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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대통령 하야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원금 묶여 부실해지는 문화예술인의 복지
2016년 11월 07일 (월) 18:04:02 권종술 민중의소리 문화부 기자 ddpress@dongduk.ac.kr


  얼마 전, 청와대가 문화계에서 검열해야 할 9,473명의 명단을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전달한 것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배우 김혜수, 송강호, 박해일, 문소리와 감독 박찬욱, 김기덕, 이창동 등이 기재돼 있었다. 또한, 소설가 공지영, 은희경과 시인 신경림, 나희덕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거나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등 현 정부에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일명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른바 ‘살생부’라 불리는 이 명단이 세간에 공개되자,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도 “그 리스트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가상의 명단을 합쳐놓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논란은 잠들지 않은 채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문화예술계에서는 리스트가 밝혀지기 전부터 이미 그 존재를 짐작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부실해져가는 예술인의 삶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들을 길들이려는 시도만 계속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9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안민석 의원이 공개한 설문에서 드러난다. 기금 지원, 기부금 사업, 미술관 및 공연예술센터 운영 등에 대한 예술인의 불만이 박근혜 정권에 들어선 2012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그간 정부는 정권에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작품을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화예술을 검열해 왔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연극 <안산순례길>을 지원 선정작에서 제외시키라고 심의위원에게 지시한 것이 그 예다. 또한, 같은 사건을 다룬 영화 <다이빙 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이 삭감되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가 촉구된 일도 있었다. 이 외에도, 천안함 침몰 사건을 연상시키는 박근형 연출가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지원금 선정 작품으로 채택됐다가 정부의 압력으로 탈락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적인 검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원금이 묶인 문화예술인의 생활고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 8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연극 분야 종사자 3,1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56.1%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이었다. 월수입이 5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람의 비율도 25.2%에 달했다. 더구나, 지난해 6월엔 연극배우 김운하 씨와 영화배우 판영진 씨가 재정적 궁핍을 이유로 세상을 떠나면서 예술인들의 복지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김 씨는 고시원에서 죽은 지 5일 만에 발견됐고 판 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차 안에 번개탄을 피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문화예술인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생활고로 죽어가는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예술인을 길들일 궁리만 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최순실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보도되면서 문화예술인을 돌봐야 하는 문체부가 비선 실세의 놀이터가 된 사실도 밝혀졌다. 최순실의 말 한마디에 문체부 공직자가 물러나야 했고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문화계 각종 요직은 최순실과 차은택의 인맥으로 채워졌다. 문화융성 관련 사업이 그들을 위한 돈벌이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결국, 문화예술인은 쌓이고 쌓인 불만에 거리로 나왔다. 처음에는 정부가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을 낙인찍으려 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라며 정부의 낙인을 ‘훈장’으로 바꿔 달았다. 풍자를 통해 ‘탄압’의 기운을 ‘저항’의 힘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들은 거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본격적인 싸움에 나섰다. 권력을 무기로 문화예술인을 탄압하고 자신의 배만 불리려던 정권의 시도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재촉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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