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주변에는 평범함을 꿈꾸는 청춘들로 넘쳐난다. 대학 등록금 때문에 일찌감치 빚을 져야 하거나 생계 걱정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청춘. 물론 이런 경우보다는 보통 정도는 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분명 그 보통 이하의 삶을 버텨내는 젊은이도 있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의 주인공들, 그중에서도 한예리가 분하는 윤진명이라는 인물이 지금의 청춘을 일반화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녀는 6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동생의 옆을 지키는 엄마 때문에 매일 전쟁하듯 살아가는 대학생이다. 정기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만 학생 과외와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등 여러 가지인 그녀의 유일한 휴식은 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녀가 버는 돈은 대략 140만 원 정도다. 많은 금액 같지만, 그중 대부분은 동생의 병원비와 오랜 병원 생활로 지게 된 사채를 갚는데 들어간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 취업 역시 쉽지 않다. 취업이 보이지 않게 집안과 스펙의 아우라가 작용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녀가 최종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지게 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짊어지고 있는 현실에 취업까지 더해진 상황은 그녀를 더 절망적으로 만든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해 늦잠을 자고, 셰어하우스에 함께 사는 친구들에게 한턱을 낸다. 그리고 자신의 가난과 불행 때문에 애써 밀어내던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도저히 현실의 무게를 이겨낼 수 없었던 그녀는 자신의 발목에 채워진 동생이라는 현실을 떨궈내자는 결심을 한 후에야 비로소 평범한 하루의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재차 말하지만, 윤진명의 이야기는 절대 현재 젊은 층의 현실을 모두 반영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청년 세대가 버텨내는 삶을 극화해 상징한다고 말할 수는 있다.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공부해야 할 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낭만과 사랑을 구가해도 아까울 시간에 취업준비에 내몰리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지금의 청춘들이 처한 현실이 아닌가.

무엇보다 윤진명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표징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목표가 ‘대기업 직원’이 돼버린 그녀의 처지다. 회사원이 진정 모든 청년의 인생 목표가 될 정도로 꿈꿀만한 일인가. 심지어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 된 현실은 평범하게라도 살아가고 싶은 젊은 세대의 짓눌린 욕망을 보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때는 꿈을 꾸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라고 했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그것을 사치라 여기는 것을 심지어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보통의 행복마저 쉽지 않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걸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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