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10년간 60대 지적 장애인 남성의 노동력을 착취해온 도의원 출신 오 씨가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다. 조사 결과, 오 씨는 지난 10년간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약 1억 원 이상의 임금을 장애인 남성에게 미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일명 ‘현대판 노예’로 불리며 노동력을 착취당한 장애인의 사례가 빈번하게 보도됨으로써 우리 사회 속 ‘장애인 노동’의 취약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장애인이 고용 기회를 얻기조차 힘든 노동 시장의 상황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명백히 장애인 노동에 관련된 법안이 갖춰져 있다. 과거 1990년 제정된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고용의무제도)’에 근거해 공공기관과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은 공시된 비율 이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해왔다. 현재 법적인 의무고용 비율은 공공기관이 3%, 민간 기업이 2.7%로 명시돼있다. 이를 불이행할 시, 금전적 페널티로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받고 초과 이행하면 장려금을 받는다.

제도를 위반할 시 주어지는 부담금은 2016년도를 기준으로 할 때, 장애인 고용 비율에 따라 1인당 75만 7,000원에서 126만 2,700원 사이다. 반면, 장려금은 장애인 근로자의 고용 기간과 중증도 여부를 조사해 1인당 월 15-60만 원을 해당 기관과 기업에 지급해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고용 촉진과 직업생활 안정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직접 고용하지 않더라도 장애인 상시근로자가 10명 이상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한 기관에는 10억 원을 한도로 작업장에 대한 투자비 중 75%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도 고용실적이 현저히 낮은 기관과 기업에는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와 장애인고용공단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표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공표 대상에는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이 1.8% 미만이거나 비공무원인 장애인 근로자가 1.35% 미만인 국가기관과 자치단체가 속한다. 덧붙여, 장애인 고용률이 각 1.8%와 1.35% 미만인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도 이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현 정책은 실제 장애인의 노동 현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앞서 소개한 장애인 고용의무제도가 도입된 이후, 노동 시장에서 장애인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지만, 전체 평균이 공공기관은 2.91%이며 민간 기업은 2.45%로 여전히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 2만 8,218곳의 고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장애인 근로자 수는 16만 4,876명이며 고용률은 2.62%로 나타났다. 나아가 국가·자치단체의 장애인 공무원은 총 2만 711명으로, 법정 의무고용률 3%에 미치지 못하는 2.8%의 고용률을 보였다. 이는 2.93%의 고용률을 기록한 공공기관 또한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초과한 사례는 국가·자치단체에서 일하는 비공무원 장애인 근로자로, 4.05%에 달하는 수치를 보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 현황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중 ‘장애인고용증진협약’을 맺은 60개 대기업 중 47곳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위반했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고용률 평균은 겨우 1.92%에 그쳤다. 심지어 고용률이 1% 미만인 30대 대기업도 8곳이나 존재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이들이 고용부담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무려 405억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김상화 국민의당 의원은 “장애인고용증진협약을 홍보용 이미지로 사용한 후,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고용부담금으로 때우려는 기업의 행태가 용납돼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최근 10년 동안 국내 민간 기업의 고용률이 2005년에 1.45%에서 2014년 2.45%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 데 비해, 대기업은 1.2%에서 2.03%로 감소했다. 즉, 대기업의 평균 고용률이 민간 기업의 증가 속도 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리와 비슷한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를 시행하는 독일에서 전체 장애인 고용률인 4.7%보다 대기업의 고용률이 5.0%로 훨씬 높게 나타난 것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열악한 장애인 노동 환경은 성차에 따른 격차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14년에 진행된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장애인의 고용률은 19.8%로, 남성장애인의 고용률 49.4%에 반조차 못 미치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비장애인을 포함한 전체 여성 고용률이 전체 남성의 고용률보다 21.9%나 낮은 사회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장애인이 쉽사리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선, 일차적으로 고용 법안에 허술함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 현행법에 따라 각 기업은 일정 수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게 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부담금이다. 부담금이 기업들로 하여금 사회적 의무로부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고 있다.

