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은 더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과거에 무언가를 혼자 한다는 것은 외로움과 고달픔을 동반하는 행위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혼자’라는 개념은 다른 이에게 애써 맞추지 않아도 되는, 오롯이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 같은 변화는 본래 홀로 글을 읽게 되는 ‘책’의 분야에도 스며들었다. 모든 장르를 함축시키는 것보다 각 개인의 취향에 맞는 도서와 문화를 차용한 ‘독립 서점’에 대해 지금부터 알아보자.

詩의 바다
오늘날은 ‘장르’로 승부를 보는 시대다. 대형 서점과 달리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영업하는 동네 책방은 효율적인 구성을 위해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실제로 여행과 추리물부터 특정 동물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주제를 갖고 전문 서적을 갖추는 서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에 발맞춰 문학작품 중에서도 ‘시’에 초점을 맞춘 곳이 있다. 바로 신촌 기차역 인근에 위치한 ‘위트앤시니컬’이다. 2011년에 시집 <오늘 아침 단어>를 낸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날마다 여러 시인의 추천으로 서가를 재구성한다고 알려진 독립 서점이다. 

위트앤시니컬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서가가 크게 두 종류로 나뉜 점이다. 우선, 일반 서점과 동일하게 책등이 보이도록 놓은 ‘책꽂이 서가’가 있다. 더불어 날마다 임의의 주제를 선정해 관련된 시집 여러 권을 책표지가 보이도록 전시한 ‘오늘 서가’가 있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옆에는 비슷한 모습으로 몇십 권의 책이 진열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책마다 흰 색의 명찰이 붙어있는 게 특징이다. 사실 이는 여러 명의 시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추천한 작품을 모아놓은 진열대다. 당시 기자의 옆에서 시집을 고르던 고등학생 이 씨(18)에게 이러한 서점의 구성이 어땠냐고 묻자 “그간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제외하고는 시를 접해본 경험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어떤 시집을 사야 하나 고민했는데, 시인이 직접 추천한 책이 있어서 더 수월하게 고를 수 있었어요”라고 답했다. 

또한, 서점 한편에는 직접 시를 필사해볼 수 있는 별도의 책상도 마련돼 있다. 일명 ‘시인의 책상’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쓰인 필사는 이후에 해당 작가에게 필사본으로 엮여 전해진다. 이는 방문객이 시를 감상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작가에게 응원의 메시지로 전해진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문장 한 줄에 맥주 한 모금
반면에 저녁 즈음에야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직장인 또는 올빼미족을 공략한 서점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북바이북’은 동네 서점만이 가진 특색을 효율적으로 이용한 사례로 유명하다. 삼성동에 있는 1호점은 지상 1층은 북카페로, 지하 1층은 공연과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서점에 들어서기 전부터, 매달의 행사 목록과 주간 베스트 도서 등을 적어놓은 안내판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이목을 끄는 점은 독서와 함께 시원한 맥주 한잔을 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은 서점으로는 국내 최초로 술을 팔기 시작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진, 이른바 책과 맥주를 혼합한 용어인 ‘책맥’의 선두주자인 셈이다. 주류를 팔기 때문에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일 것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책을 고르고 독서를 즐길 뿐이다. 또한, 도서에 이물질이 묻거나 냄새가 배는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물은 도넛과 과자 종류로만 이뤄져 있다. 기자가 서점을 찾아간 날 만난 대학원생 박 씨(29)는 “평소 책을 읽으려 해도 저녁에는 피곤이 몰려와서 손이 잘 안 가는데, 이곳에 오면 다른 이에게 자극을 받아 계획했던 독서를 할 수 있어요. 또, 언제라도 술을 마실 수 있으니 평일 내내 쌓였던 피로를 푸는 데 이만한 곳이 없죠”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외에도, 해당 책을 먼저 읽은 사람이 짧은 감상을 적어 책갈피처럼 꽂아 놓는 ‘책꼬리 서비스’는 도서를 고르는 과정에 흥미를 더한다. 보통 책표지와 첫 번째 장의 문구만을 보고 책을 결정하는데, 이 같은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는 도서를 고르는 지표를 하나 더 제공받는 것이다. 게다가 타인의 감상을 참고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분류의 책을 고르는 데 실패할 확률도 낮다.

왜 이름부터 ‘동네 책방’이겠는가. 최근에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각 지역 서점의 위치를 알려주는 구글의 ‘동네 서점 지도’ 등의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각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이채로운 경험을 선사할 서점이 바로 우리 옆에 와있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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