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숭인관을 비롯한 학교 건물 곳곳에 프랑스 국기를 연상시키는 대자보가 붙었다. 벽보는 ‘여자는 군대를 안 다녀와서 넓게 보지 못한다’ 등의 여성비하 발언을 내뱉은 본교 프랑스어과 교수의 지난 행태를 고발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뤘다. 이로 인해 당시 수십 명의 학우가 글을 읽으며 분개했고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동감(dong-gam.net)에서도 이를 공론화한 학우에게 지지를 표하는 댓글이 오갔다.

사실 이 같은 실언은 타 대학 혹은 직장 등에서 발생했더라도 비판받아 마땅한 행태다. 앞서 실례로 나온 말을 빌려보면, 소위 군대 생활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운 남성에 비해 여성은 사회적 능력이 떨어지는 집단으로 격하된다. 이는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여성은 남성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는 잘못된 합리화를 생성할 위험이 있다. 더군다나 다수가 성별 정체성을 여성으로 두고 있는 ‘여자대학교’에서 이 같은 비하 발언이 자행되는 것은 여성의 리더십을 표방하는 대학의 목적과 심히 모순된다.


한편,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놓고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집회에서도 비슷한 사안이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집회현장에서 연설을 맡은 이재명 성남 시장은 ‘저잣거리 아녀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본질과 관련 없는 언쟁일 뿐이라지만, 아녀자는 소견이 좁은 아이나 여자를 지칭하는 뜻으로, 사전적 의미 또한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으로 명시돼 있다. 이는 비선 실세가 ‘여자’라서 현재의 국정 사태를 일으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영역이다.

이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얕잡아 ‘미스박’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성의 결혼 여부를 지칭하는 것 외에도, 한국 사회에서는 조직 내 하찮은 일을 하거나 성 노동자로 일하는 여성 등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성차별 요소가 포함된 표현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최근 발매된 가수 산이와 DJ DOC의 신곡 등 대중가요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쟁점이다. ‘하도 찔러 대서 얼굴이 빵빵, 빽차 뽑았다 너를 데리러가’라는 가사는 성형수술을 받은 여성이 남성의 재력에만 의존하는 소위 된장녀, 김치녀 담론을 차용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물 사용 의혹처럼 공적인 사안에 대한 비판으로 보기 어렵다.    

언어는 구성원의 전반적인 인식을 대표한다. 때문에 이러한 담론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유리천장으로 작용하며 나아가 현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사안을 흐릴 수 있다. 이것이 ‘해일이 오는 데 조개나 줍고 있다’는 비난을 향해 우리의 목소리를 낮추지 말아야 할 이유다.

문아영 문화학술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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