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더위는 유독 극성이다. 108년 만에 찾아온 가장 혹독한 폭염 때문에 사망자가 17명에 이르렀고 700만 마리가 넘는 양식장 물고기와 가축 411만7천여 마리가 폐사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2050년까지 현재보다 2-6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한편, 폭염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발 빠른 움직임도 눈에 띈다. 지난 19일과 20일, 대구에서는 폭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효율적인 폭염 적응·관리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폭염대응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포럼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김해동 교수를 만났다.

폭염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기후변화가 큰 원인이다. 화석연료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 반면, 이산화탄소를 지나치게 많이 발생시켰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온도를 빠르게 상승시킨다. 덧붙여, 도시화 또한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약 55%, 선진 국가의 전체 인구 8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의 지표면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여있는 데다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어 80% 이상 도시화된 우리나라는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인공구조물과 에너지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이 도시의 온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에는 어떤 것이 있나

폭염으로 겪게 되는 가장 큰 피해는 인명피해다. 그 수는 가장 대표적인 자연재해인 태풍이나 홍수보다도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폭염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게다가, 고온에서는 온도가 1도씩 올라갈수록 자살률이 4%씩 증가한다는 영국의 한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고온은 냉방을 위해 많은 전기소비를 유발하고 노동자의 근로의욕과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떨어뜨린다. 이뿐만 아니라, 조류를 증식시켜서 연안과 내륙의 수질을 악화시키고 지상 오존농도를 높이며, 심한 가뭄을 유발해 농업과 자연 생태계를 악화시키는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가져오기도 한다.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폭염의 원인을 제거하려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억제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엔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정책이 그중 하나다. 또한, 자연환경과 도시의 녹지, 수변을 보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도시의 온도를 낮출 수 있는 각종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이 기술은 기후변화를 억제할 수 있는데, 그 예로 추후에 언급할 ‘Cool 기술’이 있다.

이외에도, 향후 다가올 폭염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여름 고온과는 비교할 수 없이 현저한 것이기 때문에 생활방식 자체를 바꾸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4월, 10월 학기제로 바꾸어 겨울방학을 줄이고 여름방학을 길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학교 운영에서 손을 떼고 지방 교육청에 맡겨, 지역적 특성에 맞춰 수업 일수를 정하도록 위임하고 직장의 근무형태도 기후사정을 감안하여 설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재난안전처에서 폭염에 관한 정보를 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는데, 한발 나아가서 일정 수준의 고온이 되면 에어컨을 가동하도록 권고해야 하고, 고온에 영향을 많이 받는 근로 활동은 강제적으로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근로의 양이나 에너지 절약보다 시민들의 건강을 우선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폭염을 활용한 주목할 만한 산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

바로 ‘Cool’ 산업이다. 흰색의 방수처리를 하여 표면 온도를 대폭 낮추는 ‘Cool roof’, 태양에너지에 포함되어 있는 가시광선은 흡수하고 근적외선은 반사시켜 검은색 아스팔트 도로의 표면 온도를 천연의 토양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차열성 도료(cool pavement)’를 예로 들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옥상에 흰색의 방수재를 바르며 일본 도쿄에서는 이미 도심 도로에 차열성 도료를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태양에너지는 반사시키고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은 방출시킬 뿐만 아니라, 바람의 통풍을 높이고 땀의 증발을 촉진하는 ‘기능성 섬유(cool textile) 기술’, 태양에너지의 강도가 강해지면 그것의 투과량을 억제해주는 유리 기술, 건축물의 벽면 온도를 낮추는 ‘단열기술(cool wall)’, 도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폐 에너지를 재수집해 사용하는 ‘폐 에너지 재활용 기술’ 등 매력적인 기술이 많이 있다.

제1회 대구 국제폭염대응포럼의 핵심은 무엇인가

폭염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해 중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재앙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연구기관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선진 국가에서는 전문연구기관들이 자신들이 거둔 성과를 시민에게 소개하고, 그 기술을 현장에서 활용할 시민의 의견을 모아서 보다 연구기술개발을 실용성 있게 하기 위한 공개 심포지엄 행사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는 시민 참여의 형식을 통해 폭염대응 대책의 수립과 실천을 추진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폭염 포럼’ 또한 이런 정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포럼의 이름도, ‘시민과 함께하는 2016 대구 국제폭염포럼’이었다. 다행히도 그 취지에 맞게 시민의 참여 열기가 높았고 기대 이상으로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내년부터는 올해보다 세션을 보다 풍부하게 하고, 관련 기술의 전시와 체험의 기회를 확대해갈 계획이다. 또한, 공무원들의 참여를 높여 포럼에서의 성과가 정책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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