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을 본인이 올린 게시물에 대한 권리만으로 한정한 것은 타인의 게시물에만 효력을 끼치는 현행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함이다. 그간 시행됐던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인터넷상의 개인정보 처리 과정에서 피해를 받았을 경우에만 해당 게시물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본인의 명예가 타인에 의해 훼손된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효력이 없다. 즉, 자신이 작성한 게시물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피해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상황이라면 해당 데이터 삭제가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일반인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긴다. 때문에 대부분 자기 게시물에 대해 어떠한 요청도 하지 못한 채 숨어버리고 만다. 이를 두고 본인이 작성한 게시물에 책임을 지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취업을 앞두거나 새로운 출발선에 선 사람이 과거에 남긴 글 때문에 발이 묶여 버리게 되는 사회는 너무나 가혹하다. 실제로 지난 8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57%가 잊고 싶은 자신의 게시물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이 이를 삭제하고 싶어도 사이트에 등록된 계정이 오래돼 글에 대한 접근마저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민이 인터넷 사용에 거부감을 느끼는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

더군다나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은 범죄자나 공직자 등 공익에 영향을 끼치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잊혀질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측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이로 인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기우다. 이뿐만 아니라, 언론의 보도기사 역시 가이드라인의 범위를 벗어난 영역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국민의 알 권리와는 아무런 접점이 없다.

또한, 가이드라인 자체가 강제성을 띄고 있지 않아 포털사이트와 SNS 등에도 이를 ‘권고’해달라고 요청하는 수준이다. 더불어 아직 시행단계이기 때문에 포털사이트 내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안내가 부족해 이용이 활발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각종 서비스 사업장에서 안정적인 제도 구축을 위한 관리를 지속한다면, 개인의 권리를 보장받는 청정 인터넷이 도래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인터넷은 각종 신상정보를 유출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잊혀질 권리처럼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는 등의 시도가 확산되면서 비로소 인터넷은 ‘안전하고 유익한 정보의 바다’라는 제 역할에 가까워지고 있다.


김진경 수습기자 wlsrud68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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