올해 기업들이 내야 하는 부담금은 장애인 1명 기준으로 75만 7,000원이다. 기업들은 이 금액만 내면 장애인을 굳이 고용할 필요가 없다. 의무라고 하지만 반드시 채용하지 않아도 되는 형태인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대부분의 회사가 부담금을 납부하기만 하고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총장은 “많은 회사가 장애인에게 들어갈 인건비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고용부담금을 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재정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이런 행태는 더 심하다. 정부는 매년 부담금을 평균 6.4%씩 인상해오고 있지만, 대기업은 그마저도 납부할 역량이 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또한 장애인 고용에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정부 기관과 공기업은 전체 근로자 인원의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그러나 이들은 ‘3%’의 의무를 다 채운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장애인을 단기계약직으로만 채용하고 정규직으로 뽑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장애인을 고용한다’라는 법정 기준은 충족시킨 것이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능하다.

실례로, 금융감독원의 2년 계약직 사무보조업무로 합격한 한 20대 중증 장애인이 입사를 결정하자, 3개월짜리 계약서를 받았다. 3개월마다 업무 성과를 평가한 후 계약 연장 여부를 정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라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에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감독원은 “3개월은 수습 기간이다. 대부분은 재계약을 통해 더 일한다”라며 해명했다.

이렇게 공기업이 부적절한 행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고용부의 영향이 가장 컸다. 고용부가 장애인 의무고용 현황을 조사할 때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구분하지 않고 ‘장애인 노동자’ 수로만 조사해 고용률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2015년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을 보면 2.62%로, 지난해보다 0.08%p 상승했다. 공공기관은 2.93%, 국가·자치단체는 공무원 2.8%, 비공무원 4.05%의 고용률을 보였고 각각 지난 연도보다 0.30%p, 0.15%p, 0.02%p 늘었다. 그러나 ‘2015년 장애통계연보’를 보면 장애인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58.5%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인 32.5%를 크게 웃돌았다. 즉, 고용률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비정규직의 비율이 매우 높아 장애인은 여전히 불안한 노동자 신세인 것이다. 이러한 모순적인 통계에 대해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조호근 노동상담센터장도 “장애인 고용률은 해마다 높아지지만, 실제로는 단기계약일 뿐, 고용의 질은 오히려 나빠지는 추세다. 고용부는 장애인 일자리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용률이 몇 퍼센트 올랐는지’만을 따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공공부문 장애인 고용률’에 따르면, 각 정부부처, 교육청, 공공기관 등이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총 197억 원에 달했다. 즉, 정부 부처 역시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도 거리낌이 없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부처는 세금으로 납부금을 내기 때문에 장애인 고용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한편, 전문가들은 장애인이 쉽사리 고용되지 않는 실질적인 원인은 기업이 그들의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직 대다수의 고용주는 장애인이 해야 할 일은 단순 노동 정도로 생각하며, 아예 그조차도 못하고 일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미 장애인고용 활성화 정책으로 직업훈련제도를 마련해 장애인의 직업 능력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전국 5대 권역별로 장애인 직업능력개발원을 운영 중이며, 이 외에도 한국폴리텍대학 34곳, 민간 위탁훈련기관 28곳 등에서 장애인 대상 직업훈련을 실시한다. 현재 취업을 하고자 하는 장애인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고 각종 시험이나 자격증 관련 과정까지 수강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장애인의 역량을 반영해 평등하게 취업의 기회를 주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대형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기업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직무영역을 개발해 3D 영화 관람용 안경 세척과 스낵을 담는 종이트레이 접기와 같은 일을 맡기고 있다. 또한, 한 반도체 제조업체는 장애인 고용을 위해 맞춤 훈련과정을 개설해, 해당 과정을 수료한 청각장애인들을 반도체 설비업무에 다수 배치했다. 이외에도, 넥슨코리아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넥슨커뮤니케이션의 전체 직원 40명 중 절반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 온라인 게임 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 및 홈페이지 유지보수, 관리업무 등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은 다양한 곳에서 그들의 능력을 점차 검증받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노동 시장에서 차별받고 고용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장애인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고용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 개인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 및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법적인 규제 없이도 모든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