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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미술을 말할 때 아마도 예수와 부처가 그려진 그림을 떠올릴 것이다. 흔히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종교 예술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도교 미술’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도교는 우리나라에서 종교로서 자리 잡지 못해 이와 관련된 미술은 현대인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조인수 교수를 만났다.

‘도교 미술’이란 무엇인가
도교라는 종교와 관련돼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미술품을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도교라는 ‘종교’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생각은 약간의 조정이 필요하다. 미술보다 종교가 먼저 의논된다면 그것은 미술사 관점에서 벗어나 도교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도교에 담긴 역사가 풍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도교 미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도교 미술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나
미술사에서는 종교가 아닌 미술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도교와 불교, 기독교 등에 관한 미술을 연구하는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미술 연구는 보통 미술품을 실제로 확인하며 이뤄지지만, 현재 찾아볼 수 없는 미술품은 관련된 문헌 자료를 통해 보조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미술은 크게 건축, 조각, 회화로 구분되기 때문에 도교 미술 또한 도교 건축, 도교 조각, 도교 회화 미술품과 관련 기록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먼저 미술품의 성격을 살펴보는 방법으로 크게 ‘양식’과 ‘도상’, 이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작가에 따라 똑같은 대상도 각각 홀쭉하거나 통통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형태의 차이를 ‘양식’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도상’은 그림이 어떤 내용을 표현하는지 알아맞히는 것을 의미한다. 예시로 불교 미술을 살펴볼 때, 각 부처가 어떤 부처인지 알아보는 것이 도상이다. 주로 이 과정에서 문화와 역사, 철학이 관련되기 때문에 문헌 기록이 많이 동원된다.

도교 미술을 보는데 어떤 관점이 필요한가
앞서 설명했던 것은 서양 미술을 연구하는 데서 나온 결과다. 미술 연구는 주로 서양에서 발달했기 때문에 서양 미술사 관점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고 그것이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도교 미술은 서양에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서양 미술사 관점으로만 연구를 진행하면 놓치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 예를 들면, 도교에서 의례를 행할 때 도사가 입었던 도복과 당시 도관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종교 물품은 도교 미술에서 단순한 옷과 공예품을 넘어선 예술품이다. 그러나 서양 미술 관점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잘 포함되지 않아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이미 서양 미술에 대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한계를 깨닫고 기존의 관점을 수정·보완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이때 이들이 주목한 것이 ‘비서양 미술’인데, 도교 미술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불교 미술은 과거부터 서양 미술 관점으로 연구가 진행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도교 미술은 그동안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방법이 접목될 수 있다.

도교 회화의 수량이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로 도교가 불교처럼 번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 종교 미술과 마찬가지로, 도교 미술 또한 종교 의례가 행해지는 장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도교가 종교로 인정되지 않아 도관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작품 역시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간 도교 예술의 범주를 확장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산수화’다. 보통은 산수화를 도교 미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산수화 중 하나인 청록산수는 주로 상상 속의 세계를 나타내는데, 이는 도교에서 꿈꾸는 이상세계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화조화에서 작품 속 학에게 불로장생이라는 상징성이 강하게 나타난다면 도교 회화라고 얘기할 수가 있다. 아직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지만, 산수화와 화조화의 일부분을 도교 회화로 복원시킬 때 그 수량을 보충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서양 미술 관점으로는 도복과 종교 물품이 도교 미술로 여겨지지 않게 된다. 이때 미술을 회화, 조각, 건축으로만 보지 않고 시각문화, 즉 문화적으로 넓게 바라 볼 때 이 역시 도교 미술에 포함시킬 수 있다. 다른 예시로, 도교에서 중요시하고 많이 사용했던 ‘부적’도 마찬가지다. 덧붙여 회화 작품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천문도와 내경도, 수진도 등도 도교 미술에 포함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도교 미술의 양이 늘어나고 도교 미술만의 독특함을 드러낼 수 있다.

도교 미술에 속하는 신선도의 특징에는 어떤 것이 있나
도교의 핵심인 ‘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불로장생이다. 신선은 이러한 도교의 불로장생을 나타낸다. 실제로 쉽고 재밌게 그려져 사람들에게 널리 퍼졌던 신선도는 신선의 동작과 옷차림을 특이하게 그려 보통 사람과 차이를 뒀다. 각 신선은 모두 독특한 도상을 갖고 있는데, 주로 산속에서 나타나거나 장수를 의미하는 학과 거북이 등의 동물과 함께 그려졌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조선 시대에 도교가 금기시됐지만 하나의 믿음체계로 대중에게 유지됐다는 사실이다. 신선은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여러 수양을 통해 신선이 된 존재로 알려져 당시 사람들은 ‘우리도 신선이 될 수 있다’라는 희망을 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선 시대에 신선 사상이 크게 유행해 신선도가 많이 그려진 것이다.

이러한 도교 미술 연구가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먼저 지금까지 사람들이 관심 두지 않았던 도교 미술에 다시 주목한다는 점이다. 연구가 진행돼야 이전까지는 미신으로만 여겨졌던 부적도 그 안에 심오한 뜻을 지닌 미술품으로써 얘기가 가능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서양의 관점으로 미술을 보던 것에 대한 수정·보완을 함으로써 미술로 여겨지지 않았던 여러 작품을 얘기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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