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전라남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 3명이 ‘게임을 한다’라는 명목으로 같은 반 다문화가정 학우 A양의 머리카락을 잘라낸 사실이 폭로됐다. 이에 전남도교육청은 급하게 진상조사에 나섰고 지난 17일에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차별이나 놀림을 받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는 국내에서 ‘다문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이제 다문화가정은 지난해 말 27만8천여 가구로 전체 세대의 1.3%에 해당하며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2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전체 인구의 3.9%를 차지한다. 한국이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동안,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한 외국인을 포용하기 위해 각종 정책과 제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의 자녀부터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장기체류외국인 등 외국인 거주민이 우리나라에서 10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각종 편견과 갈등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책과 제도는 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다문화가정 증가와 한류의 확산 여파 등으로 급격히 늘어 2007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 해마다 10만 명씩 꾸준히 증가해, 지난 7월 기준 203만 4,878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이 중 우리나라에 상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171만 명에 이르며 첫 조사를 시작한 2006년 53만 6,627명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3.4%로, 충청북도의 인구보다도 많은 수다.


또한, 외국인 주민을 국적별로 분류해보면, 중국 출신이 52.8%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다음으로는 베트남 12.6%,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네팔·부탄 등 남부아시아(인도권) 5.7%, 태국 4.9%, 필리핀 4.8%, 미국 3.9%,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1%, 캄보디아 3.1%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이렇듯, 외국인 이주민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어떨까. 지난해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성인 1,000명에게 이주민 증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지난해보다 외국인 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도드라졌다. 우선, ‘외국인 이주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를 가져옴으로써 한국 사회를 좋게 만든다’라고 생각한 한국인이 2014년 28.6%에서 2015년 22.4%로 감소했다. 반면,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에 동의하는 사람은 2013년 23.6%에서 2015년 29.7%로 늘어났다.


또한, 같은 해 여성가족부가 외국인 거주민 인식을 나라별로 비교한 조사에서도, 한국인은 ‘다른 인종과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와 ‘외국인 이민자와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비교 국가 17개국 가운데 각각 2번째와 4번째로 높았다.


게다가, 한국인이 이주민에 대해 가진 인식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출신국 별로 차별적 태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의 2015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미국인이나 프랑스인의 이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나 일본과 나이지리아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고 특히 중국인에 대해 가장 비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편향성에 대해 이정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인끼리도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차별하는 성향이 외국인을 상대로도 그대로 나타난다”라고 해석했다. 즉, 출신국이 보여주는 부유함에 따라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과 차별은 유독 아시아 출신 결혼이주여성에게 더욱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정부가 유독 그들에게만 다문화 지원과 정책 등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다문화 가정의 사회 정착을 위한 여러 정책이 논의됐지만, 실질적인 제도적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까지 어떠한 다문화 정책을 펼쳐왔을까.


