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5 수 09:21
> 뉴스 > 사회 > 사회
     
지진 앞에 속절없이 갈라질 한국
2016년 09월 02일 (금) 10:02:53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지난 7월, 부산 해운대에서 정체불명의 가스냄새로 곳곳에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게다가 그 다음날에는 광안리 해수욕장에 수십만 마리의 개미떼가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SNS와 온라인상에서 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었다. 1995년에 일어났던 일본 고베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 의문의 가스냄새가 퍼진 것과 동물이 자연재해를 미리 감지할 수 있다는 소문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국민안전처가 ‘지진과는 관련없다’라며 민심 안정에 나섰지만, 한동안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더라도 ‘지진’의 원인과 대비책을 알지 못하니 근거 없는 소문에도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가까운 일본과 에콰도르 등 세계 각지에서 지진 피해가 반복되며 이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길 정도로 한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최근 10년간 국내의 지진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06년 50회, 2009년 60회, 2013년 93회, 2015년 44회를 기록하고 있다. 그중 규모 3 이상의 발생횟수는 2009년 8회, 2013년 18회, 2015년 5회다. 그간 한반도의 지진 역사를 보더라도,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총 2161회의 지진이 기록돼 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에는 규모 7 이상의 강진들이 다수 발생했다고 나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울산에 있었던 규모 5 의 지진은 우리가 지진으로부터 그리 안전하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활성 단층’이라는 지질 구조로 인해 대지진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각 운동으로 지층이 끊기면서 생기는 층을 단층이라 하는데, 이 중에서도 현재 살아 움직이는 단층을 ‘활성 단층’이라 한다. 정부 조사 결과, 한반도에는 약 50여 개의 활성 단층이 존재한다. 길이가 수km 정도로 짧아 단층 자체의 위험성은 낮지만, 대부분 원전이 자리한 경남과 울산에 집중돼있어 위협적이다. 더 큰 문제는 부산에서 12km 떨어진 앞바다에서 발견된 ‘해저 활성 단층’이다. 이 단층을 따라가면 부산과 울산을 가로지르는 육상단층인 일광 단층과 만나게 된다. 즉, 해저 지진이 일어나게 되면 일광 단층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광 단층과 고리원전지대의 거리는 불과 5km밖에 되지 않는다.

새로운 지각판의 존재 역시 한국에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애초에 한국은 유라시아판이라는 거대한 지각 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3년 MBC에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천문연구원과 중국 연구진의 연구 결과 한국이 ‘남한판’이라는 작은 지각판 위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천문연구원장은 한반도가 유라시아판처럼 큰 판이 아닌 작은 남한판 위에 있어 대형 지진의 위험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판의 크기가 작아지면 국토가 판의 내부가 아닌 경계에 걸칠 확률이 높아서다. 또, 판 경계와 밀접한 것이 위험한 이유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의 가능성이 큰 활성 단층이 경계 주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이 과연 지진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대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지난 7월 5일 울산에서 발생한 진도 5 규모의 지진을 관측한 일본 지진조사위원회 히라타 나오시 교수는 한국도 진도 7 수준의 지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가 한국에서 발생할 대형 지진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음에도, 대비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전국 내진 설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건축물 698만6,913동 중 현행 건축법상 내진설계 기준을 충족한 건물은 47만5,335동으로 나타났다. 전국 건축물의 내진율이 6.8%에 그친 것이다. 의무 내진설계 대상인 건축물을 기준으로 삼아도 내진율은 3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공공건축물과 학교시설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으며, 재난 시 대피소나 이재민 수용시설로 이용되는 곳인데도 각각 내진율이 17.27%, 22.62%에 그쳐 우려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내진설계 기준은 1988년 이후부터 의무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1988년 이전 준공된 아파트나 주택은 내진설계가 되지 않았다. 결국, 오래된 건물에서 사는 사람들은 지진 재난에 훨씬 더 취약한 상태인 것이다. 민간 건물이 내진설계를 보강하면 재산세, 취득세가 감면되기는 하지만,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내진보강비용은 수 천만 원이 들지만, 세금혜택은 몇십 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듯 국민이 지진 발생 시 피해를 겪을 것이 분명한 상황인데도, 정부의 지진 대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울산에서 진도 5 지진 사태가 난 후, 지진의 여파로 원전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규모 5 지진 원전 영향 없다. 안전하다”라는 대답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7월에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진 발생 시 인근 지역 인적, 경제적 피해규모를 평가하거나 시뮬레이션 한 게 있냐”라는 윤종오 의원의 질문에 “따로 한 것은 없다”라는 답변을 내뱉어 비난을 샀다. 원안위는 지진이 원전에 피해를 줄 것인지만 신경 쓰고, 정작 지진이 발생했을 시 피해규모와 대비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원전이 아니라도 정부의 대비가 문제가 되는 곳은 또 있다. 지난 6월, 지진이 났을 때 이를 수습해야 할 전국 컨트롤 타워 건물 268곳 중 110곳인 41%가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 밝혀졌다. 지진에 대응할 대책소임에도 건물이 오래되고 낡아, 강진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꾸준히 관리돼야 하는 지진 대피소 역시 상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대피소가 내진설계에서 낙제점을 받았을뿐더러, 창고나 주차장으로 쓰이는 등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울산 지진 이후 대피소 정보를 찾는 시민이 늘고 있지만, 지정된 임시대피소가 어딘지 안내받을 경로도 마땅히 없다.

