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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맨’으로 돌아보는 국가 지도자의 진정한 역할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한국문화인류학회/일조각-
2016년 11월 21일 (월) 17:37:14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끊일 줄 모른다. 일명 ‘최순실 게이트’를 시작으로 대통령의 부패와 무능력함이 드러나면서 모두가 현 정부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다. 게다가, 그와 관련된 ‘개그 프로그램보다 더 우스운’ 사건들이 폭로되며 정권은 풍자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연일 ‘이게 최순입니까’, ‘내가 이럴려고 OO했나’ 등의 유행어가 생겨나는 등 대통령은 전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는 과거 멜라네시아와 폴리네시아의 사례를 통해 정치지도자가 어떻게 지지자를 확보하고, 또 잃어가는지 밝힘으로써 현대의 우리에게 통찰력을 제고한다. 우선, 남태평양에 위치한 멜라네시아와 태평양 동쪽의 폴리세니아는 국가의 원수를 ‘빅맨’이라는 용어로 통칭한다. 그러나 현대의 정권과 달리, 이들은 제도적 권한을 갖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계속 모이도록 만듦으로써 지위를 획득한다. 주변인과 끊임없이 소통해 그들이 필요한 것을 충족해주고 지역사회에 여러 혜택을 제공하며 얻는 ‘관대하다’라는 명성이 빅맨의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로써 ‘가신’이라 부르는 지지자를 획득하면, 또 그들의 재산과 노력을 활용해 새로운 추종자를 확보한다. 이러한 전략을 반복함으로써 그들은 지도자의 권한을 갖게 된다. 빅맨의 가치는 그들이 원수의 지위까지 오르는 데 굉장한 노력이 투여된다는 점에 있다. 주변인이 자신을 완벽히 신뢰하도록 하기 위해 오랜 설득이 이뤄지며 사회 공헌이 리더와 추종자 관계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빅맨은 굳이 권력이 공식화되는 절차 없이도 많은 가신을 거느릴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지도자와 추종자의 관계가 처음부터 우호적으로 맺어지다 보니, 사회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그 해결 과정은 매우 평화롭다. 멜라네시아와 폴리네시아인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거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지만, 극한 상황에도 심한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은 ‘풍자’를 주제로 한 노래 시합으로 비판이 이뤄지며 혹여 폭력 사태가 일어날지라도 또 다른 주먹 싸움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될 뿐이다. 또한, 구성원 간 관계가 소원해질 경우 이들은 의도적으로 정치적 논쟁 판을 벌여 대화를 나누며 우애를 다지기도 한다.

 그러나 자칫 빅맨이 이를 악용할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실제로 당시 빅맨 중 일부는 구성한 집단, 즉 ‘파벌’을 이용한 경제적 착취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의 추종자들로부터 부당하게 돈을 가져가고, 반대로 이들에게 지고 있는 빚은 온갖 이유를 대며 갚지 않았다. 아울러 외부에서 벌어든 재화를 집단 구성원에게 분배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아량을 떠는 사람들에게 지급했다. 또, 인위적으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혈연, 지연, 학연을 교묘히 악용하고 과부나 고아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현실 불가능한 사탕발림을 하며 끌어들였다. 이로써 해당 빅맨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가 깨졌고, 이는 결국 조직의 와해를 초래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우리의 현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낸다. 박근혜 대통령은 피땀 어린 세금을 이용해 최순실 등 부적합한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다줬을 뿐만 아니라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을 주도하고 모금을 직접 챙기는 행위를 벌였다. 국민은 이처럼 절망적인 시국에도 평화시위를 하는 선진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박 대통령은 지난주 예정됐던 검찰 조사를 미루며 이리저리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결국 빅맨의 사례처럼, 현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뿐이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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