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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호들갑 떨 일 아니다
의회의 행정부 견제권한 크고 트럼프 태도변화도…문제는 우리 내부
2016년 11월 21일 (월) 15:49:59 최한영 뉴스토마토 정치경제부 기자 ddpress@dongduk.ac.kr

지난 9월,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초당적 대미외교’의 일환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미국의 유력 정치인을 만나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미 관계에 급속한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하며 우려를 표했다. 이 질문에 대해 미 의회 지도자는 “트럼프의 발언은 대선용이다. 선거를 의식한 발언에 과민반응하지 말아 달라”라고 답변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현지시각으로 지난 8일 진행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중의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다. 의외의 선거결과를 두고 저소득층에 속하는 백인 남성의 반란이라는 말부터 기득권 세력에 반감을 품은 미국 국민이 변화를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각종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많은 이들이 당황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두고 군중의 혼란이 야기되는 것에는 선거 운동 당시에 당선인이 내놨던 공약의 영향이 크다. 그는 후보 시절 “당선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불법 이민자 추방이다”, “한국이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다면 미군을 철수하겠다” 등의 발언으로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이처럼 그의 종잡을 수 없는 돌발행동에 놀라고 지친 공화당 주류 인사는 선거 직전까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반대 의사를 고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이는 몇 가지 사안을 놓고 봤을 때, 이후 정국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행정부를 의회가 끊임없이 견제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상·하원 양원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 의회는 엄격한 삼권분립을 기본으로 예산안 편성을 주도하며, 행정부의 각종 정책을 국민의 처지에서 검토·수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물론, 트럼프 본인도 임기 4년간 의회가 만든 법안이나 요구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가 몸담을 곳은 집단 간 상호견제를 통해 힘의 쏠림을 방지하고 있는 미국의 국가운영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은 수시로 공화당 의원에게 접촉하고 심지어 전용기에 태우면서까지 정책마련을 위한 설득을 거듭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도 자신의 의지대로만 일을 진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난 9월 우리 의회 지도자에게 공화당 소속인 에드 로이스 위원장이 한 말은 곱씹어 볼 만하다. “외교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은 하원 외교위원회가 결정한다. 군사동맹이나 경제 협정은 외교위원회의 승인 없이는 그 어떤 것도 변경할 수 없다. 공화당 지도부, 특히 하원을 이끄는 지도부는 한미동맹에 변화가 올 만한 어떠한 형태의 국가 간 협정에 변화를 꾀할 생각이 없다.” 이처럼 공화당 주류의 트럼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고려하면, 선거 기간 내세웠던 그의 공약이 이행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태도 변화도 목격됐다. 그는 당선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며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며 흔들리지 않고 양국 안보를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정치에 대한 당선인의 사고가 유연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선거운동 과정에서 미국인의 분열을 선동하다시피 하던 그는 당선 후부터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 “분열의 상처를 치료해 하나로 뭉칠 때다”라고 말하며 자국의 화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여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당선인이 백악관에 들어가서까지 지금과 같은 ‘아웃사이더’ 기질을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필요한 득표 전략과 실제 국정운영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혼란스러워질 이유가 없다. 남의 동네 문제에 호들갑 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내부부터 살필 일이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농단 난맥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되고 있다. 오랜 경력을 가진 사업가이자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서 거래 지향적으로 보는 트럼프에게 있어 한국의 정치적 혼란 상황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기회로 비칠 여지가 크다. 위기는 언제나 내부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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