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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의 가치는 ‘즐거움’에 있다
로맨스 작가 박수정
2016년 10월 05일 (수) 16:05:26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혹시 웹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다수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한 해 동안 네이버 웹소설에 정식 연재된 작품의 누적 조회수는 약 18억 건을 기록했다. 특히 2차 창작물로도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 ‘로맨스’ 웹소설은 그중 가장 많은 독자 수를 거느리고 있다.
언뜻 보면 이런 로맨스 웹소설의 열기는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것 같다. 그런데 네이버 웹소설에서 「위험한 신혼부부」를 정식 연재하고 있는 작가 박수정(36) 씨는 이미 10년 전부터 웹소설의 기반을 다져왔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마다 설레는 작품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그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올해로 데뷔 10년 차인 로맨스 작가 박수정입니다. 현재 네이버 웹소설에서 「위험한 신혼부부」를 정식 연재하고 있으며, 카카오페이지에서도 제 과거 작품이 연재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16편의 소설을 썼습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은 「위험한 신입사원」입니다.
 

웹소설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웹소설은 ‘장르 소설’의 한 형태예요. 장르 소설이란 판타지, 무협, 탐정소설 등 하위 장르를 포괄하는 문학을 일컫습니다. 장르 소설을 웹 사이트 연재 형태로 제일 알맞게 다듬은 것이 바로 웹소설이라 보면 됩니다. 장르 소설과 웹소설은 둘 다 인터넷에 연재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하지만 장르 소설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출간을 목적으로 연재하지만, 웹소설의 목적은 인터넷 연재 자체에 있다는 게 차이점이죠.
웹소설의 가장 큰 특징을 뽑자면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인터넷을 통해 연재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한 편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글 자체도 어렵지 않아서 빠르게 읽을 수 있고요. 한 편을 읽는데 채 2분이 안 걸려요. 부담 없이 즐기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학인 거죠.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존재해요. 빨리 훑고 넘기다 보니까 지문보다는 대화만 읽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독자가 글을 꼼꼼히 읽지 않는 거죠. 웹소설 작가들은 이점을 고려해 일부러 글에 지문보다 대화를 많이 넣기도 해요.

10년 동안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셨다고 들었어요
저는 대학을 28살에 졸업했어요. 하루라도 빨리 취직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였죠. 하지만 취직을 포기하고 글을 쓰는 걸 선택했습니다. 로맨스 소설을 쓰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하지만 로맨스 소설을 쓰는 것만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었어요. 지금이야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고 네이버 웹소설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지면서, 억대 연봉의 웹소설 작가가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어요.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았고, 제 글이 웹에서 큰 반응을 얻었던 것도 아니었거든요. 오로지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글을 연재했죠.
생활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틈틈이 보습 학원 강사 일을 겸하기도 했어요. 그것도 글 쓰는 시간이 줄어들까 봐 오래 하지는 못 했지만요.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솔직히 이걸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조금만 더 참으면 곧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네이버가 웹소설 서비스를 진행될 거니까 난 큰돈을 벌 수 있을 거야’라고 예상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본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했듯 웹소설은 가독성이 좋아야 해요. 그래서 많은 작가가 글을 읽기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더 쉽게 쓴다는 칭찬을 받고는 해요. 웹소설이 나오기 전, 종이책을 출간할 때부터 문장을 간략하게 쓰는 편이었어요. 글을 쓴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담당 편집자한테 긴 문장 때문에 혼이 나서 짧게 쓰는 연습을 많이 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초반에 나쁜 점을 고칠 수 있었기에, 제 글이 인기를 얻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또, 저는 웹소설을 쓸 때 어느 정도 ‘전략’도 있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독자 대부분은 로맨스 소설에서 남자주인공이 연예인으로 나오는 걸 좋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며 글을 쓰죠. 주인공이 연예인으로 설정되면 연상되는 아이돌, 배우 등이 있는데, 여기서 호불호가 크게 갈려버리거든요. 남주인공이 연예인이라고 하면 처음부터 그 소설을 거르는 사람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소설을 쓰기 전에 미리 주인공을 어떤 인물로 배치할 것인지 등의 전략을 세워놓기도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2013년에 쓴 「반짝반짝」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임신 막달에 쓰던 소설이거든요. 출산일이 다가와 입원하던 날 아침까지, 그리고 아기를 낳고 3일 만에 바로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지만 당시 스트레스는 전혀 받지 않았어요. 워낙 밝고 귀여운 내용이라 즐겁게 써 내려 갔죠. 게다가 그 전에 쓰던 소설에 비해 반응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 작품으로 저는 글을 쓴 지 7년 만에 소위 말하는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후부터는 계속 인지도나 인기 면에서 상승세가 됐고요.

