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공개된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은 사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권리일 뿐이다. 요구에 따라 개인 정보를 삭제하더라도 다른 링크를 통해 재생산될 시에는 완전히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가이드라인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고 이를 알리기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와 포털 사이트의 노력이 미비한 상태다.

사실 이러한 사안은 현행법인 ‘자기 정보 삭제 요구권’ 또는 그동안 축적돼온 법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찬모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으로 명시된 사생활 침해 정보에 대한 삭제요청권의 운용을 재검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지금껏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타인이 올린 나의 개인 정보이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은 오직 내가 쓴 게시물에만 삭제권이 해당돼 본질을 흐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이드라인을 무분별하게 확대 적용한다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언론기관이다. 과거의 언론 기사는 실질적으로 유통기한이 있었지만, 현재는 데이터베이스 기기의 성능이 허락하는 한 정보의 가치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때, 만약 개인의 삭제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면 언론이 가진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 또한, 자칫 정치인과 공인, 혹은 범죄자의 요구가 있을 시에는 과거를 세탁하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결과적으로 심각한 정보 왜곡이 야기할 피해가 막대하다.

한편, 지난해 5월 유럽사법재판소가 인터넷 이용자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후 구글은 약 25만여 건에 달하는 삭제 요청을 받았다. 이중 구글 측은 총 58.7%에 달하는 요구를 거절했다. 거절한 사례로는 자신의 지난 범죄와 관련된 기사를 지워달라고 요청한 고위 공무원과 아동 포르노 사진을 가진 것이 밝혀져 교회에서 추방당한 프랑스 성직자 등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비슷한 요청이 쇄도할 상황을 우려해 볼 수 있다. 아울러 그 중 차후의 보상을 조건으로 기록을 삭제해주는 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물론, 개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사례는 제재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얼마나 개인에게 진실한 정보와 그릇된 정보를 정확히 구분해낼 능력이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논점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러한 시도가 엄청난 사적 검열의 문을 여는 행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 하나로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간의 조화를 망쳐버린다면, 결국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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