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인문관 B403호에서 ‘컴퓨터학과 정·부학생회장후보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정책토론회란, 정보과학대학(이하 정보대)의 선거 시행 세칙 제6장 9조에 따라 과선거관리위원회 및 과선거관리위원장의 통제하에 이뤄지는 선거운동을 말하며 후보의 소견을 발표하고 참석자의 건의와 질의응답을 이루는 회의이다. 이는 컴퓨터학과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의 공약과 태도 논란이 일명 ‘컴과 사태’라고 불리며, 학생회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 제기로 사안이 불거진 것에 해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개선 의지를 보이지 못했던 공약
사건의 발달은 지난달 12일, 본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컴퓨터학과 정·부학생회장 후보의 선거 공약에 문제를 제기하는 익명의 글이 제보되며 시작됐다. 당시 익명의 제보자는 이전 학생회와 차이가 없는 A4용지 배부와 간식 행사 등의 공약이 대다수의 학우가 원하는 바를 담아내지 못했으며, 실습실 위생에 관한 개선을 논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컴퓨터학과 제31대 학생회 정회장 후보 정지원 씨는 “A4 용지 이벤트와 간식 이벤트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공약이라 생각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컴퓨터학과 학생회의 페이스북 페이지로 연락 바란다”라며 댓글로 피드백을 남겼다. 덧붙여 “컴퓨터학과의 실습실은 총 4곳으로, 관리 및 단속을 위한 학생회의 상시 상주가 어렵다”라며 학우의 자율적인 사용에 맡긴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학우의 반응은 뜨거웠다. 논란의 중심이 된 컴퓨터학과의 실습실 관리는 본래 실습실 담당인 조교와 근로 학생이 맡고 있다. 때문에 학생회의 상시 상주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학우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또한, 정 후보가 해당 댓글에 남긴 ‘본 후보의 공약에 불만이 있다면, 해당 학우와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라는 발언은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 압박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정지원 정회장 후보는 이로부터 3일 후인 지난달 15일에 논란에 대한 사과와 의견을 표명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를 통해 정 후보는 실습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담당 조교와 근로학생과의 논의를 거친 후 학우에게 피드백을 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달라고 한 발언에 대해 “제대로 된 소통을 하고자 말한 것이 많은 학우에게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로 다가갈 줄 몰랐다”라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피드백 및 선거운동에 대한 논란
정보대 과학생회선거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 주최한 ‘컴퓨터학과 정·부학생회장후보 정책토론회’에는 우선 공약이 그간 학생회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 논의됐다. 실제로 정책토론회가 있기 전인 지난달 16일에 열린 ‘2017 정보대 과학생회 선거 비상 대책 회의’에서 공약을 수정할 의사에 대한 질의가 한차례 이뤄진 바 있다. 당시 공약을 수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변한 정 후보는 정책토론회에서 “이전의 공약은 유지하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학과 통신문과 구글 폼 등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열혈 컴과’ 페이스북 혹은 동감 선거 게시판을 통한 공식적인 피드백이 늦어진 것에 대해 “이미 한차례 논란을 겪은 상태라 공정성 있게 상황을 전달하고자 선배와 조교, 교수의 의견을 참고하게 되면서 피드백이 늦어졌다. 조언을 구했던 교수는 사태를 더 지켜보기를 바랐지만, 학우에게 본인의 입장을 얘기하고 싶어 글을 게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날 회의에는 컴퓨터학과 정·부학생회장후보의 선거유세를 활발하게 하지 않은 점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선거 관련 포스터를 선관위에서 부착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14일 3교시에야 직접 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다음 날은 본인이 수업이 없어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이틀 후인 16일에 모든 포스터를 붙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에 관해 김민지 정보대 선관위원장은 “선관위에서 제작한 포스터를 후보가 아닌 선관위원이 붙이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이후 총학생회 선거를 참고해 컴퓨터학과와 정보통계학과 선본 모두에게 정정공지를 했다”라며 부연 설명했다. 본래 컴퓨터학과의 선거운동 기간은 같은 단과대학에 속하는 정보통계학과와 동일하게 지난달 11일부터 18일까지로 공지됐다. 하지만 컴퓨터학과 선본은 논란을 가라앉히고자 15일까지 선거유세를 하지 않았다.

컴퓨터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지원받아
지난달 24일, 시행된 개표를 통해 컴퓨터학과 학생회의 선거 결과가 공개됐다. 컴퓨터학과의 선거에는 총 220명의 학우가 참여해 58%의 투표율을 보였으며, 해당 컴퓨터학과 정·부학생회장후보는 찬성 67표와 반대 149표를 받아 낙선했다.

이로 인해 컴퓨터학과는 내년 3월 보궐선거를 통해 정·부학생회장을 선출하게 됐다. 아울러 컴퓨터학과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는 사안이 지난달 30일, ‘2016 하반기 정보대 학생 대표자회의’에서 논의안건으로 다뤄졌다. 이와 관련해 정혜지 컴퓨터학과 학생회장은 “현재로써는 본인이 내년 3월까지 비대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하지만 현 학생회가 비대위를 모두 구성하는 것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러 문제점이 있다. 때문에 3월 전까지 일반 학생에게 신청을 받을 계획이지만 지원자가 없다면 학생회로 구성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학생회 경험이 없는 학우가 학과 행사를 주관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비대위가 구성될 시, 보궐선거 당선자의 공고일 이전까지는 전년도 학생회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관례다. 또한, 본래 비대위는 과학생회비를 사용하지 못하지만,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행사가 있을 때는 기존 학생회의 협의를 통해 예산을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컴퓨터학과는 내년 보궐선거에 필수적으로 드는 비용에 한해서만 학생회비를 사용할 계획이다. 다만, 내년도에 있을 새내기 배움터에서는 작년까지 진행해왔던 학과 티셔츠와 간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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