작가님이 로맨스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처음 글을 쓸 때부터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로맨스를 쓰고 싶었고 지금까지도 그래요. 막상 제가 읽는 책은 범죄나 추리 분야인데도, 제가 쓰는 글은 항상 로맨스만 고집하고 있죠. 자신이 어떤 걸 쓰고 싶은지는 직접 써보면 알게 돼요. 분명히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을 거니까요. 누군가한테는 그게 판타지나 무협일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로맨스였을 뿐이죠. 그래서 다른 장르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만약 있더라도 쓸 수는 없을 거예요. 무협만 써온 사람이 갑자기 로맨스를 쓴다면 그게 재미있을까요? 제가 아무리 로맨스 장르에서 인기 있다고 해도, 다른 장르에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죠.

작가님 웹소설에는 사랑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긴 것 같아요
저는 웹소설이라고 해서 단순히 흥미만 추구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충분히 의미 있고 교훈이 담긴 소설이 많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를 쓰되, 꼭 휴머니즘을 담으려고 해요. 사랑에도 여러 종류의 형태가 있으니까요. 잘난 남자와 잘난 여자가 연애하고 끝나는 이야기는 잘 안 쓰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쓴 「반짝반짝」이라는 소설에서도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외롭게 살아온 남자가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여자를 만나면서 가족의 사랑을 알게 돼요. 또, 「신사의 은밀한 취향」이라는 소설에서는 뚱뚱한 여자주인공이 외모과 상관없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면서 자존감을 되찾죠. 지금 연재 중인 「위험한 신혼부부」도 그런 방향이고요. 이렇듯 저는 로맨스 소설 안에 남녀 간의 사랑만 아니라, 사랑을 통해 캐릭터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 이야기에서 최소한 처음과 끝이 같은 인물은 없습니다.

웹소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제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또 저 자신을 위해서 로맨스를 쓰고 있어요. 웹소설을 배척하는 시선 때문에 제가 괴로워한다거나 그들에게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제 일에 자부심이 있어요. 지금 이 순간 독자가 잠깐이나마 제 글을 읽고 즐거워하면 그걸로 만족해요. 그것이 제가 생각한 제 문학이 갖는 가치에요. 애초에 재미가 없어 킬링타임조차 안 되는 소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는 장르 소설을 쓸 때부터 대중적인 소설을 썼지만, 웹소설을 쓰면서부터 더 대중적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웹소설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미덕이 있겠지요. 다만, 웹소설은 ‘틀린’ 문학이 아니라 ‘다른’ 문학이라고는 꼭 말해주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글을 쓰실 예정인지 궁금해요
이제 차기작을 또 준비해야겠지만, 앞으로 어떤 주제로 쓰게 될지는 저도 알 수가 없어요. 일부로 계획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예전에 제 소설을 드라마로 제작하자는 제의가 많이 들어온 적이 있는데, 대부분 무산됐어요. 그때 제가 실망을 크게 해서 ‘내 작품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를 고민하다가, 대중에게 인기가 많을 방향으로만 글을 쓰려고 했어요. 웹소설 시장이 커지고 다른 매체로 제작될 가능성이 열리다 보니까, 자꾸 ‘저다운 글’이 아니라, ‘남에게 맞춘 글’을 쓰게 된 거였죠. 그러자 제 글을 읽던 독자들은 글이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제 장점이 점차 퇴색돼가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제는 저의 세계관, 가치가 드러나는 글을 쓰는 데만 집중하려 합니다. 저다운 글을 쓴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버텨온 게 아니에요. 싫은 건 지금도 안 해요. 좋아하는 일만 하는 성격이거든요. 인생 한 번 사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어떤 일을 하겠다고 결정했으면 목숨 걸고 해봤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어야 하니까요.


글·사진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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