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1 목 11:16
> 뉴스 > 사람 > 인터뷰
     
“미혼모에게 건강한 가정에 대해 가르쳐 주고 싶어요”
2016년 09월 02일 (금) 10:28:13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지난 6월 13일, tvN의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리틀빅 히어로>가 방송 후 큰 화제를 모았다. 남편과 가족, 사회로부터 외면받았던 미혼모를 돕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을 모두 쏟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다.
지금까지 600명의 미혼모를 도우면서 한 번도 힘든 적 없었다며 미소를 보이는 그를, 지난달 22일에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비영리 법인 ‘위드맘 한부모가정 지원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효천(28)입니다. 저희 위드맘은 법적 청소년으로 구분되는 24살 이하의 청소년 미혼모를 주로 만납니다. 복지 사각지대라는 위험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어요.

미혼모가 현실에서 처한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른다는 것부터 주변에서 보내는 안 좋은 시선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죠. 그중에서도 미혼모가 국가에서 제공하는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집니다. 예를 들어, 연애하다 아이가 생겨 결혼했지만, 상대 남자가 잠적해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이때 여자는 법적으로 미혼모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미혼모 쉼터, 시설 등 한부모 가정에 주어지는 정부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후 이들이 생계유지와 아이의 양육을 위해 성매매, 유흥업소에 발을 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청년 변호사와 연결지어줘서 이혼 절차를 밟게 하고 있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야만 아이 엄마는 비로소 복지 혜택을 받거나 미혼모 거주 시설에 들어가게 됩니다.

‘위드맘’에서 미혼모를 돕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미혼모 쉼터에는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는데, 이를 어길 시 퇴소하게 됩니다. 그때는 다른 쉼터를 찾는 데도 한계가 있어요. 미혼모 중 다수가 가족과의 관계가 끊어져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저희가 오피스텔이나 원룸 정도의 주거지를 마련해주고 있죠. 처음 만날 때부터 낡은 모텔이나 쪽방촌에서 살고 있었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주지를 마련하는 것은 아이와 엄마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엄마가 직장을 찾을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재 주거지원비는 2백만 원의 보증금만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사실 이 금액으로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모자란 비용은 저희 자비를 보태거나 후원금을 받아 지원하고 있어요.

이후 거주 문제가 해결된 미혼모는 자원봉사자와 함께 검정고시를 공부하거나 직업교육을 받습니다. ‘위드맘’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현재 5명의 미혼모가 일을 돕고 있어요. 집을 구할 때 사용된 보증금이 본인들 입장에서는 마음의 빚으로 남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와 일을 하면서 생계비도 벌고 그 짐을 더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결국 미혼모가 다른 미혼모를 돕는 그림이 완성됩니다. ‘위드맘’에서 생각하는 진정한 ‘자립’은 이들이 또 다른 사람을 돕는 거예요.

어떤 계기로 미혼모를 돕게 됐나요
20살 때 소년원에서 청소년 제소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 진행을 맡는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그곳에서 알게 된 한 친구의 부탁으로 2살 된 딸이 있는 19살 여자아이를 만났는데, 당시 술집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생계를 이어가는 상황이더라고요. 대화를 해보니 “30-40만 원 정도의 양육비만 있어도 술집을 나올 거예요”라고 상황을 설명하기에 그 자리에서 비용을 지원해줬어요. 이후 그 아이가 술집에서 나왔고 검정고시를 준비해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직장을 구하고 돈을 벌기 시작해 자립에 성공하게 된 그 아이가 커뮤니티에서 제게 도움받았던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군요. 소문을 듣고 저를 찾아온 미혼모들을 만나다 보니 점차 규모가 커지게 돼서 법인을 만들어 정식적으로 일을 진행하게 됐죠.

아직 정식 법인을 만든 것은 2년밖에 안 됐습니다. 그 전에는 종교단체로 일했는데, 다른 종교를 가진 미혼모가 접근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 비영리 법인을 만들었죠. 원래는 부산에 사무실이 있어서 부산에 있는 미혼모를 주로 만났는데 어느새 서울, 경기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내가 부산에 있어서 만나는 미혼모의 수가 제한되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면적대비 미혼모가 가장 많이 사는 경기도 안산에도 사무실을 차리게 됐습니다.

‘위드맘’의 자원봉사자들은 어떤 과정으로 모이게 되나요
우리나라에서는 미혼모를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관념이 퍼져있어요. 그런데 적어도 제가 만난 600여 명의 미혼모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생명을 선택한 사람이었습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강의를 시작했는데, 주로 제가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내용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간혹 강의가 끝난 후에 저를 돕고 싶다며 연락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모여 현재의 ‘위드맘’ 자원봉사자들이 됐죠.

제가 남자이기 때문에 돕지 못하는 부분은 여성 자원봉사자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만 원부터 10만 원까지 각자의 돈을 내서 회비도 모으고 있죠. 이 비용은 사무실 월세나 사무업무에 진행되는 단체 유지비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저희가 받은 후원금이 100% 미혼모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것을 나누고 있는 것이죠.

후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저희는 후원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어서 후원 금액과 형태를 따로 정해놓고 있지 않습니다. 일례로 매달 500원씩 후원을 하는 초등학생이 있는데, 그 500원이 5백만 원보다 더 크게 느껴져요.

사실 후원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보통 생계비와 아이 양육비라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는 미혼모에게 고정으로 지출되는 물티슈, 분유, 기저귀를 후원해준다면 돈을 모으는 것이 더욱 수월해집니다. 또한, 청소년 미혼모 대부분이 최저시급을 받는 일을 하는데, 그 비용을 후원한다면 그들은 한 시간 정도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결국, 한 사람의 후원이 엄마가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 외에도, 기업과 맺은 MOU를 통해 받는 경우가 있어요. 현재 물티슈, 두유, 클렌징 세트 등의 물품에서부터 여성 건강검진, 무료출산, 골절부상, 산전검사 등 의료 지원까지 다양한 형태로 받고 있죠. 직접 연락을 해주시는 경우도 많고 현재는 ‘shareNcare’라는 사회적 기부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기업과 복지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이 많아서 하반기부터는 저희가 먼저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유모차나 모빌, 장난감 등을 요청해볼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말씀하셨던 ‘건강한 가정’이란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지 않는 두 부모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한 부모가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 ‘진짜 가족은 뭘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을 누군가에게 배우지 못해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하는 청소년 미혼모들을 보면서 ‘건강한 가정’이란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개인적으로 건강한 가정은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가족’이라 생각합니다. 행복도를 조사해보면, 의사소통이 안 되는 두 부모보다 한 부모라도 서로 의견을 존중해주는 가정의 아이가 행복도가 더 높습니다. 결국, 부모의 수보다 아이에게 어느 정도 관심을 두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그래서 미혼모에게도 아이와의 교감을 늘 강조하는 편입니다.

앞으로 ‘위드맘’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여전히 소외당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일하면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나가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사회적 소외계층이나 미혼모가 아니기 때문에 이 일은 결국 미혼모가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환경의 문제 때문에 이러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도울 수 있을 때까지 함께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글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사진 위드맘 한부모가정 지원센터 제공

문아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동덕여대학보(http://ddpress.dongduk.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02748) 서울특별시 성북구 화랑로 13길 60(하월곡동 23-1) | Tel 02-940-4241~4242
발행인 : 김낙훈 | 편집인 : 이지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지은
Copyright 2009 동덕여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dpress.dongd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