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현재 THE TRINITY&METRO 갤러리를 운영하며 아트 에이전시인 ‘THE TRINITY’의 대표를 맡고 있는 갤러리스트 박소정입니다. 전시 기획뿐만 아니라 아트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단국대학교 동양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갤러리에 취직했고 올해로 10년 차 됐습니다.

갤러리스트는 어떤 업무를 하나요
  갤러리에 취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서류 작성 및 인쇄물 디자인, 홍보 등 제반 업무를 하며 실무 경험을 쌓게 되죠. 갤러리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전시 기획을 맡게 되는데, 이는 기획 구상을 하고 작가를 섭외하는 순으로 진행됩니다. 기획하고 싶은 주제와 맞는 작가를 찾기 위해 평소에 전시를 눈여겨봐야 하죠. 그리고 원하는 작가가 섭외되면 작가에게 기획 주제를 전달하고 작품이 나오면, 이를 배치하는 것도 갤러리스트의 몫입니다. 이후 전시를 열어 그림을 구입할 컬렉터를 초대해 그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쉽게 말해 갤러리스트는 갤러리에 관한 모든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아트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한다 하셨는데,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해요
  MBC 드라마 아트팀 자문을 계기로 <기황후>의 최윤희 미술감독과 같이 일한 적이 있어요. 작가가 동양화 작품을 그려주면 그것을 출력해 세트장을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예를 들면, 세트장 벽면에 수많은 나방 그림으로 용을 형상화하는 작품을 재탄생시켰죠.
이외에도 걸그룹 ‘디홀릭’의 앨범 재킷을 만드는 데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습니다. 류주항 작가의 블러썸 연작 중 한 작품을 멤버들이 기댄 하얀 벽 위에 빔으로 쏜 후, 멤버들의 사진을 찍어 재킷을 만들었는데, 색감이 강조된 몽환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었어요.


갤러리스트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누구나 처음부터 유명세를 떨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예술 작품은 대부분 갤러리 전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는데, 갤러리 방문을 어렵게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신진작가가 이름을 알리는 데는 여러 제약이 있어요. 이때 작가의 작품을 대중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 갤러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드라마에 작가의 작품이 나온다면 대중의 눈에 기억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 그것이 작가의 경력이 될 수 있겠죠.
세계적인 플로리스트 오드리와 류주항 신진작가가 협업했을 때는 오드리 작품에 쓰인 조화를 꽃다발로 만들어 오프닝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했어요. 방문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이색 이벤트였죠. 이처럼 작가를 홍보하는 동시에 대중이 예술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때, 갤러리스트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 있었나요
  예전부터 먹의 농담 효과가 들어간 현대미술 작품을 외국에서 전시해 한국적 미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전시를 할 수 있는 해외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았던 상황이라 무모한 일이었죠. 하지만 이 일을 꼭 해내고 싶었기 때문에 무턱대고 미리 섭외한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싱가포르의 모든 전시장에 보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전시장에서 연락이 왔고, 제가 가져간 작품이 오프닝 이전에 완판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어요. 그 후 이 전시가 잘된 덕분에 싱가포르 내에서 연이어 전시가 잡히기도 했었죠. 꿈만 꾸다 사라질 수도 있었던 일을 무작정 부딪쳐 성공시켰고, 우리나라의 예술도 세계로 알렸던 제 첫 번째 경험이었기 때문에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갤러리스트를 꿈꾸는 학우들에게 짧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갤러리스트는 필수로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나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갤러리스트가 된 후에는 차별화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 이 분야에서도 자신이 돋보이고 인정받으려면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가 있어야 하죠. 그러므로 여러분도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춘 갤러리스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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