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한 달도 남지 않은 5월 말, 대학생 김 모(21) 씨는 여행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그녀가 중학생 때 가족과 함께 떠났던 중국 패키지 여행은 기대와 달리 필수코스로 껴있는 쇼핑센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후 패키지 여행에 신물이 난 김 씨는 지난해 자유여행으로 일본을 다녀왔지만, 3박 4일이라는 짧은 일정동안 일본의 문화를 체험하기에는 부족했다. 좀 더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그녀에게 필요한 여행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공정여행’이다. 이는 여행지의 환경을 해치지 않고 현지인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으로, ‘책임여행’이라고도 불린다. 오늘날 여행의 만족도를 중요시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공정여행은 하나의 문화로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금은 불편해져야 하는 여행
여행자가 공정여행을 하는 데는 지켜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숙박과 음식점을 해결할 때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 중에서 친환경적이고 노동조건이 올바른 장소를 이용해야 한다. 또한, 동물을 학대하는 쇼를 보지 않음으로써 동물을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 이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사진을 찍을 때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는 작은 것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것까지 실천해야 한다. 또한, 물건을 살 때도 공정무역과 전통시장을 이용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천이 모여 자연을 보호하고 지역 주민의 상권을 지켜주는 활동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여행객들에게도 의미 있는 여행으로 기억될 수 있다.
이러한 공정여행은 2009년 나효우 대표가 사회적 기업 ‘착한여행’을 설립하면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착한여행의 대표적인 여행 상품으로는 일정 중 하루를 현지 주민 마을 속에서 머무르는 ‘마을여행’이 있다. 이는 현지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어 관광객의 만족도가 높다. 또한, 캄보디아 여행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한 수익금이 직업학교 학생의 교육비로 지원된다.
이외에도, 착한여행은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자원봉사 여행을 기획해 서울시 관련 단체와 대학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착한여행은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 50여 개국의 상품을 기획 중이다.

공정여행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최근 UN이 2017년을 지역사회의 경제적 이득과 생태보존이 가능한 ‘지속 가능한 관광의 해’로 정하면서 앞으로 공정여행에 대한 관심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계 흐름에 발맞춰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관광 두레’라는 관광 상품을 만들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정여행을 진행한 화성시의 착한여행 ‘하루’는 지역 주민을 배려한 갯벌 생태탐사, 승마체험 등의 코스를 마련해 관광객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 중이다. 현재 공정여행은 나아가 정부가 주관하는 지역 사회를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 속에 공정여행 기획자는 새로운 일자리로 대두됐다. 실제로 착한여행은 공정여행 기획자를 양성하는 여행대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인적자원을 양성함으로써 공정여행의 순기능을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타지키스탄으로 공정여행을 떠났던 대학생 박 모(23) 씨는 “이곳에 있는 야크하우스라는 단체는 목축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이 야크, 염소 등의 털과 가죽으로 만든 기념품을 판매한다. 내가 이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지역주민에게 혜택이 된다는 뿌듯함이 여행 내내 지속돼 힘든 여정도 견딜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정여행은 지역 문화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현지인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띌 수 있다. 이제는 생각을 전환해 여행지와 그 주민이 함께 행복해지는 여행을 할 때이다.


글·사진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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