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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템포 쉬어가는 템플스테이
2016년 09월 02일 (금) 10:07:59 동덕여대학보 ddpress@dongduk.ac.kr
   
 

누구든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주말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지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멀리 떠나지 않아도 쉽게 하룻밤을 보내고 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템플스테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선사’는 도심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연에 둘러싸여 바쁜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공간이다. 지금 당장 ‘힐링’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자들이 직접 템플스테이를 체험해봤다.

 

   
목정굴에 예불드리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오후 3시 - 6시 30분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힘썼던 무학대사가 세운 이곳, 금선사에는 특별한 설화가 있다. 바로 천연 기도처로 유명한 목정굴에 대한 이야기다. 이곳은 과거 조선 시대 때 세자를 두지 못한 정조의 부탁을 받아 농산 스님이 300일간 기도를 올렸던 장소다. 이후 왕실의 대를 이을 순조가 태어나면서 당시 유교를 숭상해 불교를 핍박하던 폐습이 사라지고 금선사는 수행자와 기도객이 끊이지 않는 명찰로 자리매김했다.

오후 3시, 반야전 법당에서 이뤄지는 사찰 습의를 듣는 것으로 템플스테이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뭔가를 많이 얻어가겠다는 다짐보다는 흘러가는 그대로 마음을 가지면 있는 그대로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라는 스님의 말씀을 기점으로 간단한 자기 소개시간이 주어졌다. 템플스테이를 오게 된 계기를 나누는 20명의 사람 중 대부분이 가정, 직장 속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을 갖고 있었다. 자기소개를 통한 짧은 대화를 통해 각자의 문제가 사실 굉장히 보편적인 고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참가자들은 어느새 옆 사람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나타내는 옷 대신, ‘물 흐르는 데로 가라’는 뜻의 법복으로 갈아입는다. 그 후 금선사의 가장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에 가기 위해서는 해탈문을 지나 108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곳은 개개인의 문제와 갈등을 불러오는 생각을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스스로 놓아버린다는 해탈의 장소로, ‘선의 길’이라고도 불린다.

가파른 108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나면 절의 주 부처가 모셔져 있는 대적광전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어떤 부처를 모시는지에 따라 대웅전, 대웅보전, 대적광전으로 다르게 불리며, 이곳 대적광전은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법당이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곳이며,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를 모시게 되면 대웅보전이라 부른다. 오른쪽 문을 통해 들어간 법당은 중앙에 자리한 삼존불이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서로 비슷해 보이는 삼존불은 사실 수인이라고 부르는 손 모양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검지와 엄지로 원을 만든 수인, 검지를 세운 후 다른 손으로 감싸 쥔 수인, 마지막으로 두 손바닥이 모두 보이게 하는 수인이 있지만, 이는 결국 ‘모두가 하나다’라는 의미를 공통으로 가진다. 일일이 삼존불과 시선을 맞추며 법당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진 기자들은 다음 일정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글·사진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사람들이 법당에 모여 108배를 하고 있다

오후 7시 - 10시

해가 저물어 가는 저녁에는 ‘범종’ 타종 체험이 이어진다. 이 종은 금선사 범종각에 있는 가장 큰 종으로, 천상계부터 지옥계까지 총 33계에 있는 영혼을 위해 매일 저녁 33번 울린다. 타종할 때는 먼저 종 앞에서 합장한 후 종을 치는 나무 부분인 당목을 당겼다 놓는다. 그 후 더 이상 여음이 나지 않도록 놓았던 당목을 잡고 다시 합장해 타종을 마친다. 당목을 놓는 순간 타종의 진동이 고스란히 손에 전해지며 범종의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데, 그 울림이 웅장해 분위기를 압도한다.

타종이 끝나면 법당에 모여 저녁예불을 드린 후 ‘108배’를 한다. 이는 단순히 횟수를 채우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절을 하며 자신을 되돌아봐야 진정한 의미의 108배라 할 수 있다. 인간과 사물을 대하는 감정이 나빠지는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문제’라 여기고 절을 하는 것이다. ‘나의 과오를 반성하며 절합니다’라는 문장이 담긴 영상과 클래식한 노래, 스님의 목탁소리와 함께 108배가 시작된다. 108배를 하다 보면 무릎이 저리고 땀이 난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온다. 하지만 자기중심적이었던 삶을 반성하고 절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108배 고지에 다다른다. 그리고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한층 가벼워진 자신을 만날 수 있다.

