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가까운 관계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위로’가 최근 몇 년 들어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도 행해질 수 있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소개될 곳에서는 굳이 사람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면서 갖고 있는 고민에 따라 각기 다른 조언도 얻을 수 있다. 현재 마음 한편이 걱정으로 가득 차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용해봐야 할 두 곳을 기자가 직접 찾아가 봤다.

자신에게 선물하는 ‘마음 치유’
최근 ‘미래 막막증’, ‘인생 낙오 증후군’ 등 개인의 고민으로만 치부되던 마음속 병을 가진 이에게 다양한 처방을 내려주는 약방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지난해 2월, 서울문화재단에서 만든 자판기 형태의 문화콘텐츠, ‘마음약방’이다. 마음약방은 서울시청 시민청에 1호점이 설치된 이후 2만5,000명이 넘는 시민이 오가며 그 이름이 알려졌다. 이후 약 1,300만 원이라는 수익금으로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 마음약방 2호점을 여는 데 성공했다. 이곳은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한 1호점과 달리 청년세대를 위한 맞춤 처방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음약방을 이용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20여 가지의 증상을 살펴본 후, 자판기에 단돈 500원을 넣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대변하는 증상을 골라 처방전을 받으면 된다. 기자가 마음약방 1호점을 방문했던 지난 9일, 일요일 저녁 시간에는 이미 ‘월요병 말기’ 처방전이 품절돼 ‘마음처방 조제 중’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상태였다. 또한, 함께 동이 나 있었던 ‘미래 막막증’ 처방전의 빈자리를 통해 많은 이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각 처방전은 기본적으로 산책길과 영화, 음식을 추천하거나 거울과 간식거리 등 작은 물품을 곁들이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었다. 기자는 고심 끝에 많은 대학생이 갖고 있을 거라 생각되는 ‘꿈 소멸증’과 ‘외톨이 바이러스’ 처방전을 선택했다. 먼저, 꿈이 없어 좌절하는 이에게 대일밴드를 전하는 마음약방의 감성은 보이지 않는 상처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이 엿보였다. 구성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릴 적 꿈꾸던 일을 메모지에 적어 몸에 붙인 뒤 떨어질 때까지 신나게 춤추라는 댄스 처방서였다. 메모를 떨어트리려고 정신없이 몸을 흔들다 보면 울적했던 기분이 날아가고, 바닥에 흩뿌려진 꿈 목록을 통해 과거에 가졌던 꿈이 현재까지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예측하지 못한 응원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이외에도 ‘외톨이 바이러스’ 처방전에는 시청을 중심으로 근처 남대문 시장부터 멀리 떨어진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다양한 곳을 소개하는 ‘지도 처방’을 통해 북적거리는 인파 틈에서 외로움을 떨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타인을 위한 ‘달콤한’ 나눔
앞서 소개한 곳이 자신을 위로하는 개념이 크다면, 여기 ‘달콤 창고’는 익명의 여러 사람이 서로를 격려하는 공간이다. ‘어라운드’라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시작된 이곳은 응원 메시지와 함께 누구나 간식거리를 채워놓고,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보통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을 장기 임대해 개설되며 어라운드에서 검색 기능을 사용해 위치와 이용 기간, 비밀번호 등의 정보를 얻은 후 찾아가는 방식이다.

시청역 물품 보관함에 있는 ‘달콤 창고’의 모습이다

그중 기자는 서울의 중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높은 시청역과 종각역에 있는 달콤 창고를 방문했다. 두 곳 모두, 얼마 전부터 새로운 사물함을 사용했기 때문인지 기존의 사용 후기와는 달리 많은 이의 흔적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타인의 안부를 묻고, 각자가 놓인 상황을 격려하는 몇몇 메모만으로도 충분히 달콤 창고의 의미가 전해지고 있었다. 종종 이곳을 찾는다던 2년 차 신입사원 김 씨(28)는 “처음 달콤 창고를 알게 됐을 때만 해도 울적한 기분을 환기하는 공간으로 생각했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퇴근길에 가끔 간식을 채워 넣고 있다”라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러한 달콤 창고의 순기능이 퍼지면서 공공기관, 학교, 개인 상점 등 다양한 장소에서도 이런 공간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한 사례로 단국대 천안·죽전 캠퍼스에 자리한 달콤 창고는 시험 기간이 다가올 즈음이면 서로를 응원하는 메모로 가득 찬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단국대에 재학 중인 황 씨(21)는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학업과 사람 관계 등 힘든 일이 많다. 가까운 곳에 달콤 창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앞으로 자주 이용할 것 같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을 통해 오늘날 우리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위로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만약 당신이 혼자서 고민을 짊어지고 있거나, 그러한 사람을 알고 있다면 ‘달콤한 처방’을 통해 모두가 마음의 병을 치료받길 바란다.


글·사진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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