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발생한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다줬다. 게다가, 이후 그 사건의 범죄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이가 조현병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일부 사람들이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조현병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석균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현병’이란 무엇인가
  이 병은 인지, 지각, 행동, 감정, 성격 등 사람의 정신과 관련된 부분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청년기에 흔히 발병하며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환각과 망상이 있다. 조현병 환자의 대부분은 자신을 비난하는 말소리가 들리는 환청을 경험하거나 ‘국정원에서 나를 해치기 위해 도청을 시도하고 있다’라는 식의 피해망상을 겪는다. 물론, 보통 사람도 한 번쯤 자신이 감시당한다고 느낀 적이 있겠지만, 조현병을 앓는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로 믿고 감시를 피하려는 행동을 한다.
  이 외에도, 조현병 환자는 ‘와해된 언어’, ‘음성 증상’, ‘인지기능의 상실’ 등의 증상이 동시에 혹은 몇몇 결합으로 나타난다. 와해된 언어는 말의 처음과 끝이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유심히 들어보면,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처럼 앞뒤가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음성 증상이 있을 때는 눈에 띄게 감정표현, 말 등이 없어진다. 더불어, 기억력, 판단력, 사고력 등의 기능이 낮아져 사회성을 잃게 된다.


조현병이 발병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 조현병은 아기가 엄마의 자궁에 있을 때, 혹은 태어나고 1년 안에 나타나는 뇌 손상으로 유발된다고 보고 있다. 전자는 유전적인 요인이나 바이러스, 영양 상태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아 ‘생물학적 손상’을 입은 것이며 후자는 태어난 후 부모가 돌보지 않거나 학대를 해, 뇌가 큰 스트레스를 받고 ‘심리적인 손상’을 입은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손상이 아주 미세하다 보니, 보통 20살이 되기 전에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는 몸과 다르게 성인이 돼서도 계속 발달한다. 특히, 20살 무렵에는 신경세포들 사이의 효율적인 연결을 위해 ‘신경세포 가지치기’가 이뤄진다. 그러나 뇌가 조금이라도 손상돼 있으면 스트레스에 취약해져 가지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청년은 청소년 때보다 감당해야 할 것이 많아져 스트레스가 급증하게 되는 나이다. 가지치기가 안 되면 뇌세포가 제 기능하지 못해, 정보처리 시스템이 망가지고 병적인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조현병은 스스로 진단할 수 있나
  조현병은 전구기와 활성기로 구분되는데, 이 둘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병식’, 즉 병에 대한 인식이다. 활성기는 자신이 조현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증상 역시 전구기에 비해 심한 편이다. 반면, 전구기 때는 예컨대 누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의심이 종종 들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그것이 정신병이라는 사실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조현병은 스스로 진단하기가 어렵고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만약 친구가 평상시와 다른 이상한 모습을 보인다면 전구기가 시작된 것일 수 있으니 섬세한 대화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활성기로 넘어가면 스스로 병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괴롭고 힘든 원인이 조현병이 아니라 ‘국정원’ 같은 허무맹랑한 것에 있다고 결론짓는다. 조현병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예후가 좋다. 자신이 전구기에 있다고 느껴지면 가까운 병원에 건강센터에 방문해야 한다.


조현병은 폭력성과 연관이 있나
  학계는 1980년대까지 조현병 환자가 폭력 범죄와는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그들이 폭력을 일으킬 가능성이 일반 사람보다 4-5배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 자체가 낮기 때문에, 5배라고 하더라도 높은 수치가 아니다. 게다가, 치료를 받으면 그마저도 낮아진다. 만일 조현병에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물질남용이 함께 있다면 폭력성이 뚜렷해지기는 하지만, 그것은 보통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조현병 환자 중에서 과거 폭력 범죄를 벌인 이들을 보면, 대부분 발병 전부터 범죄를 저지른 경우다.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조현병 환자를 병원에 가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조현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전체 인구의 1%가 조현병 환자다. 즉, 100명 중 한 명이 조현병을 앓았다거나 지금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조현병은 치매처럼 흔한 병이라는 인식이 없어, 그간 올바른 정보가 많이 공유되지 못했다. 앞으로 연구도 더 많이 이뤄져야 하지만, 제대로 된 기초 지식이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


조현병을 극복하기 위해 환자 스스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약물치료를 하게 되면 증상의 70%는 사라진다. 나머지 30%도 다양한 심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줄여갈 수 있다. 하지만 조현병은 치료 후에도 재발될 수 있으며 전치 기간을 알 수 없어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그러므로 다 나았다고 방심하지 말고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본인 스스로도 조현병을 앓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금 귓가에 말소리가 들린다거나 망상을 하게 됐을 때, 그것이 실제인지 혼자 판단하지 않고, 친구나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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