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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우리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
『동물들의 소송』-안토니 F. 괴첼 / 알마-
2016년 05월 30일 (월) 17:44:52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지난 15일에 방영된 프로그램 <동물농장>은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비인도적 개 번식장을 주제로 다뤘다. 수컷의 정액을 강제로 암컷에게 투여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하고 비전문가가 어미의 배를 갈라 새끼를 꺼내는 등 잔혹한 실상을 여과 없이 밝혀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에 SNS와 인터넷상에서 ‘강아지 공장’의 철폐를 위한 서명운동이 활발히 벌어졌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에 따른 처벌이 ‘솜방망이’ 식이라는 것이다. 앞선 ‘강아지 공장’의 사례도 향정신성 의약품을 사용했다는 것 이외에는 어떤 처벌도 불가능하며 이곳의 강아지는 주인의 사유재산으로 분류돼 압수할 수 없다. 개를 한 곳에 묶어놓는 것조차 불법인 나라도 많지만, 한국은 짧은 줄에 묶고 식량을 제공하지 않아도 이를 단속할 근거가 없다.
  이런 문제가 공론화되기 이전에도 동물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그러나 ‘동물’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주-종 관계로만 인식하는 사람에게 ‘동물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라는 이유로 가치관을 바꾸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이 과연 존엄성을 가진 존재인가”, “인간과 견줄 만한 존엄성이 동물에게 있을까”라는 질문은 ‘동물을 이용하는 사람의 권익과 동물 보호 중 어떤 것이 우선돼야 하는가’라는 논제와 연관돼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동물들의 소송』에는 이에 대한 현실적인 답이 담겨있다. 이 책의 저자인 안토니 F. 괴첼은 동물 보호를 위해 애써온 세계 최초의 동물변호사다. 그는 수년간 겪어온 경험을 통해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기존의 잘못된 생각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 인간은 ‘동물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결정해버린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닭이 앞을 못 보게 되면 좁은 닭장에서 서로를 쪼아대는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 생각해 ‘눈먼 닭’을 부화시켰다. 이는 우리의 개인적 판단과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행위다. 게다가, 세계 곳곳에서는 동물과의 성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쉽게 발정하는 수캐를 보고 반려견 또한, 자신과의 성행위에 동의한다고 간주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중 8%, 여성 3.5%가 살면서 한 번 이상 동물과 성적 접촉을 했다고 답했다. 지적 수준이 낮거나 특정한 문화권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심지어 배우자가 있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인간의 끔찍한 편견에 의한 행위일 뿐이다.
  또한, 사람들은 흔히 동물을 ‘먹으면 안 되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별한다. 강아지, 고양이, 토끼 등은 자신이 사랑하기 때문에 아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돼지와 소, 참치는 단순히 식용으로 취급하는 이중잣대를 가지는 것이다. 이 역시 앞선 맥락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주관에 의한 선택이다. 생김새가 귀엽거나 촉감이 좋고, 인간에게 특정한 반응을 보이는 동물만 보호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협한 시각인 것이다.
  그러나 동물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또한 ‘존엄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동물은 좋고 싫은 감정을 인간이 인지하도록 표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사람이 그들에 대한 자의적 판단을 하는 것인데, 동물에게도 자신만의 습성과 움직임의 자유를 누릴 권한이 있다. 이때의 ‘존엄성’은 앞서 언급한 동물의 특성을 무시하고 성행위 등의 불쾌한 행동을 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그들을 모욕하는 것을 금지할 근거가 된다. 그러나 아직 전 세계에서 헌법에 동물의 존엄성이 명시된 국가는 스위스가 유일하다. 동물도 괴로움, 고통, 공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외모나 특성 때문에 인간에게 지나치게 이용당할 때 그로부터 보호해야 할 법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용기 있게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 학대를 일삼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명분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도록 애써야 하며 식당에 갔을 때 올바른 방법으로 식재료를 구해왔는지 물어보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강아지 공장’ 철폐 서명운동도 긍정적이다. 인간이 자의적으로 동물을 판단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동등하게 ‘존엄적’인 생명체라는 것을 모두가 인지할 때 그들을 진정으로 보호할 수 있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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