빔프로젝터를 사용해 포스트잇과 스케치북 위로 영상을 재생한다는 것이다. 빈 포스트잇에 그림이 그려지고 스케치북에서 좀 더 구체화한 캐릭터로 나타난다. 테이블 위에 펼쳐지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드림웍스 작업실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전시장 중간에는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PC가 배치돼 있다. 화면을 터치하는 방법으로 등장 인물의 눈썹 각도부터 바다의 물결 강도까지 손수 제작해볼 수 있다. 이러한 부스를 마련한 것은 관객이 직접 애니메이터가 돼 더욱 전시회를 생생하게 체험하길 바란 드림웍스의 의도로 보인다.
전시의 전개가 캐릭터 스케치부터 스토리 제작, 그리고 세계관 구축으로 진행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시장 한편에 쌓여 있는 브레인스토밍 공책 더미도 한 몫 하는데, 관객이 애니메이션의 시작부터 끝까지 상세히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이 전시에 더 몰입하도록 했다. 이처럼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별전>은 여느 전시보다 특별하게 구성돼 애니메이션의 생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줬다. 제2의 드림웍스 전시회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진경 수습기자 wlsrud68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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