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로, 오늘날까지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되는 문장이다. 하지만 스스로 얼마나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생각하면 누군가는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있다면 매일 독립 운동가를 한 명씩 소개하는 ‘하루하루 독립운동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보길 권한다.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약 3만 명이 내려 받으며 5.0이라는 만점의 평가를 받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주인공, 나훈희 교사(30)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서울 이문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나훈희입니다. 지금까지 ‘하루하루 독립운동가’를 포함해 20여 개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했어요. 주로 수학이나 역사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앱이죠.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스마트폰은 이전의 핸드폰과는 달리, 터치, 센서 작동, 인터넷 등의 기능을 구비하고 있죠. 그중에서도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원하는 때에 이것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어느 날 문득 수업 현장에서도 이런 점을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에는 초등학생도 스마트폰을 일찍 접하다 보니 앱을 통해 수업을 하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학습 효과까지 높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앱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지식은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었죠(웃음). 처음 코딩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것도 앱을 만들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보다는 취미 삼아 프로그래밍을 다뤄보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간 앱 개발과 관련해 전혀 경험이 없었던 터라 시작단계에서는 막막하기만 했죠.
따로 학원에 다닐 만큼의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우선 코딩과 관련된 책을 구매해 반복해서 읽었어요. 책 한권을 5-6번씩 정독하면서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 익히는 것을 중점으로 했죠. 또, 실제로 앱을 개발하는 단계까지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예시문제를 여러 번 풀어보고 직접 프로그래밍 작업에 시도해보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자문을 구할 곳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애를 먹기도 했어요. 그래도 친누나가 같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터라 구성에 대한 의견을 물어 도움을 구했고, 실질적인 개발 단계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는 모르는 부분에 대한 검색을 거듭하며 하나하나 익혀갔습니다.

한 개의 앱을 만드는데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요
개인적으로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수업에서 이용했을 때 도움이 되는 앱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보통 학생의 관점에서 어떤 것을 보충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이후에는 갖춰야 하는 기능과 디자인 등 생성 단계를 구체화합니다. 근무 중일 때는 학교 일에 집중해야 하다 보니 퇴근 후에야 코딩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이처럼 구상했던 것을 코딩해 앱이 완성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스스로 사용해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앱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등록하면 다음 수업 때부터 활용할 수 있게 되죠. 간단한 앱은 몇 주일 만에 만들기도 하지만 기능이 복잡하게 적용되면 몇 달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제가 만든 수학용 앱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각 해당 단원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자주 이뤄지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수업을 하다가 학생이 직접 보강해줬으면 하는 부분을 말하면 그때마다 메모로 남겨놓고 다음 해에 같은 단원을 다시 공부할 때 수정하고 있습니다. 관련된 예시로, 수업 때 앱을 활용해 원의 넓이를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학생이 “문제가 나오면 혼자 공부할 때도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해줘서 실제로 자동으로 문제가 제시되는 기능을 추가한 적이 있어요.

‘스마트 수학’ 시리즈처럼 주로 수학과 관련된 앱을 만드신 이유가 궁금해요
스마트 폰을 이용해서 공부할 때 가장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다 도형 영역을 공부할 때 앱을 활용하면 유용할 거라는 생각이 스쳤죠.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상상했던 것에서 실제로 눈으로 측정하고 새로운 도형을 구현해보는 활동이 학생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것 같았습니다. 도형은 손으로 터치하면서 해당 모형을 만들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제가 만든 수학용 앱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또, 제가 5, 6학년 담임을 주로 맡기 때문에 해당 학년에서 배우는 수학교육 과정 중 도형과 관련된 앱은 거의 다 개발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앱에 증강현실(AR)을 접목하면 어떤 효과가 있나요
도형을 예시로 들면, 각 면과 모서리, 꼭짓점 등을 배울 때 학교 현장에서 이를 위한 교구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품이 갖춰진다 하더라도 학교 밖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요. 그러나 증강현실을 이용하면 수학 교과서에서만 봤던 모형을 3D 입체 도형으로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실감 나게 공부할 수 있게 되죠. 앱 개발을 하면서부터 최신 IT 기술에 대한 뉴스를 관심 있게 보게 됐는데, 그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증강현실을 수학용 앱에 적용하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어진 게 ‘증강현실로 배우는 입체도형’이라는 앱이에요.
일반적으로 안드로이드 앱은 ‘자바(Java)’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서 만드는데 쉽게 말해 텍스트 기반의 코딩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증강현실의 기반을 혼자서 개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oftware Development Kit)’라는 개발자 도구를 이용해 증강현실을 구현해냈죠. 아울러 3D를 나타내기 위해 게임 엔진 기술인 ‘Unity 3D’를 활용해 생각한 것보다 쉽게 앱을 만들 수 있었어요.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안드로이드 또는 아이폰용으로 출력하면 비로소 하나의 앱이 완성됩니다. 구글이 약 5만 원 정도로 평생 등록자가 될 수 있는 데 비해 애플은 매년 더 비싼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제가 만든 앱은 안드로이드에만 등록돼 있어요.

가장 널리 알려진 ‘하루하루 독립운동가’ 앱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어느 날 예능프로그램〈무한도전〉에서 독립운동가에 관한 내용이 나온 것을 보고, 다음 수업 때 학생들에게 이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잘 모르는 아이가 대부분이었어요. 이에 ‘독립운동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앱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실행에 옮기게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관련된 데이터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었어요.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사진, 간략한 업적 요약, 세부 업적 등이 필요했는데 개인이 자료를 찾기에는 너무 방대한 양이었습니다. 국가보훈처를 방문하기도 했는데, 사진도 없는 인물이 다수였고 정리가 잘돼 있지 않아서 데이터로 정리하기 힘들었죠. 그렇게 계속 알아보던 와중에 ‘네이버 캐스트’에서 국가보훈처로부터 받은 독립운동가에 대한 자료를 세부적으로 정리해 놓은 걸 발견하게 됐습니다. 결국, 이를 이용해 백과사전처럼 가나다순으로 인물을 정렬하고 사진과 간단한 업적을 소개하는 구성과 함께 자세한 정보는 네이버 캐스트로 연결되는 시스템으로 설정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구성이 이 정도에서 그치면 누가 찾아서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날마다 보자는 의미에서 알람기능을 추가하고 ‘독립운동가 알아보자’에서 현재의 ‘하루하루 독립운동가’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수업에서는 어떤 반응을 얻고 있나요
실제 학교 내에서 5, 6학년의 상황을 보면, 한 반에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가 절반입니다. 때문에 두 명씩 짝을 만들어서 함께 활동하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스마트폰 미러링을 통해 당일 수업에 대한 활동 안내를 고지하면 학생이 따라 하게 되는 시스템이죠.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다른 활동을 하면 앱을 이용한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해요.
확실히 앱을 활용하면 학생이 훨씬 이해를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공부하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도형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껴 성취도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간혹 반 학생에게 제가 만든 앱으로 공부해 성적이 많이 올랐다는 내용의 편지를 한두 번씩 받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정말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VR)을 이용해서 유물과 유적을 좀 더 실감 나게 배울 수 있는 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화산과 태풍을 배울 때도 IT 기술을 적용하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죠. 이처럼 앞으로도 학생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계획이에요. 이 같은 시도로 인해 모든 학생이 즐거운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글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사진 나훈희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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