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폐암 하나 주세요’라는 문구가 들어간 보건복지부의 금연 광고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광고를 접한 대다수의 애연가는 해당 광고가 흡연자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언쟁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건강 정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헬스 커뮤니케이션학’이 동시에 주목받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의 기획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의 주영기 교수를 만났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건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이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간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 없던 이들에게 필요한 의료 소식을 전달해 질병을 대비하고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예다.
  우선,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일차적 차원은 건강에 관한 정보가 다른 매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신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간단한 예시로 의사가 환자에게 병을 설명해주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의 의학 정보를 여러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본 학문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이차적 헬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분석과 함께 ‘헬스 저널리즘’이라고도 지칭한다. 주변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접할 수 있는 헬스 저널리즘으로는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공익광고가 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에서 건강은 어떤 의미인가
  헬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건강을 ‘개인 건강’과 ‘사회 건강’으로 나눈다. 그중 사회 건강은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사회적으로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를 연구하는 전문가 대부분은 앞서 말한 학술적 담론을 통해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힘을 쏟는다. 예를 들어, 돈이 없어도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치료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이러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건강 정보를 ‘연구’하고 ‘전달’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본래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질병관리본부 등의 정부 기관에서 어떤 정보를 전달할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우선순위에 해당된다. 이때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위험 평가’다. 이는 어떠한 질병이 발생할 확률과 실제로 미칠 파급력을 연구하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정보를 사회에 공표할 때 정치, 경제, 문화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는 것까지가 본 과정에 해당된다.
  다음으로는 질병의 위험성을 알리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단을 선정하는데, 이러한 업무는 광고 회사가 맡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얻기 위해서는 정부 기관 내에 홍보 담당 전문가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부 내의 언론 담당자가 건강 정보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헬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을 방해한다. 언론 담당자는 언론사에 정보를 발표할 뿐, 헬스 커뮤니케이션학에서 연구 과정을 통해 구축했던 데이터베이스를 홍보라는 특수 목적을 띄는 매체로 재구성하는 데는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연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
  가장 보편적인 실험 방법으로는 설문조사가 있다. 이때 응답자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다양하게 표현한 여러 광고를 보게 한 뒤, 인식과 행동에 있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관찰한다. 이후 답변자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 실제로 사회생활을 할 때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보일 때, 비로소 본 실험의 효과가 나타난다. 때문에 이러한 과정은 매우 중요한 지표다.
  이뿐만 아니라 단순히 ‘네’ 또는 ‘아니오’라는 응답보다 세분된 답이 나올 수 있도록 설문지를 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안전벨트를 매자’라는 동일한 메시지의 공익 광고를 여러 편 본 후, 어떤 영상을 봤을 때 안전벨트 착용의 필요성을 가장 강력하게 느꼈는지 피실험자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는 ‘매우 그렇다’, ‘그저 그렇다’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앞서 설문지를 구체적으로 구성함으로써 피실험자의 세분화 된 인식 변화를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설문 조사 외에도 광고를 시청한 후, 심장박동 수나 뇌의 인지 변화를 관찰하는 신체 실험이 있다.
  한편, 실험이 끝나면 ‘감정촉발요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감정촉발요인이란 똑같은 일이라도 관련 사항에 따라 사람이 다르게 느끼도록 하는 요소를 지칭한다. 예컨대 군대와 유치원에서 식중독균이 나왔다고 가정하면 유치원에서 균이 발견되었을 때 국민의 반응이 더 뜨겁고 위험 인식이 더 큰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자극적인 금연 광고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본래 광고를 만들 때는 어떻게 전달해야 보는 이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금연 광고를 예로 들면, 담배를 끊음으로써 얻는 이득에 집중할지 혹은 담배를 피우면서 잃는 손실에 주목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담배를 끊어야 한다’라는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지만 ‘이익’과 ‘손해’라는 단어가 사람에게 주는 심리적인 변화를 고려해 무엇이 설득의 효과가 더 뛰어난지를 선택하는 방안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보건복지부는 개인에게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자극적일 수 있는 공익 광고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항상 자극적인 표현만이 효과적이지는 않으며 상황에 따라 전달 방법은 바뀔 수 있다. 광고 사안에 따라 어떤 홍보 전략을 세울지 선택하는 것은 이후의 결과를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앞으로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점이 발전돼야 하나
  미국은 1975년에 헬스 커뮤니케이션학회가 만들어지면서 지금까지 연구가 진행돼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9년에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만들어졌다. 그만큼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속도가 느린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학회 회원 대부분이 ‘헬스’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두 분야가 모두 중시돼야 하는데, 현재는 주로 전달하고자 하는 보건 메시지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때문에 한국의 헬스 커뮤니케이션이 발전하려면, 보건학 전문가가 헬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효율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즉, ‘보건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의 융합이 앞으로 헬스 커뮤니케이션학의 남은 과제라 볼 수 있다.


글·사진 김규희 수습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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