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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우리네 좀비들은 왜 그렇게 불쌍한가
2016년 10월 05일 (수) 18:05:16 정덕현 문화평론가 thekian1@gmail.com

올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은 단연 영화 <부산행>이다. 국내에서는 좀체 시도되지 않았던 좀비 영화가 무려 1천1백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사실은 본래 이 장르물이 가진 B급 마니아적인 특성을 고려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일종의 신드롬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그 중심에는 ‘좀비’에 대한 남다른 해석이 있다.

작품 속 좀비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큰 이유는 ‘다이내믹’하다는 점이다. 스토리의 처음에 부산행 KTX에 오른 한 소녀로부터 번져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좀비들의 러시는 한 마디로 압권이다. 이러한 연출은 좀비를 통해 우리 사회의 풍경을 담아내려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오 필승 코리아!’라는 전화벨 소리에 몰려가는 좀비의 모습과 대전역에서 경찰과 군인이 좀비가 되어 몰려오는 장면을 넣었을 거라 추측된다. 앞서 말한 장면은 2002 월드컵 때의 붉은 악마와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시민에게 총을 들이대던 군인을 연상시킨다. 또한, 영화의 공간을 KTX로 한정한 것은 그곳이 ‘스피드 코리아’를 상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공포의 존재였던 좀비가 뒤로 갈수록 어딘지 연민이 가는 존재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마동석이 분하는 상화가 좀비와의 사투를 벌이다 마침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좀비가 되는 상황을 보면서 그것은 하나의 질병 같은 것일 뿐, 좀비 그 자체가 괴물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지워진다. 또한, 공유가 분하는 석우의 변화는 더 드라마틱하다. 그는 펀드 매니저로, VIP 고객을 위해 개미들의 주머니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좀비에게 둘러싸이면서 자신의 딸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결국 자신을 희생한다. 마지막에 좀비로 화한 그의 죽음은 숭고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면 감독은 왜 좀비를 결국 연민을 느끼게 되는 존재로 그리게 된 것일까. 그것은 어쩌다 재수가 없어 좀비가 된 사람들에게서 우리네 민초들의 자화상을 읽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졸지에 처한 재난 상황에서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앵무새처럼 말하는 TV 화면 속 정부 대변인들의 목소리를 들어가며 버려진다. 이는 현실에서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세월호를 떠올렸다고 말한다. 기차 안을 메운 좀비들은 차창에 다닥다닥 붙어 마치 물이 가득 채워져 그 압력을 버틸 수 없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그들의 모습은 절규하는 것 같지만, 그 소리는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만 맴돈다. 그래서 이 연출은 가장 끔찍하면서도 안타깝고 분노를 일으킨다. 더욱이 세월호를 겪은 우리네 대중들에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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