게다가 올해 초 규모 2.7, 3 등 크고 작은 내륙지진이 이어진 충청지역에서는 건축물 인허가 때 건축물 설계자가 내진설계 확인서만 제출하면 내진설계 건물로 검증됨이 알려져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처럼 형식적인 서류로만 확인을 한다면 가짜 내진건물이 세워지기도 한다. 실제로 2008-2010년 서울 5개구와 청주·제천지역에서 내진설계가 된 2,355동에 대한 내진설계 적합성을 조사한 결과, 확인서가 허위 적발된 경우가 60%에 이르렀다. 정부와 지자체의 허술한 행정처리가 지진 발생 시의 위험도를 오히려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지진 대비에 매우 소극적이다. 지진의 위험을 일상에서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앙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시에 찾아온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대비책 마련이 중요한데, ‘지진의 나라’로 불리는 칠레가 모범적인 지진 대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칠레는 지진활동이 가장 활발한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있다. 196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칠레는 대지진이 날 때마다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에 시달렸었다. 그러나 대대적인 체계 정비와 재난 대비 인프라 구축을 거친 뒤 피해 규모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물론, 칠레도 방심이 불러온 위기가 있었다. 지난 2010년 지진 때 쓰나미 경보가 제대로 발효되지 않아 많은 관광객이 희생된 사건이다. 정부의 신속지 못한 대피 명령이 불러온 참사였다. 그러나 칠레는 반성과 체계 보완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증명했다. 5년 후인 2015년 9월, 칠레에 강진이 발생하자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직접 TV에 출연해 국민의 대피를 촉구한 것이다. 이 방송으로 수 시간 만에 백만 명에 다다르는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재난에 준비했던 태도가 낳은 결과였다.

오늘날 칠레가 진도 9 규모에 달하는 강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건, 재난에 대비하는 ‘자세’에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처는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올 상반기 국내서 발생한 규모 2 이상의 지진 횟수가 34회에 이르는 만큼, 우리나라도 견고한 체계 확립과 구체적인 대응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무방비 상태에선 부산과 울산의 지진 괴담과 같은 바람에 대책 없이 흔들릴 뿐이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김진경 수습기자 wlsrud6843@naver.com

 

강연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동덕여대학보(http://ddpress.dongduk.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02748) 서울특별시 성북구 화랑로 13길 60(하월곡동 23-1) | Tel 02-940-4241~4242
발행인 : 김낙훈 | 편집인 : 이지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지은
Copyright 2009 동덕여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dpress.dongd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