108배를 마치고 나면 명상 시간을 갖는다. 명상은 잘하려고 노력할수록 어렵다. 사물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처럼 아무런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마음을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명상할 때는 먼저, 허리를 곧게 세우고 손은 양 무릎에 살포시 얹는다. 눈은 반쯤 뜬 채로 어깨의 긴장을 푼다. 그 후 뱃속 깊이부터 숨을 들이쉰 후 천천히 내쉰다. 복식호흡을 3번 하고 나면 스님의 죽도 소리와 동시에 명상을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머릿속을 비우고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면 된다. 15분 정도 지난 뒤에는 다시 편한 자세로 돌아와 스트레칭을 한다. 이어서 죽도 소리가 3번 울리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모든 일정을 마친 저녁 9시부터는 1시간 동안 취침준비를 한다. 숙소는 10시를 기점으로 소등하기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방에서 나와 사찰 안을 조용히 산책해도 된다. 산속에 자리한 절을 찾아와 108배까지 끝냈기에 노곤해진 사람들은 대부분 일찍 잠이 들었고, 그렇게 템플스테이의 첫째 날이 지나갔다.

글·사진 김규희 수습기자 kbie1706@naver.com


   
주지스님이 템플스테이를 하러 온 사람들과 다담을 나누고 있다

오전 4시 30분 - 11시

금선사의 기상은 오전 4시 30분이다. 곧 바로 눈을 뜨기 어려운 시간이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타종 소리가 무거웠던 머리를 맑게 한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는 예불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예불과 명상이 끝나면 발우공양 시간이 찾아온다. 발우공양이란 스님의 평소 식사를 의미하며, 발우는 ‘스님의 그릇’을 뜻한다. 그릇에는 밥과 반찬거리를 같이 담는데, 이때 단무지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어야 한다. 또한, 먹을 때는 음식물이 입안에 들어가는 게 보이지 않도록, 그릇을 들어 입을 가리고 조용히 식사를 해야 한다. 다 먹은 뒤에는 단무지로 그릇에 남은 잔여물을 닦고 숭늉을 넣어 모두 마셔야 한다. 물론 단무지까지 깔끔하게 먹는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꺼렸던 것이 무색하게도, 숭늉은 목으로 바로 넘어가기 때문에 맛을 느낄 새가 없다.

공양 절차는 언뜻 까다로워 보인다. 하지만 공양은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모두 성장시키기 위한 행위다. 천천히 먹으며 탐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남김없이 먹으며 음식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차와 방식을 지키며 천천히 공양을 하는 것이 좋다.

공양이 끝난 뒤에는 템플스테이의 마지막 일정인 주지 스님과의 다담시간을 갖게 된다. 처음 이곳에 와 대화를 나눌 때만 하더라도, 기자들은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기 바빴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둘째 날, 기자들은 이 시간을 통해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며 스님과 함께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개개인의 다양한 의견을 들은 주지 스님은 “원인을 찾고 고민을 해결하려면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 동안 명상과 예불 등 사찰 체험을 통해 마음 속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일상에 돌아가서도 계속 내면 속의 나에게 말을 걸어 생각을 정리해 나가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첫날,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 인간관계 등의 고민을 안고 무거운 어깨로 금선사를 찾아왔다. 하지만 다담이 끝나갈 때쯤, 기자들을 포함해 모두의 얼굴에는 점차 걱정이 아닌 편안함을 띠었다. 템플스테이를 하기 전까지 끌고 왔던 불필요한 생각과 걱정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주지 스님은 사찰에서의 수행이 어깨 위에 짊어진 것을 내려놓고 자연 안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 자신을 성장시키기 좋다고 했다. 일상에 치여 ‘나’를 되돌아보지 못한 채 수많은 고민을 떠안고 있다면, 템플스테이를 통해 주말 동안만이라도 지친 본인에게 건강한 휴식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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