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강 씨(20)의 취미는 쇼핑이다. 매달 아르바이트로 번 돈 중 대부분을 쇼핑에 쓰고 충동구매를 일삼다 보니 집에는 쓰지 않는 화장품과 입지 않는 옷이 쌓여 갔다. 그러나 그녀는 많은 물건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강 씨는 옷장을 뒤져보다 스스로도 어떤 옷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나치게 많은 옷이 있다 보니 정리가 안 될뿐더러 같거나 비슷한 제품을 두 번 구매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에 그녀는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러한 맥락 하에 등장한 것이 바로 ‘미니멀리즘’이다. ‘미니멀리즘’은 본래 가장 단순하고 간결한 것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최근에는 인테리어, 패션, 다이어트 등 생활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비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진정으로 소중한 것에 몰입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통칭 ‘비움 고수’들은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 많은 장점이 있다고 얘기한다.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 외에도,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되니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연스레 충동구매가 줄어들고 쇼핑 시간 또한 절약된다. 그들은 비움을 통해 생겨난 돈과 시간을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데 사용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처럼 ‘비움의 미학’이 널리 퍼지며 미니멀리즘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최근 등장한 것이 ‘미니멀리즘 게임’이다. 이는 비움에 ‘게임’이라는 재미 요소를 넣어 필요 없는 것을 즐겁게 버리자는 취지로, 날짜에 해당하는 수만큼의 물건을 버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비움을 실천하는 일시가 17일이라면, 17개의 제품을 버리면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이 부담스럽다면, 한 달간 매일 한 가지를 버리는 방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
없앨 물건을 고르는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이 물건을 대체할 것이 없는가?        2. 이 물건이 내 인생에 가치를 주는가?        3. 이 물건이 없다면 다시 살 것인가?

위의 세 가지 조건에서 모두 ‘아니오’라는 답이 나올 경우, 그 물건은 버려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없앨 물건이 결정되면, 다음과 같은 순서를 따라 게임을 진행하면 된다.

  먼저, 방에 들어갈 때마다 물건을 한 가지씩 버리는 것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이때 의류나 생활용품이 아닌 빈 과자봉지, 휴지 뭉치라도 괜찮다.
  그런 다음, 책상, 바닥 등 눈에 띄는 곳을 깨끗이 정리하면 된다. 방처럼 넓은 공간을 치우기에 앞서, 주변 선반이나 식탁부터 시작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인증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사람끼리의 소통과 격려가 이뤄진다.

 

  기자들은 앞서 소개한 강 씨에게 이와 같은 ‘비움의 미학’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녀의 집을 방문해 ‘미니멀리즘 게임’을 실천해봤다.

 

# 미니멀리즘 게임의 시작, 쓰레기 버리기

# 각종 화장품 샘플과 안 쓰는 파우치가 여러 개 있다
# 2개씩 있어서 불필요한 빗과 공유기를 각각 하나로 줄였다
# 오랫동안 읽지 않고 쌓아둔 책이다
# 강 씨는 총 76개나 되는 치마를 갖고 있었다
# 76개 중, 앞으로 입을 13개의 치마를 골랐다
# 지난 월드컵과 마라톤 행사에서 받았던 일회성 운동복이다. 한참을 입지 않았지만, 강 씨는 아까워서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 유행이 지났거나 몸에 맞지 않아 더는 입지 않는 옷이다

 

  게임을 마치고 난 후, 강 씨는 “그동안은 미니멀리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무엇을 버린다는 것이 오히려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갖고 있는 물건 중 불필요한 것이 많다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이 과정에서 남은 물건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집안을 뜻깊은 물품으로만 채우자 더욱 풍요로워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강 씨는 “그동안 이처럼 가치 있는 물건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라며 앞으로 미니멀리즘의 삶을 실천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이 외에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소비 활동에서 ‘비움’을 행하는 것으로,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30일의 보류 기간을 두는 것이다. 이는 충동적인 소비를 억제해 집안에 쓸데없는 물건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매주 ‘정리의 요일’을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규칙적인 청소 시간을 마련하는 것부터 미니멀리즘 의식의 반은 완성된다.


또한, 물건마다 한계 수량을 정해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겨울 점퍼는 최대 2벌, 책은 30권으로 항목마다 수용 개수를 정해두면 옷장에 정리할 수 없을 만큼의 옷가지가 늘어지거나 필요한 옷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앞서 소개한 규칙을 모두 다 지킬 필요는 없다. ‘비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벤트성으로 한 번 하고 마는 것이 아닌, 생활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버리고 중복되는 물건을 버리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자. 쓸데없는 것을 버림으로써 자신에게 진정 소중한 것을 되새기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김규희 수습기자 kbie1706@naver.com
김진경 수습기자 wlsrud68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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