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전 세계적 인기를 끈 게임 ‘포켓몬 고’가 국내에서는 실행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큰 관심이 쏠렸다. 그 이유로 지도 반출과 관련된 사실이 꼽히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이 논지의 쟁점은 ‘안보’다. 구글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상을 따져보면 섣부른 판단이다.

우선, 구글이 원하는 것과 정부가 언급하고 있는 지도의 종류가 다르다. 구글이 요구하는 ‘일반 지도’는 ‘위성 지도’와 달리 주요 시설의 위치가 삭제돼 있다. 또한, 이 데이터는 SK텔레콤 소속 SK플래닛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지만, 정부 규정에 따라 이미 보안 처리된 상태다. 즉, 국내법에 따라 지도에서 정부 기관, 군사 시설, 보안 시설 등은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한편, 논란의 화살은 구글의 ‘위성지도’를 통해서는 앞선 주요 시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에 향해 있는데, 이 또한 어폐가 있다. 위성지도는 일반 지도와 달리 해외에서 만든 데이터다. 즉,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이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글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한국의 중요 위성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다음을 포함해 다수의 해외 사이트에서도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문 위성사진 업체에 일정한 비용만 지불하면 훨씬 선명한 화질의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도 반출은 국내에 여러모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여태껏 구글은 한국에서 길 안내, 음성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국내의 규정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최소한의 것만 가능하게 설치돼 있기 때문에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위치에 특정 건물과 도로가 있는지 파악할 수 없고 이에 현재 도로 상황 또한 알 수 없어 국내 이용자에게 구글 서비스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한국인 혹은 한국어를 습득한 외국인이라면 국내 지도 사이트를 이용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큰 곤욕이 아닐 수 없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점은 한국 여행을 선택하지 않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고, 한편 구글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해결될 문제다.

또한, 지도 반출은 나아가 국내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지도 데이터 반출을 이용해 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안드로이드 오토 자동차’가 국내에서는 지도 서비스에 제한이 있어 이용이 불가능하고 해외에서만 시행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구글의 지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국내 산업이 해외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도 이는 필수불가결한 일인 것이다. 세계를 관통하는 서비스가 미래의 주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서, 지도 반출은 가치 있는 일임이 틀림없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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