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태화샘솟는집’ 관장 문용훈, 후원홍보부 이두리

1986년은 아직 우리나라가 정신장애인 복지에 대한 관심이 적었을 무렵이다. 이때 ‘태화샘솟는집’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로서 등장하게 된다. 현재는 160여 명의 정신장애인 회원이 등록했고, 이곳 회원들의 취업 비율은 52%에 달한다. 1995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지역공동체 중심의 정신장애인 사회 복귀 시설 ‘클럽하우스’ 인증을 받기도 했다. 정신장애인의 꿈을 책임지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태화샘솟는집에서 관장 문용훈(51) 씨와 후원홍보부 이두리(32)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문용훈(이하 용훈) : 샘솟는집의 관장 문용훈입니다. 1992년도에 입사해 20년이 넘게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장,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위원 등도 맡고 있습니다.
이두리(이하 두리) : 저는 샘솟는집 후원홍보부에서 일하고 있는 이두리입니다. 동덕여자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정신보건사회복지사로서 병원에서 2년 넘게 일을 하다가 지역사회로 나와 이곳에서 일하게 됐어요.

클럽하우스란 무엇인가요
용훈 : 전통적으로 ‘정신 질환’이라 하면 치료적인 면이 강조됐어요. 옛날에는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을 신 내림을 받았거나 악마에 씌운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묶어놓거나 가두는 게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정신장애인을 오로지 ‘환자’로만 인식한 결과죠.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최근에 이르러서야 그런 인식에서 벗어났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정신보건법이 개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중심에는 지역사회 속 정신보건 복지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정신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사회에 적응해나가도록 도와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줬으니까요.
앞서 말했듯이 예전에는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치료와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다보니, 본인의 의사보다 전문가와 보호자의 의견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치료를 위해 의사나 전문가가 만든 커리큘럼과 프로그램에 환자는 선택의 여지없이 참여해야 했죠. 하지만 정신장애인 본인이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해요. 타인에 의해 자신의 의사가 무시되는 경험이 지속되다보면 지역사회에 나갔을 때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전통적인 모델은 치료와 보호만 강요하는데, 이는 오히려 정신장애인을 폐쇄적인 공간에 가둬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에 반해 클럽하우스 모델은 정신장애인이 본인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지역사회 안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죠. 클럽하우스에서 이들은 ‘환자’가 아닌 ‘회원’으로 불립니다. 이곳에서 저희는 전문가로써 있는 것이 아니라 회원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로 존재해요. 회원은 개방적인 지역 환경 속에서 본인의 의지대로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샘솟는집이 주택가 가까이에 세워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또, 샘솟는집에는 직원만의 공간은 따로 없어요. 전문가와 환자를 구분하는 벽을 세우지 않기 위해서죠.

클럽하우스 ‘샘솟는집’의 특징이 있다면요
용훈 : 정신 질환은 보통 16-24세에 많이 발병하다 보니 많은 정신장애인이 학업에 집중하거나 장래를 계획할 시기를 놓치게 돼요. 그래서 샘솟는집은 이곳에 온 회원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공부가 있다면 그에 맞춘 교육을 마련합니다. 또,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단순히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묻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함께 찾아주는 거죠. 회원들은 중요한 시기를 놓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기회가 많이 없었을 거예요. 하고 싶다는 마음은 많은 경험을 해보면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두리 : 샘솟는집에서 회원들은 건강지원부, 취업부, 후원홍보부, 주거지원부, 회원지원부 총 5개의 부서에서 업무를 접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 직원과 함께 실제 다양한 일을 경험하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죠.

샘솟는집의 일과가 궁금해요
두리 : 샘솟는집은 오전에 부서 회의를 하는데, 이때 회원도 이곳의 담당자로서 직원과 함께 샘솟는집 업무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그러면서 직원은 자연스럽게 회원의 힘들었던 점, 좋았던 점도 알 수 있게 되고요. 회원은 직원과 같은 입장에서 업무 정보를 얻고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기획하며 일을 할 수 있는 거예요. 맡은 일의 업무 담당자가 돼서 일을 해보는 건 생각보다 회원의 주도적 생활에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회원들이 업무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원은 회원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 개별적인 상담과 지원을 해드리고 있어요. 또, 일과 중간에는 취미활동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요. 회원의 결정과 선택에 따라 일과가 진행되는 거죠. 주말에도 회원들의 선호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이곳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용훈 : 군대에 갔을 때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어요. 그 친구가 저한테 밤이면 했던 얘기가 있어요. 본인은 삼성 이병철 회장의 손녀와 사귀는 중인데, 삼성가에서 그걸 반대하는 터라 군대로 도망 온 거라고요. 선임은 자기를 감시하러 온 사람이라고 말했죠. 지금은 제가 정신 보건 분야에 있으니까 그 친구가 망상과 피해의식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몰랐어요. 나중에 가서 그 친구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저는 ‘왜 사회에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돕는 곳이 많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복지를 한 번 공부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죠. 원래 다니던 대학에는 사회복지학과가 없어서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로 다시 입학했고요. 그렇게 10년 정도만 공부하고 이 분야에서 일하면 사회가 바뀔 줄 알았습니다. 근데 25년이 지나도록 정신 보건 영역의 상황이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아서 씁쓸하네요.
두리 : 저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기보다는 저 자신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정신 보건 영역에서는 ‘자기 인식’이란 게 중요하거든요. 저를 탐색하는 것이 좋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정신 보건에 관심도 가지게 됐습니다. 또, 자원봉사를 하던 도중에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어디서 나와 차이가 생기게 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면서부터 그분들의 삶에도 관심을 두게 됐어요. 그들의 삶 이야기를 듣고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이 뭘 까도 생각해보고요. 결국, 자기 탐색으로 시작해 타인에 대한 관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정신 보건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샘솟는집 회원분들의 취업자 비율이 높은 이유가 있다면요
용훈 :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는 이유에는 맡은 업무가 힘든 것도 있겠지만, 직장 사람들과의 관계도 큰 영향을 미쳐요. 취업부의 회원들이 외부 취업장을 그만두는 시기를 살펴보니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더라고요. 그래서 샘솟는집의 취업부 직원은 그런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미리 회원에게 적합한 일터를 찾아보고 직접 일을 해보고 판단을 내립니다. 이후에는 취업장에서 회원과 일주일 동안 함께 일을 해요. 직원이 취업장에 같이 가면 회원은 익숙한 사람과 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까요.
또, 그 지역에서 유사한 일을 하는 회원 모임을 만들어요. 공통적인 일을 하고 있으니 서로의 직장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이걸 공동체의 힘이라고 봐요. 어떤 회원 분은 결국 일을 그만두기도 해요. 하지만 회원분이 계속 취업을 시도하도록 격려와 도움을 드려야겠죠. 일을 일주일만 하고 기관으로 돌아와도 항상 환영해주는 게 샘솟는집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에게 전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두리 : 젊은 친구들이 정신장애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들에 대한 편견을 더 쉽게 떨쳐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견을 인식하고 배우면 금방 이분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을 거예요. 샘솟는집은 정신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토크 콘서트 등의 여러 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런 행사가 있을 때 한 번쯤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보면 이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거예요.

글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사진 태화샘솟는집 제공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