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택시 기사도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지난 476호의 ‘①고객은 택시가 ‘불편’하다’에서는 불친절한 택시 서비스로 인해 피해를 본 승객이 실질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상과 그 이유를 짚어봤다. 또한, 20대 청년들과의 좌담회를 통해 보상 절차를 제도화하기 위해 생겨난 ‘불친절행위 택시 환불제’에 많은 허점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중 좌담회 참가자 대부분은 ‘불친절행위 택시 환불제’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악용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택시 피해를 근절할 실질적인 해결책은 무엇일지, 한편 운전사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9월 28일에 열렸던 회의에는 고은미(22·여), 김승환(25·남), 김요한(28·남), 문정현(21·여), 이신의(27·여), 이채형(21·여)이 참석했다.

불친절·부당요금·승차거부 등의 피해를 해결할 방법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신의(이하 신): 이전에 해외여행을 갔었을 때, ‘우버’를 이용한 적 있어요. 예약을 신청하니 탑승 전부터 운전자의 사진과 차종에 관한 정보를 받을 수 있었어요. 미리 도착지까지 얼마의 요금이 나올지 알려주기도 했고요. 또, 미국의 택시는 위급상황 시에 버튼을 누르면 즉시 경찰에 신고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어요. 한국도 이와 같은 서비스가 필요해요.

  지난해 우리나라 또한 이와 유사한 ‘카카오택시’가 등장했다. 이는 승객에게 기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를 지인에게 즉시 보낼 수 있는 서비스로, ‘안전하고 간편하다’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콜 요청을 확인하느라 운전 중에 전방을 주시할 의무를 지키지 않게 된다는 것과 기사가 미리 승객의 목적지를 알 수 있어 승차거부의 가능성이 짙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한, 이 서비스만으로 고객이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반면, ‘우버(Uber)’는 차량의 실시간 위치와 해당 택시에 탑승했던 이전 승객이 남긴 평점까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연결된 택시 기사의 평이 좋지 않으면 즉시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게다가 심야 시간이거나 날씨가 나쁜 날, 또한 차 대수보다 호출이 더 많은 지역에는 할증 요금을 부여하는 체계를 도입해 기사가 임의로 승차를 거부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즉, 택시 잡기가 힘든 장소와 시간에 우버를 이용하면 카카오택시보다 수월히 배차가 이뤄지는 데다 운전자 역시 그에 맞는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우버를 이용하면, 하차 시 따로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에 연결된 카드로 자동결제가 이뤄진다. 이로써 고객은 카드 결제를 거부당하거나 부당요금을 낼 경우를 차단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이처럼 우버의 장점을 반영한 새로운 택시 서비스가 탄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모든 기사에게 일괄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요한(이하 요): 고객에게 신고를 받은 후가 아니라 사전에 확실한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교육 내용 또한 각 회사에서 임의로 진행하지 않고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정확한 틀을 마련해야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 인성교육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정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김승환(이하 승): 교육은 물론이고, 택시마다 내부를 비출 수 있는 블랙박스를 필수로 달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 영상을 공개하는 것은 승객의 신고가 있었을 때만 이뤄지도록 하고요. 그렇게 해야 운전자도 자각심을 갖고, 고객 또한 이를 악용하지 않을 수 있죠.
>신: 기사의 성비가 지나치게 남성으로 쏠려있는 것도 문제예요. 해외에서는 쉽게 여성 운전사를 볼 수 있었는데 말이죠. 여성인 저로서는, 여자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가 훨씬 안심돼요.
>이채형(이하 채): 기사와 승객 사이에 칸막이를 두는 것은 어떨까요? 버스나 해외의 택시처럼요. 이런 방법으로 성추행이나 심각한 중범죄가 일어날 확률을 확연히 줄일 수 있고 반대로 기사가 승객에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 또한 차단할 수 있을 거예요.

  이처럼 참가자들은 승객의 입장뿐만 아니라, 운전자가 겪을 피해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택시 기사는 각종 범죄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만 하더라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만취한 남녀가 예약 손님이 있다며 승차를 거부했던 택시 기사를 연속적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크게 논란이 됐다. 이 같은 택시운전자 폭행은 지난해 경찰에 공식 접수된 횟수만 3,149건으로, 하루 평균 9건에 달한다.

