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52) 씨는 <명탐정 코난>의 ‘남도일’, <원피스>의 ‘루피’ 등 유명한 캐릭터를 연기한 베테랑 성우다. 현재 그는 애니메이션 더빙 외에도, KBS 제1라디오에서 방송하는 <와이파이 초한지>의 해설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팬 사이에서 흔히 ‘갓수진’이라 불리는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10일, 여의도의 성우 아카데미를 찾아갔다.


성우가 일하는 다양한 분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성우는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기 때문에, 저도 그동안 여러 활동을 했었죠. 과거에는 주로 라디오 드라마에서 연기했었고, 최근에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를 맡고 있어요. 이외에도, 외화를 우리말 버전으로 더빙하거나 TV 프로그램의 멘트를 녹음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뉴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내비게이션이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도 성우의 목소리가 필요해졌습니다.

 

지금까지 맡으신 역할과 그중 가장 되고 싶었던 캐릭터가 궁금해요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유명한 캐릭터로만 예를 들자면, <란마 1/2>의 ‘사오토메 란마’와 <알라딘>의 ‘알라딘’을 필두로,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김전일’, <드래곤볼Z>의 '손오공', <슬램덩크>의 ‘강백호’ 역을 맡았었죠. 이외에도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도로로’, <쾌걸 근육맨 2세>의 ‘근육 만타로’의 목소리도 연기했습니다. 시리즈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명탐정 코난>의 ‘남도일’, <이누야샤>의 ‘이누야샤’, <원피스>의 ‘루피’를 맡았고, 이 중에 현재까지 연기하는 역할도 있습니다. 또한, 외화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전담해 그의 수많은 작품을 연기했고, <셜록>의 ‘짐 모리어티’를 분했던 기억도 납니다.  
  이 중에서 제일 되고 싶었던 역할을 꼽자면 ‘이누야샤’였어요. 겉으로는 거칠어 보이지만 사실 정말 순정적이고 영혼이 맑은 캐릭터였기 때문이에요. 감정표현에 서툴러 대놓고 잘해주지 못하지만, 뒤에서 챙겨주는 일명 ‘츤데레’라고 할 수 있죠.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가지고 계시는데, 앞으로는 어떤 배역을 맡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그동안 열혈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이제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으니 개성이 강한 조연을 연기하고 싶어요. 예전에 <디지몬 어드벤처>의 ‘에테몬’이라는 독특한 성격의 캐릭터를 맡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이런 역할을 계속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저 스스로가 성우로서 더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마찬가지의 이유로 악역도 선호합니다. 뻔한 성격을 가진 착한 주인공보다는 내면을 예측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연구하는 과정이 재밌거든요.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공부하다 보니 연기 스펙트럼은 자연히 넓어졌고요.

 

성우님은 어떤 대학 생활을 보냈는지 궁금해요
  저는 대학생 때 방송연예과를 다니면서 교내 방송국 활동을 했어요. 그 활동이 워낙 바빴기 때문에 사실은 학교에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라 방송국 일을 하러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그 일이 제게 큰 공부가 됐어요. 전공 수업에서 공부한 내용을 방송국에서 직접 실습해볼 수 있어 좋았죠. 또, 방학 때는 연극 공연을 하러 여러 지방을 누비고 다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가 그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청춘의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우님만의 인기 비결이 있나요
  인기를 얻는 데 집착하지 않고 꾸준한 노력을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노력할 때 그냥 열심히만 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잘하려고 해요. 캐릭터 연구를 철저히 하고, 어떤 배역을 맡든 연기라는 기본에 철저히 임했죠. 이러한 제 나름대로의 과정을 거쳤기에 지금의 제가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또한, 어떤 연기를 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목소리보다는 등장인물의 내면이나 본질에 집중했습니다. 표면적인 목소리만 중요시면서 ‘어떻게 하면 더 멋있어 보일까’라는 궁리를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와 가치가 없고 오히려 연기 실력을 떨어뜨릴 뿐이죠. 표면적인 것보다 본질에 더 집중하자는 제 소신이 대중에게 사랑받으며 활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성우가 되기 위해선 무엇을 갖춰 할까요
  성우도 연극·영화배우와 마찬가지로 한 명의 연기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로서 ‘연기가 가능한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몸으로 연기하는 법을 알아야 하죠. 성우는 음성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성우라는 직업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대중에게도 잘 드러나는 만능엔터네이너가 되면 좋겠어요. 물론, 모든 성우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재능을 갖춘 성우는 적극적으로 자기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요즘은 개방적인 미디어 시대인데, 직업 특성상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성우는 대중성이 결여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뉴미디어 시대의 성우란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분명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수록 성우 역할이 다양해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다양해져야 하는데, 양적으로만 늘어난다면 성우의 전망은 어두워져요. 예술인으로서의 가치를 존중받아야 하는데,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성우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히 목소리만 요하는 것이 많아요. 그래서 성우가 단순 기능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우의 본질이 연기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게 요즘 더욱 중요하다고 느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벌써 제 경력이 30년 가까이 돼가네요. 이제는 후진양성에 힘을 쓰려고 합니다. 단순히 공채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넘어 어떠한 미디어 환경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키우고 싶어요. 또한, 기존의 열혈 소년 역에서 새로운 역할로 탈바꿈해 활동할 것입니다. 

 

성우를 꿈꾸는 학생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연기를 하나의 큰 나무로 보면 성우는 가지 하나에 해당해요. 근데 가지만 보고 연기라는 나무를 못 보는 학생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나 성우도 기본적인 연기가 바탕이 돼야 해요. 이렇게 기초를 다진 후에 성우만의 영역을 집중적으로 배우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잘못된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성우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정보를 많이 얻고, 트레이닝과 연습을 거쳐야 하는데 이미 배인 나쁜 습관은 아예 모르는 상태보다 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정보를 얻고 올바른 트레이닝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도전하는 청춘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여러분이 만약 원하는 학과에 있다면 더욱 열심히 공부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방향을 빨리 설정하시길 바라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 온 열정을 다 쏟으세요. 요즘은 학교에 같은 꿈을 가진 학생끼리 모여서 공부하고, 트레이닝하는 모임이 많던데, 자신의 꿈을 위해 이런 시도를 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동아리를 포함한 다양한 경험이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여러분의 열정이 담긴 대학 생활 4년이 향후 50년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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