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무척이나. 처음 본 그의 인상은 한마디로 ‘바쁘다’였다. 한 단체의 대표라고 하기엔 살짝 어려보이는 감도 없지 않았다. 월요일은 일주일에 한 번, 유스보노커뮤니케이션(YOUthbono communication)의 정기회의가 있는 날이다. 저녁 7시에 있는 회의가 조금 길어진 바람에 예정된 인터뷰도 조금 늦게 시작했다. 하지만 넉살 좋게 웃으며 사과하는 그의 모습에 살짝 언짢았던 마음이 풀어져 버렸다.
2010년 1월, 대학생 재능기부 단체인 유스보노커뮤니케이션이 설립됐다. 시작한 지 일 년이 갓 넘었지만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려놓은 일들도 상당하다. 유스보노커뮤니케이션(이하 유스보노)의 강점을 한가지 꼽자면 기획한 것을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여러모로 바쁜’ 이 단체의 대표인 최재현(27) 씨를 만나 보았다.

   유스보노커뮤니케이션은 젊음(Youth)과 ‘공익을 위한’이라는 뜻의 라틴어인 ‘Probono Publico'의 합성어다.
“유스보노를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워요. 각각의 프로젝트 자체가 독립적이고 제각각 달라요. 하지만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재능을 모아서 사회를 긍정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단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디자인 하는 대상이 생각이 될 수도 있고 제도나 다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어요. 세상 모든 것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활동하는 단체죠”
 

‘짱돌’ 던지던 시대는 가고
  

▲ 유스보노 커뮤니케이션 대표 최재현 씨
유스보노는 창의적인 생각과 재능을 기부하는 대학생 재능기부 단체이다. 프로보노(Probono)가 일반적인 자원봉사와 다른 점은 전문적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으로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최재현(27) 씨는 준전문가인 대학생들의 재능을 모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70~80대에는 ‘짱돌’들고 나와 던지면 세상이 변했어요. 하지만 요즘 이십대들은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만 해요. 그런 개개인의 재능을 모아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행사를 계획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처음 기획한 행사는 2009년 11월에 개최한 ‘대학생 프로보노(Probono) 포럼'이었다. 행사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고 그 일을 계기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한 명으로 시작했던 단체는 어느새 30명이 되었다. 틀이 잡히기 시작한지는 일 년도 채 안됐다. 
   “지금도 틀이 확실하게 잡히진 않았지만 처음이 제일 어려웠어요. 'RightWalking'이라고 우측보행을 장려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었어요. 계단에 스티커를 붙였는데 지하철 역에 허락을 받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스티커를 떼어버렸어요. 손소독기를 만들 때도 지하철 역 관계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아무것도 보여드릴 게 없었어요. 그러다 차츰 성과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쉬워졌어요”


“실패요? 할 수도 있죠!”

   유스보노가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진실의 입’ 때문이었다. 한창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시기, 전염 예방을 위해 공공시설 곳곳에 손소독기가 설치되었다. 설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종플루가 잠잠해지자 손소독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온 ‘진실의 입’을 착안해냈다. “처음에 손소독기나 분리수거 통을 만들었을 땐 정말 ‘무한도전’ 형식이었어요. 재미있게 해볼까 해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죠”
   재미있거나 감성적인 메시지를 새긴 문구나 스티커를 공공시설물에 부착해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지구정(情)복놀이’부터 ‘그와 그녀를 웃게 하자’, ‘분리수거 프로젝트’, ‘혈액형에관한재미난고찰’, ‘대학생사기단을찾습니다’ 등 기획한 프로젝트만도 6~7개다. 현재 구상 중인 프로젝트 이름은 ‘언젠가 빵 터질 프로젝트’라고 한다.
   항상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나오진 않았다. 경험이나 자금 부족으로 인해 시행하지 못한 게 더 많았다. 그렇다고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미국은 실패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요. 하지만 선진국을 따라가려는 ‘추격자’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좀 달라요. 실패하게 되면 개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안정적인 것만을 하려 해요. 앞으로 실패를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졌으면 해요”
프로젝트를 하면서 유스보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다. “저희가 하는 프로젝트들은 모두 재미를 추구해요.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따라하거든요. 재미있어서 따라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좋은 변화로 이어진다면 그게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세요

   유스보노는 대표와 부대표, 팀장과 팀원으로 이뤄져 있다. 단체를 30명 정도가 운영하고 있다 보니 한 사람이 일인다역을 해야 한다. “저희가 단체긴 하지만 월급을 주진 않아요. 스스로의 의지로 참여하는 단체이다 보니 처음엔 약속시간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참여자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서서히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재미있어서 일에 몰입하게 되니까 좋은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오기도 하고요” 유스보노는 회원들의 회비를 걷어서 운영되고 있다. 공모전에서 상금을 타 운영비에 보태 쓰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을 자비로 충당한다. 현재는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자비까지 ‘털어서’ 이 일을 하려는 이유는 뭘까. “이십대라면 우리사회가 어떻게 하면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삼십대가 되면 점점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기 어려워지니까요”

사람과 사람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유스보노가 꿈꾸는 사회는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만나는 사회’다. 싸이월드 클럽(http://club. cyworld.com/probonoforum)을 보거나 매체에 실린 유스보노를 보고 많은 대학생이 관심을 가지고 문의를 한다.
   최재현 씨는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대학생이 아닌 사람도 참가할 수 있냐고 물어요. 저희 단체는 이십대라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어요. 실제로 활동하신 분도 있고요. 현재 저희 또래 나이 중 80%만 대학 생활을 한다고 알고 있어요. 나머지 20%가 대학을 안 다닌다는 이유로 활동 할 수 없는 건 그분들을 소외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대학이나 학벌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면이 있잖아요. 대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라고 말한다.
   최재현 씨는 작년에 단체의 대표로 청와대에 초청을 받아 가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땐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점차 인정받는 것 같아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그도 이제 대학교 4학년, 그래서 자연히 앞으로 어떤 식으로 단체를 이끌어 나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유스보노를 아는 사람들은 이 단체가 학생 단체로만 머무르기엔 아깝다고 말해요. 요즘 그게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고요” 최재현 씨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물으며 길을 찾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유스보노의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대학생이나 학생들이 가진 생각 중에 참신한 아이디어들도 많아요. 하지만 사회는 그들에게 거창한 사업기획서나 사회적 기업을 만들라고 요구해요.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그걸 구체화시킬 수 있는 실행력이 우리 단체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부담 없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그 아이디어를 유스보노를 통해 구체화 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지속시켜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단체가 되길 바라요”

   인터뷰를 마치고나서 그는 회의를 하러 다시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 쪽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잠시 엿본 그들의 얼굴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해 보였다. 앞으로 그들이 디자인할 세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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