먼저, 다문화 정책이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는 동안의 주요 흐름을 살펴보면, 2006년에 정부가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을 처음으로 수립했다. 그해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대책’ 마련이 시행되고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가 설치되는데, 이는 국내에도 다문화 가정을 포용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가족지원센터는 결혼 이민 여성에게 한국어 교육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이들이 통·번역 전문가로 성장해 취업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몫을 잘 수행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후 2007년에는 결혼중개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국제결혼 수가 늘어나며 결혼중개업체가 급격히 증가하자 이런 상황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또한, 당시 혼인 당사자끼리 쌍방 신상정보가 파악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나면서, 결혼중개업에 대한 신상정보 제공 범위를 점차 확대해 해외에서 국내로 국제결혼을 하러 오는 이주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본래 의도만큼 이 법안의 효율성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6월까지 국회는 5차례에 걸쳐 법을 개정해, 1억 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국제결혼 중개업체로 등록이 가능하게 하는 등 규제 수준을 높였다. 하지만 재작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4년 국제결혼중개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상정보 제공이 의무화된 2010년 11월 이후에도 배우자의 소득, 재산 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이들이 각 44.3%와 40.1%에 달했다. 심지어 결혼하고 난 후 알게 된 정보가 소개받을 당시의 내용과 다르다는 응답이 16.8%로 나타나면서 업체들의 음성·편법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봐도 “결혼 중개와 관련된 대다수의 문제가 수수료 및 위약금과 관련돼있지만, 현행법은 이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라며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2008년에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함으로써 다문화 정책 육성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이를 토대로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2008년), 제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2013년), 제1차 다문화가족지원정책 기본계획(2010년)이 수립됐다. 또한, 2006년 21곳에 불과했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지난해 217곳으로 약 10배가량이 늘어나면서 결혼이민자와 자녀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과 취업?창업교육 등을 운영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역시 본래 취지보다 실효성이 적어 그 한계가 지적됐다. 또한, 지난 2014년 ‘다문화가족정책 개선 방안’으로 지속해서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했던 과정이 최근 9월에도 어김없이 시행됐다. 이는 그동안 정부의 고질적인 다문화정책에 대한 문제점으로 비판됐던 각 부처 간의 중복사업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올해에는 신규로 3개 부처, 10개 사업에 대한 통폐합 및 5개 부처 6개 사업 대상 연계·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부터 각 기관의 다문화 사업을 통폐합하며 한계를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했지만, 매년 유사한 정책만 논의돼 왔다. 이는 다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관제탑을 지정하지 않고 중구 난방하게 기관마다 저마다의 예산을 집행해 사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1천 100여 개의 다문화 정책을 분석한 정명주 부산대 교수는 “각기 다른 정부기관이 동일한 대상에게 같은 정책 내용을 시행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라고 지적하며 이는 심각한 국가 예산 낭비임을 시사했다.


이는 사실 다문화가족의 가족구성 중 한 명이라도 대한민국 국민이어야만 하는 현행법상의 요건이 문제의 시발점이다. 합법적으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가족, 인도적 체류자 가족 등은 정부의 국내 정착을 위한 지원이 누구보다 절실한 구성원이지만, 앞서 말한 현행법상의 요건 때문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로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에게만 다문화 정책에 대한 지원이 쏠리게 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국가 정책을 마련해야 할까. 우선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주변 상황을 돌아보며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10일, 행정자치부가 다문화 가정을 위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는 외국인 배우자도 별도의 서류 없이 주민등록등본에 세대원으로 기재될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주민등록등본 1장만으로 가족관계를 증명하도록 하는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현행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상자에서 외국인을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배우자나 입양한 외국인 자녀는 주민등록등본에 기재되지 않아 항상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후 발급되는 주민등록등본에는 외국인 배우자의 성명과 세대주와의 관계, 외국인등록번호가 기재돼 별도로 가족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서류를 발급받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이를 두고 김성렬 행정자치부 장관은 “15만 명에 이르는 결혼이민자의 생활 속 불편이 해소될 것이다”라고 말해 본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되새겼다. 실질적인 재정지원은 아니더라도 이 같은 개편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가정을 꾸릴 때 아직까지 남아있는 일부 따가운 시선을 당당하게 내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셈이다.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합당한 일자리 환경을 제공하는 일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그 예로, 2005년 이후 국내 외국인 노동자 수는 급격히 증가해 외국인 근로자 약 100만 명이 국내에 체류 중이다. 그중 공단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비전문 취업자에 대한 근로 환경은 NGO 단체나 종교 단체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된 상태다. 반면, 전문 인력은 2012년 약 3만 명에서 지난해 약 4만5천 명까지 20%가 급증하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불안정한 체류관계로 인해 고용주로부터 노동착취를 당하는 등 근로 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관리 부재도 있지만, 관련된 사안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비전문 취업자는 노동부에서 관리를 맡은 데 비해 전문 인력은 법무부에서 따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부처 간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의 유입과 체류, 나아가 이민 정책까지 담당하는 정부 산하의 관제탑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처럼 오늘날의 다문화 정책은 필요 이상으로 일부 구성원에게 지원이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우리 정부가 진정으로 모든 인종과 민족을 아우르는 ‘다문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이를 전담하는 관제탑을 신설해 이전의 실효성 없는 정책을 재고하고 또 다른 법안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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