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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은 국가의 정책수단이 아니다
2016년 10월 16일 (일) 23:27:30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가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에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해 적발 시 최대 1년간 의료인의 자격을 정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서 ‘비도덕적 진료행위’란 진료 중 벌어진 성폭력과 대리 수술 등과 같은 범죄다. 이에 현재 산부인과의사협의회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낙태 수술 외에는 전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낙태 수술의 음지화를 더욱 불러일으킬 뿐이다. 비의료인에 의한 수술이나 임신중절수술을 받기 위해 원정을 떠나는 여성이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자보건법 14조 1항’을 통해 △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강간 사실을 증빙하지 못한 여성과 무뇌증 아이를 임신한 여성의 사례는 여전히 배제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혹자는 낙태를 금지하는 것이 낙태율을 낮추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낙태율은 가임기 여성 천 명당 31명으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에 이른다. 반면에 대부분 국가가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법으로 허용하는 서유럽은 천 명당 12명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는데,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피임 서비스의 확산과 안전한 유산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또한, 12주 내에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는 독일의 낙태율이 7.6명, 네덜란드가 6.5명이라는 결과를 보더라도 낙태 불법화와 낙태율은 전혀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60-70년대 산아제한정책으로 낙태를 강요한 역사가 있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저출산을 이유로 낙태를 살인에 비유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출산 정책에 따라 낙태에 대한 규제를 다르게 적용했다는 모순을 드러내는 격이다. 실제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데 비해, 아직 양육부담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풍토가 만연하다.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서 국가의 보육정책도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헌데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노력 없이 법적 규제만 강화한다면, 불법 낙태술이 증가해 여성의 건강과 생존권을 심각한 위기에 놓인다.

즉, 정부의 낙태 불법화는 ‘도덕적 윤리’라는 이름 뒤에 숨어 얻지도 못할 국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마땅한 근거도 없이 여성의 몸을 정부의 통제수단으로 치부하는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아영 문화학술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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