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있어빌리티’가 요즘 트렌드란다. ‘있어 보인다’라는 단어와 능력을 뜻하는 ‘ability’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그러니 그 뜻을 풀어보면 ‘있어 보이는 능력’ 정도가 되겠다. 사실 ‘있어빌리티’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SNS다. 밥 한 끼를 먹어도 우리는 꽤 ‘있어 보이는’ 곳에서 ‘있어 보이는’ 음식을 먹었다는 걸 남기기 위해 먹기 전에 잘 세팅된 접시 그대로 사진을 찍는다. 스마트폰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을 ‘있어 보이게’ 연출할 수 있으니 자기 PR 시대에 이만한 가성비가 있을까.
  사실 ‘있어빌리티’의 세계가 가장 잘 구축돼 있는 곳은 방송이다. 방송에는 일찍부터 ‘연출’이라는 분야가 직업적으로 세분돼 있었다. 볼품없는 세트에서 촬영을 해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그럴듯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는 걸 일찍이 연출가들은 잘 알고 있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와 음식을 뚝딱 만들어 선보이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럴싸하쥬?”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일상적인 재료로 만들어도 마치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 같은 음식을 연출해내는 것. 백종원은 ‘있어빌리티’가 뭔지를 잘 안다.
  하지만 이것이 이처럼 긍정적인 뉘앙스만 풍기는 건 아니다. 즉 ‘있어빌리티’는 ‘있어 보이는 능력’일 뿐, ‘실제 있는 능력’을 얘기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세상이 온통 ‘있어빌리티’를 추구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 보면 실체가 아닌 연출된 것에 현혹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그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보이고 싶은 본능적인 것을 얘기해주는 것 같지만, 요즘의 ‘스펙 사회’처럼 외적 조건들을 기준 삼는 사회 문제와 결합되면 사안은 훨씬 무거워진다. 그래서 ‘있어빌리티’란 그런 외적 조건이 없거나 부족한 보통사람이 가장 싼 값으로 자신을 연출해 ‘있어 보이려는’ 안간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물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어도 커피 한 잔은 괜찮은 카페에 마시는 ‘작은 사치’ 정도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가끔은 모든 현실적인 것들을 떠나서 조금은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거나 여행을 떠나는 것도 어찌 공감하지 않을 수 있으랴.
  하지만 어쨌든 실재가 아닌 ‘있어빌리티’의 가상을 추구하는 현실이 마냥 상식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같은 ‘가면의 삶’은 결국 자신의 삶을 허무하게 만드는 ‘껍데기’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있어빌리티’를 추구해야 비로소 생존할 수 있는 현실은 그 구성원들을 진정한 행복에 다다르게 하지는 못한다. 가상과 판타지에 기대어 일탈적 만족감을 줄 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스펙이 아닌 그 사람, 가격이 아닌 가치를 바라볼 수 있는 현실, 그래서 ‘있어빌리티’가 굳이 필요 없는 세상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미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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