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큐브랩 권순범 대표

 길을 가다 ‘쓰레기통’에 오래 눈길을 준 적 있는가. 아마 대부분 ‘한낱’ 쓰레기를 담는 도구라고 여길 뿐, 그리 큰 관심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큐브랩’의 권순범(29) 대표는 대학 시절, 쓰레기통이 넘쳐 길거리가 더러워지는 것을 보고 어떤 해결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큐브랩의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은 올해에만 60억 원 상당의 선주문을 받았고 유럽 등 세계 각지로 나가는 수출품이 됐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벤처기업 ‘이큐브랩’의 대표 권순범입니다.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고 올해로 5년째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과 함께하고 있어요.

기업명은 어떤 뜻을 갖고 있나요
‘이큐브랩(E-Cube Labs)’이라는 이름은 ‘에너지(Energy), 환경(Environment), 풍요함(Enrichment)’이라는 3가지 ‘이큐브(E-cube)’와 기술개발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취지의 ‘랩(Labs)’을 합해 탄생했어요. 에너지를 이용해 환경을 개선시키겠다는 지향점이 담겨있죠.

이큐브랩은 어떤 일을 하나요
저희는 쉽게 말해 ‘쓰레기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예요. 쓰레기통에 관한 일련의 정보를 알아낸 후, 이를 토대로 쓰레기 수거를 위한 인력과 차량 배치, 또한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관리하고 있죠. 또한, 센서를 만들어 기존 시설에 부착해 도시 전체의 쓰레기를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작년부터 서울시와 일을 시작했고 그 이후엔 각 구 담당자와 협업하고 있어요. 저희의 통계 시스템을 통해 환경미화원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자리 배치를 바꾸기도 하죠.

어떤 계기로 ‘쓰레기통’에 관심 갖게 됐나요
공동 창업자인 친구들과 대학 시절, 함께 술을 먹던 날이었어요. 다니던 학교가 신촌에 위치해 있어서 평소 ‘신촌’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날 마침 거리가 수많은 쓰레기로 더럽혀져 있는 것이 눈에 띄더라고요. 분명 환경미화원이 새벽부터 열심히 청소하는 데다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이 그렇게 떨어지지 않을 텐데, ‘왜 이렇게 더럽지?’라는 의문점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러한 상황이 저절로 나아지길 기다리지만 말고, 쓰레기 관리 시스템의 변화를 선도하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기존 쓰레기통을 살펴보면, 쓰레기를 꾹꾹 눌러 담지는 않기 때문에 꽉 차 보이는 통에도 빈 공간이 많아요. 그래서 이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쌓인 쓰레기를 꾹 눌러주는 장치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또, 항상 야외에 위치해 있으니 태양광을 통해 작동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큐브랩이 개발한 쓰레기통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나요
‘클린큐브’라는 이름을 가진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은 태양광 에너지로 100% 작동하고 10시간 동안 완충을 해두면 3주간은 충전 없이 쓸 수 있는 제품입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완충된 배터리가 완전히 소비되지는 않기 때문에 옆에 LED 광고를 옵션으로 제공해 사업광고를 유치하기도 하죠. 쓰레기가 가득차면 쓰레기통에 부착해둔 센서가 이를 인식해 500kg의 힘으로 구성물을 압축합니다. 압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일반 쓰레기통보다 5배에서 많으면 8배까지 많은 양의 쓰레기를 모을 수 있죠. 또한, 센서는 ‘현재 쓰레기가 어느 정도 쌓였는지, 충전은 얼만큼 돼 있는지’ 등에 관한 통계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클린캡’이라는 센서를 개발했어요. 이는 기존에 사용되던 쓰레기통에 붙이는 용도로, 클린큐브가 대당 100-200만 원이라는 비싼 비용 때문에 모든 곳에 보편화되기는 어려워 그 대안으로 만들어진 것이죠. 기존 쓰레기통의 1/10 정도는 클린큐브로 바꿨지만, 그 외의 것에 대한 통계를 낼 수 없으니 시 전체의 통합적 관리를 하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해 관리를 최적화하기 위한 사물인터넷(Iot) 활용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죠. 클린캡은 초음파로 작동한답니다.
이를 통해 ‘클린시티네트웍스’라는 솔루션을 만들어냈어요. 자료를 실시간으로 축적해서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죠. ‘요일, 시간대, 날씨 별 쓰레기 통계와 어떤 경로로 수거를 하면 좋은지, 수거 시점은 언제가 좋고 쓰레기가 가장 많이 쌓이는 장소가 어디인지’ 등 다양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겁니다. 최근에는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얼마의 쓰레기가 찰 것인가’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죠.