>승: 제가 기사라도, 술에 취한 승객은 태우고 싶지 않을 겁니다. 어떤 난동을 피울지 모르니까요. 손님은 불친절 피해를 당하면 보상받는 절차라도 있는데, 운전자는 마땅히 항의할 곳도 없습니다. 또한, 승객이야 운전자의 정보를 알 수 있지만, 반대로 기사는 불가능해요. 기사는 범죄자라도 ‘손님’이라면 누구라도 태워야 하죠. 이런 점 때문에 택시 기사는 범죄의 표적이 되기에 십상입니다.
>신: 여성 기사가 많아지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들이 위험해질 될까 봐 걱정돼요. 우리나라에는 아직 택시 기사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으니까요.

  사실 우리나라에도 이를 위한 대비책이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 2007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개정돼 택시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그러나 이 역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택시 기사가 폭행당한 사건을 살펴보면, 차례대로 3,836건, 3,557건, 3,535건, 3,271건, 3,246건이었지만 구속된 사람은 각각 31명, 31명, 17명, 29명, 28명으로, 1%도 채 되지 않았다.
  또한, 폭행뿐 아니라 택시 기사를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 욕설 등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승객도 많지만, 이 경우는 아예 제재할 수단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형법상 모욕죄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택시 안에는 기사와 승객 단 둘뿐이라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좌담회에서도 나온 의견처럼, 택시 운전석과 승객 좌석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예산 문제에 막혀 실행되지 못하는 중이다.
  한편, 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관계자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승객에게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해도 이의 없이 합의하는 운전자가 대다수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는 많은 기사가 택시 운전을 생업으로 삼고 있어 소송 등으로 사건이 장기화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법인택시는 회사 운영비로 쓰이는 사납금을 하루 평균 15만 원씩 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는 택시 기사가 9시간을 운전해도 채우기 어려운 금액이다. 만약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느라 일 할 시간이 줄어든다면, 이때의 임금손실은 그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택시운전자의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의회 성중기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 기사의 51%인 4만3,429명이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70세 이상도 8,137명으로 9.5%에 달했다. 심지어 이들은 평균 9.9에서 11.7시간을 일하고, 0.8시간밖에 쉬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고령의 기사들이 하루 10시간 동안 1시간도 채 쉬지 못하고 장시간 운전, 진상승객 응대 등의 힘든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을 향한 규제는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다. 그중 대표적으로 작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법인택시의 서비스 평가’가 있다. 이는 전문 모니터링 요원을 택시에 탑승시켜 ‘서울 법인택시 서비스 실천사항’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비스 평가 항목은 △기사의 서비스 정도 △차량상태 △운행상태 △택시요금으로 이뤄졌다. 현재 이 평가의 결과에 따라 법인택시 회사들은 등급별로 분류됐는데, 상위 10%인 25개 회사는 AAA등급, 20%인 50개사는 AA등급, 하위 40%인 100개사는 A등급을 받았다. 이들 회사는 등급에 맞춰 각기 다른 인증마크를 부착했고, 각종 정부의 지원도 차등적으로 받게 됐다.
  이 같은 정부의 감사와 규제를 두고 일부 참가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적절하지 않거나 지나친 제재는 택시기사에게 큰 압박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고은미(이하 고): 요원이 기사 옆에 앉아 감시하는 것은 인력 낭비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감시가 이뤄지면 어느 누가 불친절하게 행동할까요. 이처럼 이 제도는 효용성이 없는 데다 차량에 필요한 물품을 갖춰놓지 않았다고 감점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운전자가 택시 운행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규제만 이뤄져야 하죠.

  대부분의 참가자는 규제가 택시 기사의 상황을 반영해 이뤄지도록 사회적으로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채: 우리나라 택시운전자의 임금이 많은 편이 아니에요. 하루를 꼬박 일해야 사납금을 채우는 기사가 대부분일 텐데, 온종일 옆에서 지켜보며 평가를 하는 것은 영업에 방해가 될 겁니다. 게다가 택시도 일종의 자영업인데, 일일이 규제를 가해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신: 모든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래야 잘못 없는 기사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특정 불친절 기사에게만 압박을 가할 수 있을 테니까요. 특히 현재는 기사와 승객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회사가 나서서 중재하고 있는데, 그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해요. 먼저 악행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기사를 파악한 후 그들을 꾸준히 감시해야 하죠.

  이처럼 최근, 서울시를 중심으로 ‘우버’나 택시운전자 인성교육의 도입, 서비스 평가에 따른 지원 제한 등 택시 피해 문제를 근절할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지극히 ‘승객’ 중심의 피해에 관해서만 논의돼, 택시 기사의 안전은 소홀히 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운전사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도 못한 채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그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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