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부문 당선작

따뜻한 파란색 

 

김하은(국어국문 11)

 

  • 사진 당선 소감

     

산으로 둘러싸여 기차역도 공항도 없는 모로코의 작은 마을 쉐프샤우엔에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계곡 옆 가파른 언덕을 10분 정도 오르면 스페니쉬 모스크에 도착합니다. 돌담에 걸터앉아 파랗게 물든 도시를 보고 있자면 현실인지, 꿈속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이 도시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온통 파란 도시의 환상성과 더불어 할 게 별로 없다는 것이 그 매력입니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꼭 해야 해!’라는 일종의 여행자적 과업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몽실몽실하게 풀어집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돌멩이에도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네는 여유까지 생깁니다.

오후쯤 되면 제가 머무는 게스트하우스 앞에 사는 동네 꼬마들이 하교합니다. 원스의 Falling slowly를 치다가 밖에서 ‘하니’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내려갑니다. 그러면 우리는 같이 놉니다. 공놀이를 하고 일회용 카메라로 서로를 찍기도 하고 색연필로 그림을 그립니다. 밥을 같이 먹고 어떤 날은 모로코식 사우나인 하맘도 가지요. 이 골목에는 여섯 가구의 주민들과 유치원과 게스트하우스가 있습니다. 사진 속 소녀는 함께 어울리던 여섯 가구 아이들 중 막내이자 유일하게 저를 낯설어하던 아이입니다. 그날따라 예쁜 꼬까옷을 입고 나왔고, 작고 야무진 손으로 골목을 비질합니다. 이 어린아이의 행동 하나에 예쁜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샤우엔에 사는 아이들과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도시를 사랑하고 아낍니다. 그래서 찾아온 손님들도 이곳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게 이 도시의 세 번째 매력입니다. 아이의 시선을 담고 싶어서 계단에 철퍼덕 앉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운 듯이 웃는 아이를 봤습니다. 그 눈엔 제가 오롯이 비쳤고 더 진실 되고 바른 어른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 사진 심사평
     

여행은 새로움과 기대감을 찾아 떠나는 길이다. 유럽의 명소 중 사색과 힐링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안달루시아와 베르베르 스타일의 산간마을인 모로코 셰프샤우엔. 인디고블루와 화이트의 대비가 눈부신, 빛의 향연이 가득한 이곳은 우리에게 신선한 풍광이다.
그곳에서 작가는 심미안적 상상과 동양인 이방자의 시각으로 독특한 사진 이미지를 구현했다. 기다림. 셔터 타이밍의 순간! 촬영된 사진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상황의 개연성과 잔잔한 시각적 스토리들, 사진에서 기다림은 참 중요한 요소이다. 기다림은 처음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 효과성, 참신한 발견성을 사진가에게 던져 준다.
“나의 사진이 충분하게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당신은 사막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사진찍기의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교감’이다. 생각해보자! 정이 가는 사진들은 피사체와 나 사이의 어떤 교감이 교차할 것이다. 그 소통은 굳이 오랜 시간의 만남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대상일지라도 준비가 되어있으면 충분히 표현해 낼 수 있다. <따뜻한 파란색>은 사진에서 그 모든 것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평론가 롤랑바르트의 저서 『카메라루시다』에서 언급되었듯이 사진의 두 가지 요소, 즉 스투디움(studium: 무엇에 대한 전념, 누군가에 대한 호의, 즉 일반적인 정신의 집중을 의미한다)과 푼크툼(punctum: 찌름, 작은 구멍, 반점, 작은 흠이며 또한 주사위 던지기)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당선작 <따뜻한 파란색>은 충분하고, 아름답다.
 

신빛(회화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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