‘클린큐브’가 창출하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것이 핵심이죠. 일반 쓰레기통을 사용하면 쉽게 쓰레기가 범람하고 그러면 거리는 종잡을 수 없이 더러워져요. 또, 강남역처럼 인구가 많이 밀집하는 곳에서는 쓰레기통을 하루에 5번이나 비워야 하죠. 하지만 ‘클린큐브’를 도입하면 쓰레기가 넘쳐흐르는 상황을 막을 수 있고 사람이 24시간 붙어 관리하지 않더라도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요. 앞선 강남역의 사례에서 한 번만 수거해도 되도록 횟수를 줄이기도 하죠. 이처럼 수거 인력과 차량에 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요. 최근 싱가포르나 콜롬비아에서는 수거 빈도가 60%나 감소했습니다.

클린큐브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초기에 만들었던 것은 솔직히 엉망이었어요. 저희가 구상한 것을 들고 청계천의 기계 골목에 무작정 찾아갔지만 자본이 부족하다 보니 그 결과물은 조악했죠. 사무실이 없어 원룸에 살던 당시 제 집에 놔뒀는데, 곧 폭발할 것 같은 불안한 소리가 났어요. 그렇게 몇십번의 도전 끝에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이 만들어졌습니다.

이큐브랩을 창설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 시절, 사회적 기업을 컨설팅해주는 외부 동아리에서 활동했었어요.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곤 했는데, 저를 포함한 모두가 사회 지향적 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제대로 해내보자며 입을 모았죠. 문제를 지속가능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형태를 띠는 것이 가장 파급력이 크다 보니 사업화된 것이고요.
처음엔 각자 20-30만 원 씩 갹출해 시작했는데, 사업을 진행하려다 보니 돈이 많이 필요하더군요. 그래서 각종 창업경진대회, 공모전을 닥치는 대로 나가 4,000만 원가량을 모았어요. 이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특허를 따면서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죠.

현재 어떤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나요
영국, 아일랜드,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등의 유럽 10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방콕, 중국, 남미,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과 체결을 맺었어요. 특히 인건비와 수거비가 비싼, 즉 ‘쓰레기는 많이 나오는데, 그것을 치우는 데 돈이 많이 드는 곳’에서 저희의 제품을 선호하죠.

이큐브랩은 수평적인 기업구조를 지향하는 것 같아요
이큐브랩은 현재 인턴까지 포함해 40명의 팀원과 일하고 있는데요. 직원 한 명, 한 명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것을 중요시해요. 사내 구조와 자리 배치를 개방형으로 설계해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과 협업이 능동적으로 이뤄지도록 했죠. 직급도 없고, 직원 간에도 서로 이름을 불러요. 이로써 나이가 어리지만, 능력 있는 근로자가 전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죠. 팀 간에 자연스럽게 가장 열의 있고 헌신적인 사람이 임시적 ‘리더’로 정해지기는 해요. 하지만 그 리더가 조언의 역할 정도만 할 뿐, 다른 어떠한 권력을 가지지는 않아요.

이큐브랩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인가요
쓰레기 처리 산업에서 저희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갈 겁니다. 그간 이 분야는 항상 ‘기술’에 있어서 소외돼 있었어요. 저희는 성숙화된 기술을 잘 혼합해 쓰레기 관리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일반 쓰레기가 아닌 산업 폐기물과 화학적 폐기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고 사람, 수거 차량에도 센서를 부착한 후 쓰레기를 수거하는 주체의 행동을 분석해 관리를 더욱 최적화할 거예요. 보다 더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글·사진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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